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시 03분


그날 언덕 위로 해가 떠오른 것은 꽤 이른 시간이었다. 전쟁이 시작된 지 2년, 다시 한번 3월이 되어가고 어딘가는 봄이 다시 찾아올 시기지만, 높은 산 속은 여전히 눈이 얇게 쌓여있었다. 간이 진지 주변에 대충 거치된 총에서 흙을 털어내고선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말이 진지지만, 그냥 구덩이에 가깝다. 어제저녁 도착한 우리 중대는 이곳을 3대대가 먼저 공격할 때 생긴 듯한 포탄 구덩이를 대충 깎아 간이 진지를 만들었다.


옅은 늦겨울의 햇빛이 회색빛을 띠는 눈을 천천히 녹이고 있었다. 긴 겨울 동안 가라앉아있던 먼지가 다시 일기 시작했다. 나도 추운 밤 동안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 위해 구덩이에서 기어 나왔다. 관절이 삐걱거리며 깨어난다. 주머니에 든 핫팩을 꼼지락거리며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거나, 가볍게 통통 튀기며 몸을 털며 체온을 높였다.


"아직 6시야."


구덩이 속에서 누군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먼지와 쇠 비린내 가득한 이곳에선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그가 뒤집어쓴 서리 낀 우의가 부스럭거리며 젖혀지며 작은 소녀가 나타났다. 부스스한 진갈색의 단발머리 사이로 비치는 눈빛은 어두웠다. 눈가의 짙은 그림자에서 앳된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피로감이 느껴졌다.


"6시는 한참 지났습니다, 소대장님. 벌써 7시 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하고선 몇 번 두드리더니, 시계를 풀어 언덕 밑으로 던져버렸다.

어제 구를 때 고장 났나 보네.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낑낑거리며 구덩이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힘들어 보여 손을 잡아 끌어내 주었다.


어깨에 대충 걸쳐진 채 덜렁거리고 있는 소총이나 굳은 피와 진흙이 묻어있는 지저분한 전투복이 아니었다면 누구나 아름다운 소녀라고 생각할법했다. 

그가 어째서 이런 모습이 되었는지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전쟁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전투 중 실종이 되었다가 몇 주일 만에 다시 돌아왔을 때부터 그런 모습이었다. 

정상적인 때라면 원인 조사를 한 후 적당한 훈장과 연금을 가지고 전역을 했겠지만 이미 사망 처리된 그의 집과 재산은 없어진 후였다. 그는 남고 싶어 했고, 장병은 부족했고, 무엇보다 여전히 잘 싸웠다. 그렇게 그는 여전히 군인이었다.


ㅡ ... ㅇㅇ장 예하 통사에 알림... ... 마이크 전까지 출동 준비 마칠 것 ㅡ


"쩐식 드십니까?"


"아니."


"육포라도 드십니까?"


"아니."


"담배 피우십니까?"


"이렇게 되고 나서 입에 댄 적 없어."


사실 나도 담배는 안 없다. 피겠다고 했다면 옆 진지에서 뺏어와야 했을 것이다. 소대장은 나를 따라서 진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근처의 그루터기에 등을 기대앉아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나도 진지에 걸터앉아 그가 바라보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딱히 전쟁 중이라고 모든 전장에서 포성이 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어젯밤까지는 전방에서 교전 소리가 간간이 들렸지만, 새벽이 되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주변에 포탄이 떨어지는 일도 줄었다. 그나마 시끄러운 일이라곤 다람쥐 소리를 착각해 시끄럽게 송수신기에서 떠들어대던 겁에 질린 이병이 전부였다.


전쟁이 끝나가고 있었다. 남은 적은 너무 늦게 도망가 고립되어 버린 떨거지 부대들뿐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총을 사람에게 겨누었을 때 느꼈던 혐오감도 어느샌가 옅어졌다. 언젠가는 죽을 거라는 절망감과 공포에도 순응하는 법을 익혔다. 되돌아보면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게 웃기는 일이었다.


"이제 곧 끝나는가 봅니다."


"그렇겠지."


"소대장님은 군에 남으실 겁니까?"


