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짐승의 위에 올라타 숲을 가로지름에도 여인은 야엘의 눈 앞에 있었다.

나무 줄기에 손을 얹은 체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눈동자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건 허상인가.

아니면 진짜인가.


야엘은 그걸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내 진짜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면 자신이 그만큼 그녀를 사랑한다는 의미요, 진짜라면 죽음 이후에 그녀가 자신을 맞이하러 와준다는 것 아닌가.


그 자신으로서는 전자가 더 마음에 들었다.

그의 내면을 본 다른 이들은 환상에 사로잡힌 나약한 전사라며 비난했을지 모르나, 그는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되고싶진 않았다.


북부의 전사들은 빠르게 아이를 가진다.

어린 시절부터 아내를 여럿두고, 아이를 낳아봤지만 책임감과 의무 이상의 감정을 가지긴 어려웠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알려준 것이 그녀였다.

비록 그녀는 그저 자신을 본 어린 전사에게 흥미를 보였을 뿐이었지만.

그는 이 두근거림을 나약하게 여기고싶지 않았다.


야수왕은 몸집이 말처럼 큰 늑대의 등에 탄 체 비바람이 몰아치는 숲을 누볐다.

돌맹이의 폭포같은 비나 진흙과 돌, 우거진 수풀조차 늑대의 날렵한 움직임을 막아내진 못했다.

늑대는 말들이 함부로 가지 못할 험난한 바위 산맥을 내달렸다.


야수왕은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뒤에있던 전사들과 떨어진지는 오래였다.

야만인들에게 패배하는 것이 어지간히도 싫었던 건지 제국은 자기들 땅에 악마를 풀었다.

냉기를 머금은 악마의 사냥개들이 야수왕이 흘린 피와 땀을 쫓아 달라붙었다.


거대한 늑대, 리키가 사냥개의 다리를 물어뜯었다.

야엘이 던진 투척 단검이 비바람을 뚫고 날개를 퍼덕이며 다가오는 악마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들은 등 뒤에 달린 날개로 허공을 가로지르면서도, 비바람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눈 위에서 미끄러지듯 머리가 꿰뚫린 동료를 내버려둔 체 야엘에게 날아들었다.

야엘은 피식 웃으며 허리춤에 찬 장검을 꺼내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은가루를 바른 무기가 악마들에게 잘 먹힌 다는 것이었다.

죽이지 못하는게 아니라면, 자신이 질 이유는 없었다.



-께게게게겍!



쇠가 찌그러지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악마들이 손톱을 휘둘렀다.

어지간한 명검보다 날카로운 손톱은 야엘에게 닿기도 전에 손목이 잘려 저 멀리 숲 너머로 날아갔다.

그들은 숲을 가로지르는 걸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싸웠다.


악마는 한 마리 잡으면 다시 어디선가 한 마리가 더 튀어나왔다.

어느샌가 몸을 적시던 빗물은 악마의 검은 핏물에 씻겨져 내렸다.

소문으로는 악마의 피는 극독이라 닿기만해도 사람이 죽는다던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며 야엘은 작게 웃었다.


수십 마리의 악마가 몸이 반으로 쪼개졌을 즈음, 사람을 홀리는 웃음소리대신 그르렁거리는 짐승의 낮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숲을 빠져나와 광야에 들어섰을 즈음, 악마들이 길쭉한 팔을 늘어뜨리고 충혈된 눈으로 야엘을 노려봤다.


악마들과 달리 야엘은 그들을 눈에 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며 태양과도 같은 머리칼을 찾으러 애썼다.

숨을 몰아내쉰 야엘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 내가 죽을 때는 아닌가보군.


몸의 운용이 힘든 숲보다는 광야가 훨씬 싸우기 편했다.

사방팔방에서 악마들이 조여온다고 해도 그건 다르지 않았다.

악마가 팔을 휘두르는 것보다 자신의 검이 훨씬 빨랐다.


검을 쥔 야엘이 박제된 짐승처럼 허공에 멈춰선 악마들을 훑었다.

비가 잦아드는 동안 악마는 움직이지 않고 야엘을 둘러쌓다.

야엘도 구태여 먼저 덤벼들지 않고 헐떡이는 숨을 골랐다.


수십 마리의 악마들에게 둘러쌓인 그 모습은 종교화의 한 폭과도 같았다.


악마의 대적자.

대전사

영웅.

용사.


과거에도, 앞으로도.

수많은 이름으로 불릴 그 존재.

그런 이를 죽이는 것만큼 황홀한 일이 있을까.

