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멋대로 하는 삼국지 모음집

손책(175~200)

자는 백부. 오군 부춘현 출생.

아버지의 전투력을 그대로 물려받고 정치력과 통솔력은 더욱 강화된, 그야말로 호랑이의 아들인 호랑이.

전투, 내정, 정치, 통솔, 외모 모두 뛰어났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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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이 손견에게 쓴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번에 유표가 길을 막은 것은 내 형인 본초의 계략이었소. 지금 본초가 다시 유표와 사사로이 의논하여 강동을 기습하려고 하오. 공이 속히 군사를 일으켜 유표를 정벌하고 나는 공을 위해 본초를 취한다면 우리 두 사람의 원한을 갚을 수 있을 것이오. 공은 형주를 취하고 나는 기주를 차지하는 것이니 절대 실수 없도록 하시오!"


손견이 편지를 읽고 말했다.


"지난날 내 길을 막았던 유표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다. 이번에 기세를 몰아 원한을 갚지 않는다면 다시 어느 때를 기다린단 말인가!"


휘하의 정보, 황개, 한당 등을 모아놓고 상의했다. 정보가 말했다.


"원술은 속임수가 많은 자라 믿을 만한 소식이라 할 수 없습니다."


손견이 말했다.


"스스로 원수를 갚고자 하는데 어찌 원술의 도움을 기대한단 말인가?"


바로 황개를 먼저 강변으로 보내서 전함을 준비해 무기와 양식, 마초를 가득 싣고 큰 배에는 전마를 실어 기한을 정해서 군대를 일으키기로 했다.

강동에 있던 정탐꾼이 탐지하고는 그 일을 유표에게 보고했다. 크게 놀란 유표는 급히 문관과 무장들을 소집해 상의했다. 괴량이 말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황조(黃祖)로 하여금 강하의 병사들을 통괄하게 하여 선봉으로 삼고 주공께서는 형주와 양양의 군사를 인솔하여 지원하시면 됩니다. 손견은 장강을 가로지르고 호수를 건너오는데 어찌 무력을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유표는 그말을 옳다 여기고 황조에게 준비하여 뒤이어 바로 대군을 일으키도록 했다.


손견에게는 아들이 네 명, 딸이 두 명 있었는데 모두 오(吳)부인의 소생으로, 큰아들은 이름이 책(策)이고 자가 백부(伯符)였고, 둘째는 이름이 권(權)에 자가 중모(仲謀)였으며, 셋째는 이름이 익(翊)이고 자가 숙필(叔弼)이었고, 넷째는 이름이 광(匡)이고 자가 계좌(季佐)였다. 딸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오부인의 여동생이 손견의 둘째 부인이 되어 또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는데, 아들의 이름이 랑(朗)이고 자가 조안(早安)이었고, 딸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


손견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정(靜)이고 자가 유대(幼臺)였다. 손견이 곧 출발하려는데 손정이 손견의 아들들을 데리고 나와 말 앞에서 차례대로 무릎 꿇고 절을 올리게 하고는 간언했다.


"지금 동탁이 권력을 장악하여 천자는 나약해졌고, 천하에 대란이 일어나 제후들이 각자 한 지역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강동은 잠시나마 평온한데 작은 원한 때문에 대군을 일으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원컨대 형님께서는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손견이 말했다.


"아우는 여러 말 말거라. 내가 장차 거침없이 천하를 내달릴 터인데 어찌 원한을 갚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맏아들 손책이 말했다.


"아버지께서 반드시 가셔야 한다면 소자가 수행하고자 합니다."


손견은 허락하고 마침내 손책과 함께 배에 올라 번성을 향해 나아갔다. 황조는 강변에 궁노수를 매복시켜놓았다가 배들이 강가에 다가오자 화살을 어지럽게 쏘았다. 손견은 군사들에게 명을 내려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배 안에 엎드린 채 다가갔다 멀어졌다 하면서 적을 유인했다. 연이어 사흘을 그렇게 하니 배가 수십 차례나 강기슭에 다가갔다. 

황조의 군사들은 그저 화살만 쏘았기에 화살이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손견이 배에 꽂힌 화살들을 뽑게 하니 10만여 개나 됐다. 그날 마침 순풍이 불자 손견은 군사들에게 일제히 활을 쏘라 명했다. 강기슭의 적군은 버티지 못해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강기슬겡 오른 손견의 군사들은 정보와 황개를 따라 두 길로 나누어 곧바로 황조의 군영으로 쳐들어갔다. 뒤에서는 한당이 군사들을 휘몰아 진격했다. 삼면으로 협공하자 황조는 대패하여 번성을 버리고 등성으로 달아났다. 손견은 황개를 시켜 전함을 지키게 하고는 직접 군사를 통솔하여 적을 추격했다. 마침내 황조가 군사를 이끌고 나와 들판에 진을 벌이자 손견도 진세를 배치하고 문기 아래로 말을 몰아 나왔다. 손책 또한 무장을 갖추고 창을 잡은 채 부친 곁에 말을 세웠다. 황조는 두 장수를 거느리고 나왔는데, 강하의 장호와 양양의 진생이었다. 황조가 채찍을 휘두르며 큰 소리로 욕했다.


"강동의 쥐새끼 같은 도적놈아. 어찌 감히 한실 종친의 경계를 침범했느냐!"