"내 신원이 등록되기 전까진 그래야지."


"그럼 그 이후에는 어쩌실 겁니까?”


"... 글쎄다."

그는 무심하게 대답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계곡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군장에서 전투식량을 꺼냈다. 물을 붓고 발열팩이 끓으며 증기를 내뿜는 전투식량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따금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면 일시 정지를 하듯 잠시 숨을 죽이고 있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하던 일로 돌아갔다.


"어디 가십니까?"


"순찰."


"혼자 가시다 뭐 만납니다."


어차피 이 주변에 가장 위험한 적은 멧돼지밖에 없지만 장난식으로 말했다.


"그럼 죽겠지."

소대장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소대장은 노가다꾼의 곡괭이처럼 총을 어깨에 걸치곤 주변 진지를 차례로 시찰하러 나갔다. 딱히 중대의 군기나 경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게 심심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었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별 실감이 나질 않았다. 평생 흙구덩이 속에서 잠이 깨고 멧돼지 소리를 경계하며 잠을 자야 할 것만 같았다. 집이라고 하면 대충 파낸 참호나 주둔지의 침상이 떠올랐다. 오늘 죽지 않는다면 다행이었고, 내일 죽는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되돌아 생각해 보면 소대장은 처음 전쟁이 일어났을 때부터, 정확히는 여자가 된 후로는 쭉 그랬던 것 같다. 그때부터 그는 돌아갈 곳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 --- --- ---



"소대장님은 끝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느덧 해가 언덕 뒤로 넘어갔을 무렵 오늘 5번째 순찰에서 돌아온 소대장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날씨가 다시 추워지며 우리는 구덩이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글쎄다."


"저는 간만에 여행이나 다니려 합니다. 해외로 나가는 건 아니고."


"그렇군."


"집에 안 쓰는 차가 있습니다. 원래 어머니 차였는데, 저번 폭격 때 다리를 다치셔서. 팔아버리려고 했다는데, 어차피 잘 팔리지도 않을 거 제가 타겠다고 했습니다."


"그랬군."


"10년 정도 된 비엠인데. 오래됐지만 아버지가 차를 좋아하셔서 어머니 차도 자주 돌봐줘서 아직도 쓸만합니다. 기름은 좀 많이 잡아 먹지만."


"... ...."


"그걸 타고, 저희 주둔지 있지 않습니까? 거기부터 저희가 왔던 길을 타고 주욱 돌아볼 예정입니다. 뭐 아주 꼼꼼히 돌아다니는 건 아니고, 봉쇄가 안 된 곳만 힐끗힐끗 둘러보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 그렇군"


"지금은 내가 들어갈 구덩이 찾느라 바쁘지만, 그때 되면 또 다르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있었던 사람들 생각도 좀 날 겁니다. 할 이야기도 많을 겁니다. 여기서 있었던 일이라면 뭐든지 알고 있으니까. 우리가 아니면, 누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이나 하겠습니까?"


행정병들은 그런 이들을 실종 아니면 사망으로 기록했다. 죽고 나면 이들의 최후를 기억하는 것은 피 묻은 바위나 하늘에서 바라보는 별들밖에 없었다. 바깥의 사람들은 전쟁터의 군인이 어떻게 살고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곳을 떠나서 도시 속으로 되돌아가면 여기서 있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 같았다. 누군가는 기억해야 할 것 같았지만, 정작 군대에 남아 있으면 제 목숨을 부지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이곳에 돌아오고 싶었다. 조용한 별빛 말고도 그들을 기억할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데. 소대장님도 가시겠습니까?"


소대장은 대답이 없었다.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모습이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소대장은 구덩이 속에서 하나둘씩 밝아오는 별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거 재밌겠네."