악마들은 만찬을 눈 앞에 둔 굶주린 거렁뱅이처럼 개걸스럽게 침을 흘리며 달려들었다.


야엘의 검이 번뜩인다.

악마들의 발톱이 검게 물들었다.

신화의 재현은 그리 고결한 것은 아니었다.


악마를 차례차례 베어넘기는 영웅의 모습은 악마의 피로 물들어 악마보다도 더 검게 보였다.

누가 악마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때 쯤, 광야에는 단 한 명만이 두 발을 딛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야엘은 두리번거리더니 시체들 사이에서 숨을 몰아쉬던 늑대에게 다가갔다.

제 상반신보다 두꺼운 목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리키가 야엘의 머리를 가볍게 물었다.



“전사들의 고향에서 보자….”



그대로 숨이 멎은 리키의 턱을 벌리고 그의 눈을 감겨줬다.

잦아드는 빗물에 피를 씻고 친구의 몸에 상반신을 뉘였다.

여기저기 발톱에 찢긴 상처는 당장이라도 처치하지 않으면 위험했다.

하지만 야엘은 눈꺼풀을 뜨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얼어붙는 추위 속에서, 야엘은 온기를 느꼈다.

눈꺼풀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천근같던 몸은 서서히 가벼워졌다.

우유처럼 부드러운 여인의 살내음과 손길을 느끼며 야엘이 잠에 들었다.




광야에 악마의 시체로 만들어진 언덕이 생겼다.

뒤늦게 야엘을 쫓아온 전사들은 그 풍경을 보자마자 누구라 할 것도 없이 숨을 몰아내쉬면서 멈춰섰다.

말, 늑대, 광전사마냥 침을 흘리는 염소나 곰을 타고 온 이들도 있었다.

짐승도 인간도, 시체 언덕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전사와 늑대의 모습을 소리 없이 지켜봤다.

구름을 비집고 세어나온 태양의 빛이 그들에게 내리쬐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북부와 제국의 전쟁이,

인간과 악마의 전쟁이, 끝났다.


그들의 승리였다.




*****




“머리카락은 조금 더 길다. 그래, 그 정도. 눈은 보석같지. 흠 좀 진부한 표현인가. 뭐 난 전사지, 시인이 아니니 어쩔 수 없어. 그래, 턱은 좀 더 날카롭다. 팔의 근육은 좀 많은 편이다. 그녀도 전사야. 그것도 아주 뛰어난. 하지만 그렇다고 몸이 사내나 암컷 오크처럼 두텁지는 않아. 재규어처럼 날렵한 느낌이지. 옷은 흰 색에 하나의 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방의 옷 중에 그런게 있다지? 황궁 내 창고에서 본 적이 있다. 금방 포상으로 부하한테 줘버렸지만. 가슴은 조금 크게, 그래. 다리…라. 다리는 언제나 옷에 가려져 있어서 본 적이 없지. 발 끝만 조금 보인 정도야. 발톱 끝마저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손에는 창과 방패인데… 일다 그건 나중에 그리고 우선 몸부터 완성하거라. 그 다음은 얼굴이다. 무구는 마지막에.”



야엘이 황제가 되고나서 1년의 시간이 지났다.

드넓은 제국을 안정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력적으로는 그를 이길 사람이 없었지만, 통치의 어려움은 강함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힘을 숭상하는 북부가 아니었으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야엘에게는 인간으로서의 매력이 있었다. 악마마저 소환해버리는 황실에 실망한 귀족들도 많았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야엘은 태양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


황제가 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내와 자식들에게 적당한 영지를 나눠주며 연을 끊은 일이었다.

반발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감히 그에게 뭐라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다른 후처를 맞이할 생각이 없는 것이었다.


황제로서 업무를 안정시킨 후에 그는 이름 난 화가들을 불러들였다.

그리곤 어떤 여인의 모습을 묘사하고 화가들에게 그리게했다.

너무 말대 안되는 미색에, 날개까지 달려있으니 다들 그가 사실은 악마에게 홀린 것이 아닐까하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더욱이, 그가 신성모독을 한다는 소문까지 퍼지니 더욱 그랬다.

장난기 많은 신의 신상을 태우고, 암말로 변해 말과 떡친 변태신이라며 공식석상에서 욕보였다.

모든 신을 사랑하며 어여쁨을 받아왔던 야엘이 내뱉은 말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북부에는 많은 신들이 존재했고, 모두가 모든 신들을 평등하게 믿는 것은 아니었다.

모시는 신과 사이가 나쁜 신을 싫어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모욕을 하는 것은 이교도의 사제들이나 할 법한 행위였다.

