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란걸 시작했을땐 고아.

초등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후 부터는 고아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다.
물론 병신처럼 처맞고 다니기만 한건 아니지만 이 지독한 고아라는 칭호는 뒷배가 없는 나로써는 뗄래야 떼어낼 수 없는 낙인이자 이마에 새겨진 노예문신같은 것이였으며 지역고아원에 묶여있는 나 이기에 다른 학교로 전학 간다던가 하는 선택지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거기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버티고 버티게 해준, 사랑스러운 취미에까지 성인이 된 지금에도!
가장 힘든 야간편돌이 알바중인 이 순간마저도 부조리함을 느낄줄은 몰랐다.

"다음편이... 없어...?"

제발 이러지 말아다오...!
다음편! 다음편!!!
작가한테 부조리를 당하고 있어요!
응애! 나 갓 성인 편돌이 소설 더 보고싶어!

사실 습관에 가까운 발작이다.
알바할때 소설한편 보면 곱씹느라 두시간은 뚝딱이니까.
무었보다... 재밌으니까?
작가는 원래 매달아놓으면 작품을 낳는다고 했다.
심지어 그런 습관성 발작에 절여진 사람은 나뿐만 있는게 아니다.

-작가님 건강보단 연재입니다.
-다음편... 없다?
-다음화 안주면 사람들 다니는 대로변에 바지에 오줌싸고 작가님 때문이라 할거야!
-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연참해

다들 미쳐돌아가는구나.
물론 미쳐있는건 나도 마찬가지.

-연참한잔해~

재밌잖아 더줘
응애.

-딸랑
"어서오세요 24시 TS편의점입니다."

다른 댓글을 둘러보며 시간을 죽이는 사이 손님이 왔다.
와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 사람이다.
축 저진 어깨와 힘이 하나없는 걸음걸이
판다도 자기 친구라 생각할 만큼 짙은 다크서클과 텅 비어버린 동공까지.
피곤에 절여지다 못해 과로사 하기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힘들어보이는 사람이었다.

손님은 곧장 에너지드링크를 바구니에 쓸어담고는 계산대 위에 올려놨다.
진짜 많네. 이거 다 마시면 혈압올라서 죽지 않을까?
삑-삑- 반복적인 기계음을 울리는 사이 손님이 말을 걸어왔다.

"너구나...?"
"예???"
"연참 한잔해?? 말은 쉽지..."
"어... 무슨 말씀 이신지..."

손님은 힘없는 손가락을 들어 내 폰 액정을 가리켰다.

"그렇게 원하면 니가 직접 연재해."
"그게 무슨-"

얼타는 사이 손님의 손이 내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연참하라 한번 댓글썻다고 후타나리 미소녀들 한테 무한히 따먹히는 여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는건 너무하는거 아니냐고!!!"

세상은 부조리하다.
존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