그 뒤로도 나는 내 자동차와 여행 이야기를 했다. 소대장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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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 ㅇㅇ장 예하 통사에게 전함. 10 마이크 이내로 ㅇㅇ장 호 앞으로 집합. 돌격 군장은 1일 치로 경량화할 것. ㅡ


"누구 작전 지도 있나? 아, 좋아. 지금 보면 3대대는 여기 브라보...072 지점까지 진출했고. 그런데 여기...마을 옆에 600미터 고지 보이지? 여길 우회해서 지나왔는데 아직도 근방에서 간헐적으로 저항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탕하러 갈 거야. 1중대랑 화기 인원 몇 명이 지금 그쪽을 감시하고 있어. 군장 받고 하루 이틀 정도 있다가 2대대 본부 오면 3대대 지역을 초월해서 진출할거야. 소대장은 병력 인솔해서 밑으로 먼저 내려가고, 본부 애들은 천막 전부 철거해서 1톤 오면 실어둬."


우리가 출동하게 된 건 자정이 다 되어서였다. 오후에 출동할 것으로 생각했다가 저녁쯤에 군장을 다시 풀었던 녀석들은 허겁지겁 출동 군장을 준비해야 했다.

10 킬로미터 정도를 이동해야 했지만, 대부분의 거리는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작은 고지에 고립되어 있다면 전투 자체도 오래 가진 않을 테니 3시 전에는 끝나겠지. 군장을 받기 전까진 한숨 잘 수 있을 것 같다. 


"소대장님은 앞에 타십니까?"


"아니. 뒤에서 잘 거야."


소대장은 그렇게 말하곤 트럭배드의 가장 안쪽에 꼬물꼬물 기어들어 갔다. 도착하고도 그냥 땅바닥에서 잘 생각인가, 소총 외에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다.


"우리 어디까지 가는 겁니까?"

옆에 앉은 이름 모를 신병이 내게 물었다.


"600 고지면 코앞이야. 소리 크게 잘 지르면 1중대랑 대화할 수 있을지도."


"김 병장님은 이번에 몇 명 정도 예상하십니까?"

아직 전투는 한 번도 못해본 녀석이었다. 그의 얼굴은 긴장감과 내심의 기대감이 섞여있었다.


"적들의 규모? 원래 도망가던 애들이었고 싸우다 고지 하나에 고립된 적들이면 많아 봐야 중대 정도 규모겠지."


"그럼 1중대도 있고 뒤에 화기도 있으니까 저희가 두 배 아닙니까?"


"우리가 없어도 두 배 정도 될 테니까. 우리가 가면 최소 3배겠지."


"그럼 굳이 우리까지 가는 이유가 있습니까?"


"솔직히 안싸워도 되는데. 어차피 도태된 적들이고, 그냥 확실하게 잡으려고 우리도 투입되는 거야."


신병의 눈빛이 한순간 반짝였다. 쉬운 싸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아직도 항복을 안 했다면 꽤 저항이 격렬할 거란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긴장해서 트럭에서 구토라도 하면 옆에있는 내가 다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고참들은 이미 소총에 기대 잠을 자거나 먹다 남은 전투 식량을 입에 쑤셔 넣고 있었다. 신병 녀석들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인지 자기들끼리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트럭의 소음에 묻히지 않게 거의 악을 쓰는 터라 귀가 아팠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다들 조용히 해. 거의 다 왔으니까."


구석에 있던 소대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잠이라도 자는 줄 알았는데 계속 깨어있던 모양이다. 소대장 건너편에 앉아있던 하사가 운전석을 두드려 헤드라이트를 끄고 속도를 줄이라고 신호했다. 순식간에 심야의 어둠과 고요함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운전병은 별빛과 달빛의 희미한 빛에 의존하며 천천히 트럭을 운전했다. 전방의 언덕 너머에서 주기적인 총성이 들렸다.


"... 1중대 소리다."

누군가 조용하게 속삭였다. 모두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언덕 뒤의 교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단발로 울려퍼지는 총성 사이로 가끔씩 고함이 들려왔다. 상당히 가까운 거리였다. 총성은 5초에서 10초 주기로 들려왔다. 아직 폭발 소리나 흥분해서 연사로 갈기는 놈은 없는 걸 보니 본격적으로 교전이 시작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차를 세워. 도로 오른쪽 도랑을 타고 마을까지 이동한다."

