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초는 혼돈이니,


형제는 서로를 죽여대고

강자는 약탈을 서슴않고

부모는 자식을 팔아넘기고


약속은 배신당하는


선을 규정할 수 없는 무질서의 마굴


하늘은 어지러이 형언할 수 없는 빛으로 가득하야

인세의 중생들은 사방팔방 방황하고

지하의 망령들은 뛰쳐날듯 들끓어


바야흐로 짐승이 그러하듯 꾸물대었다.



#2

빛이 있으메,


어지럽던 하늘에 광명이 가로질러

팔색정연하게 구분된 사물이 조화로이 운행하니


현인이 강림하야 짐승이 사람되고

망령이 침묵하여 토지가 축복되니


방황하던 중생들이 긴 줄지어 순례하고

돌아가던 바윗돌이 뽑혀나가 길이나고

너른들판 무주공원에 천공계단을 건립하니


이웃의 우애가 돌고돌아

모범의 미담이 퍼져나가

부자의 은혜가 대물려져


인계에 용서와 관용이 넘쳐나고

인류는 강건하게 발전하며

이윽고 하늘 너머 승천할지니


나아갈 길에 한 점 의심 없으리라.



#3

사회가 무너지고,


동무는 서로를 고발하고

광신은 무결에 집착하고

자식은 아비를 찔러대어


창업군주의 열망은 탐관오리의 패악으로

주작대로의 기상은 시정잡배의 문란으로

문명국가의 도덕은 야만시대의 수심으로 복고되니


단 하나의 길을 밝히던 빛이 쪼개어져

수 없이 쏟아내리는 유성에 폭격당해

찬란했던 대도가 쑥풀만이 무성하면



# 새 질서가 일어선다 #



태고적 혼돈을 가르던 현자가 그러했듯

구세주, 미륵불, 마흐디로 예언되어

마르틴, 조지, 애덤, 카를의 이름으로

왕조를 구태로 묻어버리고 새 신화를 일으켜 세웠으니


우리의 질서 또한 무너지리

우리에 의한 가정 또한 무너지리

우리를 위한 사회 또한 무너지리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화신의 증인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