그러나 정작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장난기 많은 신을 욕보이는 자가 있으면 혀와 입으로 사납게 물어 뜯었다.

이쯤되니 그를 믿고 따르던 전사들도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황제의 정신이 이상하다. 그런 말이 알음알음 퍼졌다.


하지만 야엘은 그런 난잡스런 소문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닥치게 했다.


대륙의 3분의 1을 이루는 거대한 평원을 질주하는 오크들과 의형제를 맺고, 숲의 모든 나무가 모여 이루는 거대한 집단 지성, 세계수를 따르는 엘프나 강철과 보석, 불과 광물독을 다루는 드워프들 사이에서 조약을 채결해 서로의 싸움을 중재했다.

명석하고 이상적인 황제의 모습을 보여주니 그를 믿고 따르는 자들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어느 쪽이든 자신의 황제의 모습이란 걸 받아들였다.

모두가 한 가지 면모만을 보일 수는 없었다.

아무리 고결해 보이는 자라도 한 가지 흠결이 있는 법이었다.


황제가 되고나서 수십 년 동안 대륙의 진정한 평화를 불러일으킨 야엘은, 다시 한 번 검을 들었다.

자신의 마지막은 북부의 전통을 따르고 싶다는 황제의 마지막 칙명에 수많은 전사들이 그를 찾아왔다.

거기엔 그의 아들들도 있었다.


황제는 아예 콜로세움을 하나 만들어서 매일 매일 도전자를 맞이했다.

황제는 누군가 자신을 죽이길 원했지만 정작 자신은 도전자를 죽이지 않았다.

오히려 가르침을 내리고, 더 강해져 다시 도전해 오길 바랐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랜 싸움 끝에 한 쪽 눈이 멀어버린지 오래였지만 그는 전사로서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침실에 내리쬐는 태양은 눈이 멀 정도로 밝게 타올랐다.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 태양에서 내려오는 한 쌍의 날개가 보였다.

날개를 본 야엘이 선선한 미소를 짓다가 이내 눈쌀을 와락 찌푸렸다.


흰 날개를 가진 말이 푸히힝- 야엘을 비웃었다.

말의 모습으 흐르는 물쌀처럼 빠르게 변해갔다.

까마귀가 되기도 했고, 멧돼지나 곰처럼 변하기도 했다.

네 발에서 두 발이 되고, 늙은 노파에서 갓 두 발로 선 어린아이가 되기도 했다.

마치 네가 보고싶은 모습은 보여주지 않을 거라며 비웃는 듯 했다.


눈에 힘을 푼 야엘이 멀어져가는 의식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



“저는 황제가 된 후로, 평생토록 당신을 모욕했습니다. 저는 충분한 죄를 지었습니까?”


“글쎄. 말로는 꽃이 싫다고 짓밟고는 정작 뒤에선 꽃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아이가 정말로 꽃을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차라리 꽃밭을 불로 태우면 모를까. 독한 마음을 먹지 못한 순간부터 너는 죄인이 될 수 없단다.”


“그럼 그냥 발키리나 보낼 것이지 왜 직접 오셨습니까.”


“내가 네가 죽을 때만을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아나. 하-! 너는 아까 전 너의 표정을 직접 봤어야 해. 하하, 이건 농담이고. 너의 장난기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너의 표정을 즐거이 기다렸던 것처럼, 너도 그 아이가 놀란 표정을 기다리고 있을 테지. 넌 지금 모르겠지만 지금 그 아이가 얼마나 발을 동동 거리며 너를 기다리고 있는 줄 아나? 내가 너한테 해코지를 할까봐 무서워하면서 말이야.”


“하실겁니까, 해코지?”


“아니- 아니- 아니. 그런 재미없는 짓을 왜 하지. 너를 괴롭혀봤자 누구도 즐거워하지 않을 텐데. 그냥 그 아이가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고 싶을 뿐이야 난.”



모습이 변한다.

장신의 남성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얼굴엔 안개가 낀 듯 보이지 않았다.



“그대가 비록 죄인은 아니지만, 그대의 장난에는 흥미가 있지. 자, 우선 눈을 감게 나. 그리고 잠들게나.”



-그리고… 우선은 라그나로크부터 끝내볼까? 영혼이 새 육신을 얻으려면 한 번 세상이 망해야 하거든. 나 참 이 지루한 전쟁은 언제쯤 끝을 맞이할런지 원.



멀어져가는 그의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천근 같던 몸이 조금씩 가벼워져 허공에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야엘의 의식이 점점 멀어져갔다.




*****




해가 진다.

그러나 달이 떠오를 기색은 없었다.