중대장과 교신하던 소대장이 지시를 내렸다. 트럭이 정지하고 우리는 분주하게 트럭에서 내려 도랑 쪽으로 이동했다. 중대장과 소대장, 하사 간부들은 지도를 보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윽고 중대장이 운전병에게 신호를 하자 운전병은 조심스럽게 우리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을에 도착하자 경계를 서는 1중대 본부의 일부 인원을 빼면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1중대장이 이미 고지 아래까지 인원들을 이끌고 갔다고 말해주었다.

중대는 1열로 늘어서 좁은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600고지에 접근했다. 고지까지 접근하자 총성은 비교적 줄어든 후였다. 경계를 서던 1중대 병사를 마주쳐 수하를 받고 지휘소 쪽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한 30명? 20명 정도. 아까 트럭을 봤는지 내려오려는 애들이 있어서 잠깐 교전이 있었어. 일전엔 항복하라고 하니까 대신 판저 쏴대던데? 아직 버틸 만한가보지. 그것 때문에 뒤질 뻔했다."


1중대장은 우리에게 적들의 위치나 진지 규모를 설명해 주었다. 산 중턱 곳곳에 숨어있는 터라 1중대는 적들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하루 종일 정찰해야 했고, 오늘 저녁쯤에야 진지 위치와 적 규모를 확인한 모양이었다.


다음 지역으로 안전하게 이동하려면 어쨌거나 이들을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나무가 빽빽해서 드론이나 화력 지원이 제한되어 보병으로 쓸어야 하는데, 땅을 파고 들어가 발사관과 수류탄을 날려대서 그 지역에만 있던 병력으론 쉽사리 몰아낼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우리 중대 남은 게 40명 정도고, 화기 애들까지 합치면 50명 정도 돼. 직사 애들도 너네랑 같이 가라 그러고, 우리 1소대가 뒤쪽에서 막을 테니까 나머지 애들은 네가 데려가. 이런 건 너네 전문이잖아."


소대장은 어깨를 한번 으쓱이며 인원들을 소집했다. 소대장을 처음 보는 다른 중대원들은 그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나를 포함한 몇몇 소대원이 소대장 양옆에서 그들을 노려보자 대부분은 알아서 눈을 피했다. 위압감 형성에 성공하여 기분이 좋아진 난 신병에게서 지도를 뺏어 소대장에게 대령했다.


"자, 전부 주목." 주목 - "적들은 지금 여기 세 개 능선 사이로 진지를 구축하고 있고. 진지에 발사관을 쌓아뒀다고 한다. 반대편에도 진지가 있지만 경사가 심해서 접근은 어렵고, 아마 거리를 보면 정점 쪽 두 진지 사이 여기 지휘소가 있고 그 뒷쪽 진지는 예비대나 탈출할 때 호위용으로 운용하고 있겠지."


600고지는 ㅈ에 가까운 삼각별 형태로 3개 능선이 만나는 지점을 최고점으로 1중대가 있던 동쪽은 비교적 완만하지만, ㅈ의 위쪽은 절벽이 있는 형태였다. 1중대에 따르면 절벽이 있는 계곡은 사람을 여럿 투입하기는 곤란하지만, 소수 인원은 간신히 이동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절벽 아래쪽 계곡에 1중대 1소대 인원을 배치하고, 우리가 완만한 능선을 따라 적들을 몰아넣으면 좁은 계곡을 타고 탈출하는 적들을 잡아낼 생각이었다. 우리가 없더라도 병력을 배치해서 포위해 두면 고립된 병력은 탄약과 식량이 떨어져서 알아서 나가떨어지겠지만, 저들에게 남은 물자가 어느 정도인지, 며칠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래서 우리 같은 전문가가 들어가는 거지."


상병 하나가 신병에게 자신만만하게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신병은 자신감이 오른 모양이었다. 그는 훈련소에서 배운 지식이나 부대에서 전해 들은 것들에 대해 말하며 전투를 준비했다. 우리는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각자 위치로 향했다. 나는 소대장과 같은 조로 가장 오른쪽 능선을 함께 올라가게 되었다. 언덕이 작고 길이 뻔해 우회 공격은 무의미했고, 각 능선에서 한꺼번에 몰아치며 직사 소대와 함께 진지를 직접 박살 내며 올라가야 했다.


