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서울 2063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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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조금 전 지났음에도 홍대 거리는 불야성이었다. 곳곳의 술집과 유흥업소에서 끈적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거리에는 취객들이 비틀거리며 다음 유흥거리를 찾았다. 행인들의 발에 밟힐대로 밟혀 아스팔트와 하나가 된 선정적인 광고지와 구석에 쓰러져 잠을 청하는 노숙자, 창녀와 마약중독자로 가득한 홍대 거리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은 두 사람이 길을 걷고 있었다. 지원은 마지막 담배를 재떨이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슬슬 가보자. 이쯤 되면 사람이 별로 없거든.”


수화는 여전히 걱정의 끈을 놓지 못한 얼굴이었다.


“괜찮을까? ‘조 씨’라는 사람한테 들었는데, 경찰을 엄청 싫어한다면서?”


“그래서 사람 적은 이때 들어가자는 거지. 걱정 마, 티만 안내면 모르니까. 나도 그랬거든.”


지원은 LAD 후문으로 들어가 바로 조 씨의 사무실로 내려갔다.


“혹시나 하면 봐 둬, 여기서 뛰는 것도 나쁘진 않거든.”


사무실 문을 열자, 조 씨도 레나도 알리사도 모두 있었다. 지원이 물었다.


“다 있었네? 파트마 씨는?”


“진작 퇴근했지. 해킹은 전문이 아니거든. Mr 수화? 여기 앉으시죠.”


수화는 굉장히 불편한 눈빛으로 의자에 앉았다.


“실례하겠습니다.”


조 씨는 레나에게 눈치를 줬다. 레나는 컴퓨터를 두들겨 아까 전 지원이 보낸 메일을 띄우더니 수화를 사납게 흘겨보다 입을 열었다.

“언니가 보내준 메일은 발송지를 이리저리 꼬아 놓기는 했는데 저랑 알리사가 금방 찾았어요. 이 근방이에요.”


레나가 띄운 장소를 본 수화가 말했다.


“인천항? 동인천 쪽이잖아요.”


지원은 턱을 만졌다.


“야쿠자들 동네였지? 영… 느낌이 불안해. 최대한 빨리 애를 찾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레나, 더 자세하게는 안 돼?”


“불가능해요. 인천항 주변은 갱이고 기업이고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어서 온갖 곳에 방화벽이 세워져 있거든요? 그래서 해킹을 시도하다 다른 방화벽을 잘못 건드리면 주변 모든 인트라넷이 뒤집어 엎어지고 금방 누가 해킹을 시도한다는 게 들통날 거예요. 그놈들이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방화벽이 얽히고 얽혀 마치 군부대 같은 보안을 자랑하게 되는 거죠. 방화벽에 걸리지 않고 확인 가능한 위치는 저 정도뿐이에요.”


“일단 시도는 해 볼 건데, 아무리 그래도 반경 1.5km를 이 잡듯 뒤지는 건 어려워. 너도 말했지만 주변에는 온통 갱이나 기업, 그리고 주택들이 가득해.”


수화가 입을 열었다.


“저긴 저희 서 관할도 아니라 함부로 들쑤시고 다니다간 제 입장도 난처해질 거예요.”


지원은 그런 수화를 바라보았다.


“난처? 조카 찾는 일이 난처한거야? 아니지. 그건 삼촌으로서, 어른으로서 하는 일이야. 경찰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방금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했지? 눈빛으로 알 수 있어. 할까 말까 그딴 걸 고민한다면, 내 대답은 ‘하지 마’야. 그러니.”


지원은 주먹을 뻗어 수화의 가슴을 툭 쳤다.


“망설이지 말고 당신이 선택해. ‘존 윅’처럼.”


지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난 집에 가서 눈 좀 붙일 거야. 확답을 내렸다면 내가 일어나기 전에 연락해. 9시 30분까지 말이야. 참, 뒷문으로 나가는 거 잊지 말고.”


지원은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 자정이 훌쩍 넘긴 시점임에도, 준용은 자지 않고 지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꼬마. 안 자고 있었어?”


“오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누나…를 요.”


“나를? 어째서?”


“…누나는 나갔다가 돌아오는 기간도 일정하지 않고 항상 자는 모습을 더 많이 봐서… 조금… 깨어 있는 모습이 보고 싶었어요. 형님을 만나면 무어라 말해야 할 지도 생각했었고요.”


지원은 그런 준용을 빤히 바라보더니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생각에 잠겼다. 준용은 그런 지원의 시선을 피했다. 지원은 대뜸 준용의 어깨를 잡고 시선을 맞췄다.


“미안, 항상 바빠서 네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어. 쉽지는 않겠지만… 되도록 늦게 들어오지 않게 노력해 볼 게.”


준용은 그런 지원의 갈색 눈동자를 바라보더니 이내 몸을 벌떡 일으켜 휑하니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꼬마라고 부르지 마요. 저도 제 이름이 있으니까.”


지원은 준용의 방 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이에 안 맞게 귀엽단 말이야, 꼬마.”


다음날, 지원은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수화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따라갈 마음이 든 거야?”


“응. 사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반경 내의 지역 절반 정도는 수색했어.”


지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말 한 마디로 잠은 모조리 달아나고 말았다.


“수색했다고? 그 지역의 절반을?!”


“그 여자 분이 소형 IP 추적기를 줬거든. 이걸로 하나하나 뒤져보면 된다고. 그래서 어젯밤부터 해서 열심히 뒤졌는데, 이렇다 할 건 없었어.”


“조금만 기다려. 바로 갈 게. 어디까지 했어?”


“남부 지역. 외투 주머니에 그 분이 넣은 추적기가 있을 거야. 똑같이 찾아 줘.”


지원은 후다닥 나갈 채비를 했다. 정말 외투 주머니에 레나가 넣어 둔 추적기가 들어 있자 지원은 그것을 흥미롭게 바라보더니 총을 챙기고 곧바로 뛰쳐나갔다.


“꼬마, 늦기 전에 돌아올 게!”


지원은 곧장 인천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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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분위기 치곤 편히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