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표면적 동기와 내면적 동기가 있음 (있어야 함)


가령 표면적으로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유수 가문의 엘리트 후계자지만 

마음속으로는 부모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살짝 뒤틀려서 누구한테든 좋으니까 나데나데를 받고 싶은 주인공이 있다고 침


이걸 둘 다 분명하게 보여주면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님

그렇다면 난 표면적 동기를 먼저 보여줌

표면적 동기는 보통 외부세계의 사건과 연결되어 있고, 내면적 동기는 주인공 스스로도 드러내려고 하지 않거나 부정하기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임


표면적 동기는 어떤 사건을 통해 드러남

주인공의 동기에 맞게 후계 구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번 만찬회를 좆빡세게 준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다만 1화 처음(혹은 프롤로그)부터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건 좀 급하다고 생각함

첫 실질적 충돌은 1화 중후반에서 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그 전엔 대화+서술을 통해 주인공의 성향과 상황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게 좋겠음


대화

대화여야 함

혼잣말이나 독백은 좋지 않음


대화라는 건 둘 이상의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거임

다른 인물이 투입되어야 하고, 난 그 인물이 핵심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함

히로인이든, 숙적이든, 아니면 핵심 조연이라도 좋으니까 주인공과 더불어 초반을 견인할 힘이 있어야 함 

1화에 등장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자리에 그냥 엑스트라를 넣기엔 좀 아까움


그래서 난 여러 명이 둘러앉은 원탁에서 각자 한마디씩 하는 스타팅도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음

그렇게 여럿이 있으면 어느 이야기든 나올 수 있고, 사건에 대해 빠르고 세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대단한 장점이 있음

하지만 개별 인물에 대한 이미지는 희미해지고, 주인공 혼자 추상적인 외부세계에 맞서는 식으로 틀어지는 경우가 많았음


1화 중후반에서는 첫 사건이 발생함

그런데 이 사건은 주인공과 독자들이 기대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던 그 논점에서 약간 틀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함

가령 후계 경쟁자와의 논검이나 정당성 싸움을 하려고 준비하는 주인공에게, 갑자기 상대편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급보가 들어오는 거임

주인공은 상대편을 살해할 동기가 있고, 주인공이 죽였다고 거짓 진술을 하는 놈이 튀어나와서 주인공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돌아옴


아니 왜?

주인공이나 독자나 대강 이런 마음이 들면 오케이임


그리고 1화를 지나 초반부

여기서 주인공의 성격이 드러나면 좋겠음


뜻밖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가지각색이고, 주인공은 하나만 고를 수 있음

지혜나 증거로 결백을 증명하거나, 자기 편인 이해관계자들과 결탁해서 머릿수와 힘으로 찍어누르거나

아니면 자기가 한 거 맞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누가 이 사건으로 이득을 볼지 추론해서 기존 세계를 다 버리고 독고다이로 추격하는 전개거나

캐릭터 조성이랑 작가의 의지에 따라 내용은 달라짐


첫 사건이 종결 국면으로 향할 때 주인공의 내면적 동기도 드러나면 좋겠음

이 부분에서 작가와 독자 간 마찰이 자주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주인공의 선함이 '악함을 용서하는 선함'으로 자주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주인공이 용서하는 사람인 것과 별개로 세상에는 죽어 마땅한 사람도 있음

또 선함에도 한도가 있기 마련임


그래서 주인공이 처벌할 건 처벌하고, 대신 그 이상으로는 자제해서 선하면서도 이익이 되는 결론을 도출하는 게 좀 좋은 그림이라고 봄


예를 들어 주인공에게 생명의 위협을 가한 자가 있음

이걸 용서하는 건 불쾌한 전개고, 모가지하는 게 합당한 일임 

하지만 가족까지 멸족하자는 부하들을 말리고 개인 대 개인의 일로 끝낸다면 주인공의 가치관이 표출되는 결정이 될 수 있음

거기에 그럴듯한 이유까지 부가하면 독자들이 의문부호를 품더라도 작가가 커버 가능한 범주로 축소할 수 있다고 생각함


물론 말이 쉽지 막상 쓰면 머리통 하얘지긴 하는데

아무튼 머릿속으로는 대강 이렇게 생각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