"적들의 화력이 생각보다 세서, 능선 양옆 경사로를 따라 엄폐하며 올라간다. 각 능선 제대는 라인 맞춰서 올라가고. 선임병과 분대장들은 반대편 능선에 있는 아군 제대 확인하며 진격 속도 조정할 것."


우리는 겨드랑이에 소총을 끼고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적을 식별하기에 어려웠지만, 진지의 위치를 대강 알고 있어 공격 위치를 잡기는 어렵지 않았다. 관건은 가장 낮은 진지를 최대한 빨리 점령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공격 개시는 1번 진지까지 몰래 올라가 판저로 날려버리는 것으로 시작될 예정이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각 제대가 위치를 사수하기를 기다렸다. 어둠 속에서 바람 소리만 스산하게 들려왔다.


"312 국도 생각난다, 그치?"

누군가 내게 중얼거렸다.


"312 국도? 거긴 끔찍했어. 이 하사가 수류탄 잘못 던져서 작전과 일병이랑 자폭했잖아."


"그거 말고. 분위기가 말이야. 전개도 그렇고."


"... 아직 우리가 있는 걸 모르-"


콰앙-!

이런 씨이- ㅂ-  ..!..!


섬광과 함께 흙먼지가 수 미터 위로 솟구쳤다. 피와 살덩이가 사방으로 퍼진다. 고막이 다친 건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판저! 판- "

한 상병이 다급하게 소리치는 게 보였지만 적의 기관총이 더 빨랐다. 발사 위치를 잡기 위해 너무 높게 몸을 세웠다가 탄환이 방탄모를 뚫고 들어가자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픽 쓰러졌다.


소대장이 무언가 소리치며 안쪽 능선의 바위 뒤로 몸을 숨기고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그에게도 총알이 쏟아졌지만, 작은 체구 덕분에 바위 뒤로 완벽하게 몸을 숨길 수 있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정신머리도 없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반대쪽 경사로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직사 소대 일병의 목덜미를 잡아당기며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쏴! 쏴!" 일병의 방탄모를 손바닥으로 치며 외쳤다. 일병은 판저를 조준하다가 총알이 주변에 떨어질 때마다 다시 몸을 숨겼다. 욕을 하며 그를 발로 차댔지만, 끝까지 발사하지 않았다.


고개를 살짝 들어 반대쪽 능선을 확인했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섬광이 보였지만 이쪽을 향하진 않았다. 진지에 있는 적들은 다람쥐 같은 소대장을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소대장이 시선을 끄는 동안 빠르게 진지를 없애야 했다.


일병의 턱끈을 잡고 바닥으로 처박고 그의 발사관을 빼앗았다. 능선 가운데 쪽으로 몸을 던져 곧바로 진지를 향해 판저를 발사했다. 진지 안에서 무언가 빼꼼 이쪽으로 바라보더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지만, 판저의 탄두가 폭발하며 머리와 함께 깔끔하게 사라졌다.


소대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엄폐물에서 뛰쳐나와 진지 앞까지 달려가 소총을 갈겨댔다. 정리가 되었는지 소대장은 이쪽을 향해 엄지를 올렸다. 나는 아직도 자빠져있는 일병을 왼손으로 끌고 올라가며 오른손으로 진지 위쪽을 향해 총을 쐈다.


"야! 너 누구야! 정재환….정재환 일병!"

맥없이 끌려다니는 일병의 명찰을 확인하고 소리쳤다. 뺨을 때리자 초점이 나에게로 향했다.


"1번 진지는 제압했어. 이제 빠르게 서로 엄호하며 올라갈 거야. 내가 먼저 올라가서 쏘기 시작하면 넌 내가 엄폐하는 곳까지 올라와서 같이 쏴."


일병은 무언가 중얼거렸다. 아직도 귀가 들리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판저를 돌려주며 그를 놓아주었다.

