최후의 순간.


끝내 검이 부러지며 패배한 내게 검성이 해준 말이었다.


기억에 남아있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오로지 검만을 휘둘렀다.


검을 휘두르는 동안엔 더러운 현실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한없이 휘두르다보니 어느새 ‘검마’라는 묘한 별호로 불리게 되었다.


무고한 자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기엔 저항감이 있어 사파라 자칭하는 것들을 죄다 썰고 다닌 것을 중심으류 시작된 화제.


양민을 핍박하는 놈들을 처리했으니 정에 가깝다 할 수도 있겠으나 그 손속이 잔혹하여 정파의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이들의 갑론을박 끝에 정해진 별호가 바로 검마였다.


...라는 게 날 잡으러 온 검성의 설명이었다.


솔직히 알 바는 아니었다.


시대가 변하여 정사의 평화협정에 대한 말이 오가든, 그 협정에 나란 놈이 방해가 되어 검성씩이나 되는 자가 직접 날 잡으러 오게 되었든.


그저 검을 휘두를 수 있다면 좋았고, 보다 높은 경지를 바라볼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으니까.


그리하여 검성의 검을 눈에 담은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껏 내가 휘둘러온 것은 검이 아닌 쇠막대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검술의 경지라 할 수 있으리라.


그 수려한 검술에 패배해 검을 잃고 심장이 꿰뚫려 죽음에 이르기 직전이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알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검성에게 물었던 것이다.


어찌하여 그리 강하고 아름다운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느냐고.


‘지킬 것, 이라...’


살면서 단 한번도 머리에 담지 못한 생각이라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세상 모든 것은 벨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단 둘 뿐이었으니까.


“지킬 것이라는 건, 무엇을 지켜야 하오?”


“...거기서부터 잘못된 것이었나. 그나마 양민들을 학살하지는 않은 것이 최악의 사태까지 가지는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겠군.”


후우. 짧은 한숨을 내쉰 검성이 무어라 말을 이어갔지만, 안그래도 죽어가는 와중이라 감기는 눈을 억지로 들어올리며 건너건너 들리는 내용만을 겨우 기억했다.


‘낳아준 어미에게조차 미움받았던 내가, 사랑을 한다라. 애초에 사랑이란 게 뭔지를 모르는 것을.’


그 대상이 가족이든, 친우든, 연인이든.


소중한 존재에 대한 애정을 품으면 없던 힘도 솟아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검성의 말은 내게 있어 너무나 어려운 과제였다.


언젠가, 하늘이 기회를 주어 다시 한 번 삶을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 수 있을 것인가.


점차 느려지던 심장이 끝내 그 몸부림을 멈추는 순간까지, 나는 그런 덧없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


대충 검친놈이 환생한 후 가족애와 연인의 사랑을 배워간다는 내용을 위한 프롤로그.


연애의 대상은 검성의 손자손녀면 아주 만족스러울거같다


좀 써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