새로운 태양과 달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라그나로크가 찾아오면 언제나 세상에는 끝이 도래했고, 이윽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신들의 편에서, 세상의 종말을 막아내려던 전사들은 결국 패배했다.


평생 패배를 모르고 자라왔던 야엘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반드시 멸망하는 운명이라니.

하지만 그런 감상도 길게 이어지진 못했다.

전성기 때의 육신이 조금씩 무너졌다.


이 황망한 세계에서 새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 새로운 육신으로 갈아탈 때였다.


그와 함께 싸워온 전사들은 다시 황금빛으로 물든 세상에 내려가, 새로운 육신으로 부활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달랐다.

신이 점지해준 운명에 따라, 혹은 장난에 의해.


먼지와 핏물로 난잡했던 머리카락이 잘 정돈되고, 은은한 빛이 감도는 회색빛이 되었다.

바위같던 팔다리도 얇아졌다.

늙어 죽을 때까지 몸을 지탱하던 근육들이 빛의 물결이 되어 허물어졌다.


마치 번데기 속에서 나비가 우화하듯, 아름다운 여인이 날개를 펼치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야엘은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이리저리 품평하듯이 보던 중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날개를 퍼덕이며 한 명의 여인이 창과 칼, 피와 시체의 바다 한 가운데 내려왔다.



“나 참…. 지금껏 못 만나게 한 주제에 갑자기 가보라길레 무슨 바람이 불었나 했더니.”


“오. 지금 그 말은 나와의 만남을 고대했단 걸로 받아들여도 되겠소? 하하. 오랜만에 만난 것 아니오. 좀 웃어보면 어떻겠소.”


“미안하지만, 나는 못 웃겠는 걸.”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이제부터 뭘 해야하지?”


“뭐?”


“아니. 세상도 망했고. 이제 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데, 우리는 뭘 해야하나 해서.”


“아무것도. 살아남은 신들은 다시 세상을 안정시키려 할테고, 비어버린 신좌에 새로운 신들이 자리잡을 때까지 우리가 할 건 없다. 그냥, 길고 긴 휴가일 뿐이지.”


“그렇구려. 참고로 그대는 저번 종말 때 무얼 했소?”


“…술을 담궜지. 아주 달고, 독한 벌꿀주로.”


“오! 벌꿀주. 아주 딱이군.”


“뭐가 말이지?”


“우리의 길고 긴 회포를 풀기엔 술만한 게 더 있겠소? 그것도 지난 번 종말 때 담군 벌꿀주라니. 종말이 끝나고 새로운 시대를 기다릴 때 마시기엔 이것만한게 더 없을텐데. 아, 거절은 받지 않겠소. 얼마든지 도망갔던 예전과는 달리, 나도 이젠 어디든지 쫓아갈 수 있으니.”


“…어이가 없군.”


“뭐, 그대가 정말로 싫다면 나도 아쉬움을 뒤로 하고 사라지겠지만…. 어쩌겠소.”


“…….”



그녀는 태양이 완전히 무너져내릴 때까지 조용히 저 너머를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남자답게, 아니 이젠 여잔데. 아무튼지. 어떤 끝이라도 당당히 맞이하겠다고 마음 속으로 몇 번이고 맹세했었지만 막상 때가 오니 입이 말랐다.

불안을 감추기 위해 팔짱을 껴봤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개가 퍼덕였다.


슬슬 아무 말이나 해볼까 고민하던 찰나, 고민하던 중 그녀가 입을 열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난 남자였다.”


“…그거 우연이군. 나도 방금까진 남자였소.”



언젠가 해안가에서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야엘이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몇 번이고 말해왔지만, 난 여자가 좋다.”


“우연이군. 나도 여자를 좋아하지. 그리고 우리는 둘 다 여자로군.”



……



“하…. 이럴 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군.”


“하하! 단순하지. 마음 맞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냥 과감하게 내지르면 될 뿐이지.”


“이래서 북부 놈들은….”


“하하. 최고의 칭찬이군.”


“뭐 좋다. 따라와라.”


“어디로?”


“우리집. 수천 년을 담가온 벌꿀주의 맛을 보여주지.”



……

……



“…고맙소.”


“……나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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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힘 빠져서 마무리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다음부턴 시간 착각하는 일 없게해야징...



원래 이 소설은 발키리 대회 발견했을 때만해도

북부 야만인이 틋녀 발키리 자박꼼하는 내용으로 가려고 했는데

왜 ts백합이 된 것이지



그리고 일단 제목...을 변경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게 안 떠오름....

누군가 제목 추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