빠르게 1번 진지까지 올라가 소대장과 합류했다. 소대장은 무언가 무전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적들이 내려오는 중인지 버틸 생각인지 확인하기 위해 진지 위쪽을 바라보았다. 총구 섬광이 번쩍일 때마다 빽빽한 나무의 실루엣이 보였다. 총알이 날아오지 않는 걸로 봐선 반대쪽 능선을 쏘고 있는 모양이었다.


"빠...게 ...라가! ...직 여기 상황을 몰라! 잡아줘야 주 하사 애들이 올라가!"

소대장이 나를 두드리며 소리치자, 그때야 청각이 어느정도 회복 된 것을 느꼈다. 여전히 오른쪽은 들리지 않았지만.

뒤에 있던 직사 소대 일병에게 눈짓하자 그는 눈을 부릅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난 소대장 뒤에 붙어 몸을 낮추고 위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반대쪽엔 1중대 병장이 후임들을 끌고 올라가고 있었다.

소대장은 몸이 작아 어디든지 엄폐할 수 있었지만, 난 좀 더 조심스럽게 위치를 잡아야 했다. 소대장도 그걸 알았고, 큰 나무나 바위 뒤는 나를 위해 남겨두었다.

조금 더 올라가자 2번 진지에 있는 적들이 우리 소리를 들었는지 무언가 다급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총알이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지만 조준하고 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눈먼 총알에 맞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낮추며 빠르게 엄폐물을 찾아갔다.


"... 김예설? 야! 너 예설이냐?"

왼쪽 귀에서 희미하게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1중대 병장이 총을 쏘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누군데?!"

난 여전히 언덕 위를 향해 총을 쏘며 대답했다.


"주둔지에서! 교육대! 7 생활관!"

우리는 동시에 언덕을 기어 올라가 엄폐하고, 진지를 향해 사격을 하다가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


"야! 오랜만이다! 너 아직 살아-"


꽈앙!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한 채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전투모 위로 흙과 나뭇가지가 후두둑 떨어졌다. 젠장, 그놈의 발사관. 도대체 몇 개나 박아두고 있는 거야? 소대장의 위치를 확인하자 5미터 정도 앞까지 올라가 몸을 이리저리 숨기며 응사하고 있었다.

오른쪽을 바라보자 1중대 병장은 상반신이 날아간 채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뒤에 있던 그의 후임이 비명을 지르며 그의 하반신을 흔들고 있었다.


"그래, 나도 만나서 반가웠다."

그렇게 중얼거리고선 언덕 위쪽으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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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초반에 발각된 것은 사고였고, 제대로 따라 주는 건 김예설 병장 말곤 없었지만….


애초에 그렇게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30명도 안 되는 인원이 산 하나를 전부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병력은 이곳저곳 분산되어 있었고, 진지 하나당 두세 명의 병사 정도밖에 없었다. 발사관을 능선마다 배치한 것은 거슬렸고 계곡이 좁아 능선별로 식별이 쉬웠지만 진지에 근접하기 전까진 제대로 된 발사각도 나오지 않았고, 나무가 빽빽한 탓에 정작 능선의 진지 간 지원도 어려웠다. 사실상 진지 단위로 고립된 적들이었다.


"빠르게 올라가! 아직 여기 상황을 몰라! 잡아줘야 주 하사 애들이 올라가!"

1번 진지를 날려버리고 올라온 김예설 병장에게 소리쳤다. 한쪽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제대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내가 뛰쳐나가자 바로 뒤로 김병장이 따라 올라왔다. 5미터 앞 쪽에 흙이 갑자기 튀어오르더니 총알이 박힌 나무가 따닥- 하고 파열음을 냈다. 곧바로 작은 나무나 바위 뒤로 이리저리 엄폐하며 계속해서 올라갔다.


덤불에 시야가 가리자 더 이상 이쪽으로 총을 쏘지 않았다. 그 대신 발사관 섬광이 반대쪽 능선을 향해 내뿜어지는 것을 보였다. 덤불의 가지를 붙잡으며 계곡 더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흙이 물러 푹푹 미끄러졌지만, 몸이 가벼운 덕분에 얇은 나뭇가지로도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 이럴 때만은 여자가 된 것이 다행이라 느낀다.


