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을 달리는 스포츠카'


상당히 낭만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보았을때 스포츠카와 전쟁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카는 보통 민간에서나 쓰이지 전쟁터에선 사용되지 않는다. 속도가 빠르다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탑승자를 보호할 장갑도 부재하고, 무거운 군사 장비와 총기를 실어나를수 있는 적재 공간도 매우 작고, 또한 스스로를 보호할 최소한의 무장마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런건 보통 멋을 위해 게임이나 영화속에서나 등장할법한 요소 처럼 들린다. 하지만 의외로 실제로 스포츠카, 정확히는 머슬카가 총탄이 오고가는 전장을 달린 공식 기록이 존재한다.



때는 1992년

20세기 후반, 2차대전과 더불어 가장 잔인한 전쟁이라 평가받는 보스니아 내전이 발발하게 된다. 1992년 부터 1996년까지 발발했던 이 전쟁으로 400만 인구의 40%가 난민으로 전락해버렸고, 30만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그외 각종 제노사이드,학살,기근,강간 등으로 피해를 입은 민간인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평소 같았으면 약 몇 알만 먹고 완치될 병도 고치지 못하거나, 식량보급이 끊겨서 고작 빵 하나로 하루를 버텨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당시 보스니아 평화 유지군으로 파견된 미군은 이런 난민들을 구제하고자 구호품을 보급할 계획이 있었으나 문제는 이걸 어떻게 피난민들에게 보급하냐는 것이다. 큰 소음을 내고 눈에 매우 잘띄는 헬기는 대공포 사격에 매우 취약했고, 군용차량은 그 특성상 아무래도 덩치가 크고 느린데다 눈에 잘띄는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밖엔 세르비아군과 민병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렇게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덴마크 특수부대 장교인 헬게 마이어의 눈에 들어온게 있었다.



"저거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예?? 저거요??"


그의 눈에 들어온것은 부대 한켠에 주차되어있던 2세대 쉐보레 카마로였다. 


그의 복안은 "크고 느린 군용차로 보급이 힘들다면, 작고 빠른 스포츠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것이었다. 상당히 무모한 생각이었지만, 이론상으론 가능하였다. 이에 가능성을 느낀 미군은 헬게 마이어와 함께 카마로를 전장에 맞게 개조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일명 "고스트 카마로"였다. 조 항목은 뒷좌석제거(수납공간 확장, 적재중량 추가확보), 후방 및 옆창문제거 및 방탄판장착, 정/측면 방탄유리 설치, 패널 캐블러방탄 처리, 캥거루 범퍼, 인계철선 절단기, 타이어 펑크를 대비하기 위한 런플렛 타이어, 적외선 흡수도료 도장, 열화상 카메라, 항공 지원용 무전 장비 탑재, 엔진성능 업그레이드(105마력→220마력), 추격전에 대비하기 위한 니트로 탑재(440마력), 완전히 개조된 이 차량은 총 400kg의 구호품을 적재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필요한건 다 갖춘 헬게 마이어는 본인이 직접 카마로에 탑승하고 400kg의 구호품을 이곳 저곳에 전달하는 임무를 밤낮없이 수십 차례 진행 하였다. 종종 세르비아군이나 민병대가 그를 잡기 위해 추격전을 시도 하였지만 언제나 고스트 카마로는 압도적인 성능으로 그들의 추격을 뿌리쳤다. 무엇보다 세르비아군이나 민병대가 소유한 군용 차량은 고스트 카마로를 추격하기엔 역부족 이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헬게 마이어는 아무런 무기도 없이 그저 성경 하나를 가지고 카마로에 탑승하여 임무를 수행하였다. 헬게 마이어 덕분에 처참하고 비참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난민들은 그를 신의 람보라 부르며 칭송하였다.



전후 고스트 카마로는 헬게 마이어에게 군용품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일부 장비를 제거한 상태로 양도 되었으며 오렌지색으로 재도장한뒤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10만 km 이상을 달린 고스트 카마로를 잘만 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