덤불을 지나 경사면에 엎드리자 2번 진지가 코앞까지 있었다. 총구 섬광이 뿜어져 나올 때마다 적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툭 삐져나온 나무뿌리에 군화를 걸치고 단발로 5발을 진지에 쏘자 비명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다급하게 소리치더니 내 쪽으로 기관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몸을 감추고 쏴대는 탓에 총알은 모두 내 위로 빗겨 지나갔다. 10초쯤 지나자 총 소리는 나지 않고 비명 소리만 들렸다. 기관총을 잡은 신병이 총알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쏴대는 모양이다.


반대편 경사로 쪽에서도 비명이 계속 들리더니 총성이 몇 발 교차하는 것이 들렸다. 고개를 들자 김 병장이 소총을 겨드랑이에 끼고 진지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신병은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빈 기관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김 병장은 진지 안쪽을 잠시 살펴보더니 그의 등 뒤에 대검을 찔러넣고 그대로 총알을 두어 발 박아 넣었다.


"우리 애들 보는 것 같네."

그가 중얼거리며 시체들 사이에서 기어 나왔다.


계곡 쪽에서 진지로 올라가 2번 진지 안으로 들어가 무전 상황을 확인했다. 이걸로 이쪽 능선의 진지는 모두 점령되었고 정점의 지휘소만 남았다. 반대쪽 능선의 상황도 순조로운 것을 확인한 후 김 병장과 함께 언덕을 올라갔다. 지휘소까지 능선은 비교적 완만했고 시야 확보도 쉬웠다. 좀 더 올라가자, 지휘소 천막 내부의 목소리까지 희미하게 들려 잠시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1중대 10, 우리 소대 4, 화기 3 남았습니다."

김 병장이 조용히 속삭이며 나에게 보고했다. 선 공격을 받은 것 치곤 피해 상황이 좋았다.


"다른 제대 기다릴 필요가 없겠어. 오히려 예비대가 다른 능선으로 내려가기 전에 먼저 쓸어버려야겠어."

김 병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전방. 적 3명. 지휘소 뒤쪽입니다."


"말하기 무섭게 나왔군."


적 예비대는 사방이 공격당하자 아직 어느 쪽으로 향해야 할지 감을 못 잡은 모양이었다. 한 명은 한쪽 귀를 막고 무전기에서 나는 소리를 계속해서 듣고 있었고, 다른 두 명은 아직 교전 소리가 나는 반대쪽 능선을 향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나는 별 다른 지시 없이 곧바로 뛰쳐나가 총을 겨누고 셋을 향해 총을 쏴댔다. 김 병장과 뒤에 있던 다른 병사들도 각자 퍼져 같은 곳을 사격했다. 무전기를 보던 한 명과 다른 병사는 곧바로 쓰러졌다. 다른 한명은 빠르게 천막 뒤로 몸을 숨겼다.


이어서 지휘소에서도 총을 든 몇 명이 뛰쳐나왔지만, 대부분은 쓸려나갔다. 지휘소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천막에 남은 탄창 하나를 모조리 비웠다. 1중대 몇 명은 지휘소 뒤쪽으로 향했다.


천천히 총을 겨누고 지휘소 입구로 향했다. 총을 맞은 참모 간부의 신음소리 말고는 들리지 않았다. 김 병장이 내 뒤에서 그들의 언어로 항복하라고 소리쳤다.

천막 입구를 총구로 툭툭 건드리자, 지퍼가 살짝 열리며 누군가 손을 머리 위로 든 채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봐, 이제 다 끝났어. 너네 군은 이미 다..."


툭-

손을 머리 위로 든 포로의 소매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 발 밑으로 굴러와 군화에 닿았다.. 지휘소에서 희미한 전등의 불빛이 잠깐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움푹 패인 그림자가 진 미간 사이로 부릅뜬 눈이 번득였다.


"수류탄이다!"


소총을 휘둘러 개머리판으로 그의 턱을 깨부쉈다. 픽 쓰러지며 흙바닥에 처박혔다. 소총을 옆으로 던져버리고 수류탄을 향해 몸을 던졌다. 하지만 내가 바닥에 닿기 전에 무언가 내 목덜미를 잡고 휙 잡아당겼다. 뒤로 날아가며 몇 번이나 구르며 나가떨어졌다.


어두운 산속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다급한 외침이 폭발음에 묻혀 사라졌다. 굉음과 함께 땅이 울렸다. 무언가 날아와 머리를 쳤고, 그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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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젠장. 머리가 지끈거린다.

파편이 머리에 박힌 건 아니겠지.

아니, 그랬으면 이미 죽었으려나.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려고 했으나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숨을 내쉬려고 입을 열었지만 통증 때문에 연약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아... 소대장님...?"

힘겹게 눈을 뜨자 흐릿하게 작은 여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 조용히 해. 입 열지마. 모르핀. 모르핀…."

소대장이 옆의 누군가를 향해 말을했다. 조용하지만 다급한 목소리였다. 뭔가 신선한 모습이라 웃음이 나왔다….아….아프다.


"하하... 흐... 괜찮으십니까?"


"조용히 해. 피 나잖아. 거즈-. 잡아줘."


소대장이 불쑥 손을 내밀자 의무병이 허둥지둥 거즈를 꺼내 건넸다. 소대장이 내 배 쪽에 거즈를 쑤셔 넣었다. 그제야 배에 구멍이 났다는 걸 깨달았다. 아아...아프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피가 빠져나가서인지, 머리도 어지러웠다. 귀도 먹먹했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빛만 선명했다. 파란 불빛에 소대장의 얼굴이 비쳤다. 아까 전에 조금 다쳤는지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내가 던져서 다친 건 아니었으면 좋겠네.


시야가 점차 흐려졌다. 눈을 감고 싶었지만, 소대장에게선 눈을 떼고 싶지 않았다. 새벽의 나무도, 우왕좌왕하는 의무병도 점차 흐릿해진다. 숨을 내쉬며 소대장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잔뜩 헝클어지고 피가 눌어붙은 머리카락과, 흉터와 진흙 투성이인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어두운 눈빛과….


"하...하... 으흐흐... 소대장님….보이십니까?"

별이 보이고 있었다. 내가 이름도 모를 전장의 주검이 될 때, 포탄에 타오른 흙과 잔디를 달래줄 거름이 될 때…. 내 생애를 기억해 주는 것은 저 별들밖에 없었는데.


"... 정신 차려, 병장. 정신차려. 여기 봐... "


소대장님, 아십니까? 그런 모습이 되고 나서 저희 곁을 떠날 것 같았는데, 소대장님은 계속해서 부대를 지켜주셨습니다. 이런 전쟁터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인데. 마치 지상의 지옥도와는 동떨어진 듯 언제나 아름다워서….


"김병장... 숨... 의무병, 왜 피가 안멈추는거야... 숨 쉬어... 김병장... 예설아..."


다행입니다. 내가 죽더라도 저 슬프도록 새파란 별빛 말고도 나를 기억해 줄 사람이 한명 더,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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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3월 말에는 다 쓸줄 알았는데 4월 초에 여행가서 못썼음.


그래서 대회 한 2주정도 남기고 홍보겸 단편 딱 써서 올리면 적당하겠지 싶어서 기간 연장했는데 또 못썼음. 사유) 술마시고 놀았다.


근데 막상 다 쓰고 보니까 좀 짧기도 하고 뭔가 뭔가인 것 같음.... 그리고 쓰다보니 아하! 대회 기간 1달이 상당히 짧은 거였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주엔 또 병원 가야해서 그냥 5월 6일 연휴 끝나는 날까지 기간 연장하고 7일 쯤에 발표하겠습니다 젠장.


글 쓰면서 군대에서 쓴 일기나 이런 것좀 만히 읽어봤는데 군대 시절의 나는 참 화가 많고 센티한데 깐깐하기도 한 튼녀같은 년이었구나라고 느꼈다. 후임들에게 미안한데 먼저 전역해서 안미안하다. 


군필튼녀 써줘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