그러고는 즉시 장호에게 싸움을 걸게 했다. 손견의 진 안에서는 한당이 달려나가 맞섰다. 두 말이 서로 어우러져 10여 합을 싸웠는데 진생은 장호가 겁먹은 것을 보고는 나는 듯이 말을 몰아 싸움을 도왔다. 멀리서 바라보던 손책이 손에 있던 창을 꽉 붙들어놓고는 활을 당겨 진생의 얼굴을 향해 바로 쏘자 진생이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진생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장호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다 한당의 칼에 머리가 두 쪽으로 쪼개졌다. 정보는 말고삐를 놓고 진 앞으로 내달려와 황조를 사로잡으려 했다. 그러나 황조는 이미 투구와 전마를 버리고 보군 속에 섞여 도망친 후였다. 손견은 패잔병들을 한수(장강의 최대 지류)까지 몰아냈고 황개에게 명하여 전함들을 한수에 정박시켰다.

황조는 패잔병을 모아 유표에게 가서 손견의 군세를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황한 유표는 괴량을 불러 상의했다. 괴량이 말했다.


"지금 막 싸움에 패하여 병사들이 싸울 마음이 없을 것이니, 단지 도랑을 깊게 파고 보루를 높이 쌓아 굳게 방어하여 적군의 날카로움을 피하면서 은밀히 원소에게 사람을 보내 구원을 요청하면 포위는 저절로 풀릴 것입니다."


채모(蔡瑁)가 말했다.


"자유(괴량의 자)의 말은 참으로 어리석은 계책입니다. 적군이 성 아래까지 진격해 곧 해자에 이를 것인데 어찌 팔짱 끼고 죽음을 기다릴 수 있단 말입니까! 제가 비록 재주는 없지만 청컨대 군사를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가 결판을 내겠습니다."


유표가 허락했다. 채모는 군사 1만여 명을 이끌고 양양성 밖으로 나가 현산에 진을 쳤다. 손견은 승리한 군사들을 거느리고 신속하게 진격했다. 채모가 말을 타고 나오자 손견이 말했다.


"저자는 유표 후처의 남동생이다. 누가 저놈을 사로잡아 오겠는가?"


정보가 칠척 창을 잡고 군사를 이끌어 달려나가 채모와 싸움을 벌였다. 몇 합을 싸우지도 못하고 채모와 군사들은 패하여 달아났다. 손견이 대군을 몰아 추격하니 죽은 시체가 온 들판에 널렸다. 채모는 양양성 안으로 도망쳐 들어갔다. 괴량은 채모가 좋은 계책을 듣지 않아 크게 패했으니 군법에 따라 마땅히 참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표는 그의 누이를 새 아내로 얻었기에 형벌을 내리지는 않았다.


한편 손견은 군사를 네 방향으로 나누어 양양성을 에워싸고 공격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광풍이 일어나더니 중군의 '수(帥)' 자 깃대가 부러지고 말았다. 한당이 말했다.


"이것은 좋지 않은 징조이니 잠시 군사를 물리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손견이 말했다.


"내가 싸울 때마다 승리를 거둬 양양성의 함락이 조석에 달려 있는데, 어찌 바람에 깃대가 부러졌다고 갑자기 싸움을 멈추겠는가!"


결국 한당의 말을 듣지 않고 더욱 급하게 성을 공격했다. 괴량이 유표에게 말했다.


"제가 간밤에 천문을 살펴보다가 장성(대장의 별자리)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분야(점성술)로 추측해보니 손견에 해당됩니다. 주공께서는 속히 원소에게 편지를 보내 구원을 요청하십시오."


유표가 편지를 쓰고는 누가 감히 포위를 뚫고 나가겠냐고 물었다. 맹장 여공(呂公)이 대답하여 가기를 원했다. 괴량이 말했다.


"자네가 이미 가겠다고 했으니 내 계책을 듣게나. 자네에게 군마 500명을 줄 테니 활쏘기에 능숙한 자들을 많이 데리고 진을 뚫고 나가 곧바로 현산으로 달아나게. 그러면 손견이 반드시 군사를 이끌고 추격해올 것이니, 자네는 100명을 산 위로 올려 보내 돌을 찾아 준비하게 하고, 또 100명은 활과 쇠뇌를 잡고 숲속에 매복시키게. 추격병이 이르렀을 때 바로 달아나서는 안 되고 빙빙 돌아 매복 장소까지 유인한 다음에 화살과 돌을 한거번에 퍼붓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면 연주호포(연속으로 발사하는 신호포)를 쏴 신호를 보내게. 그러면 성중에서 즉시 나가 호응하겠네. 만일 추격병이 없으면 포를 쏠 필요가 없으니 서둘러 가도록 하게. 오늘 밤 달빛이 그다지 밝지 않으니 해질 무렵에 즉시 성을 나가게."


여공은 꼐책을 받고 군마를 정돈했다. 해질 무렵에 조용히 동문을 열어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갔다. 이때 손견은 군막에 있었는데 갑자기 함성이 들리자 급히 말에 올라 30여 기를 거느리고 군영을 나와 살폈다. 군사가 보고했다.


"어떤 한 무리의 인마가 성을 나와 현산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손견은 장수들을 모으지도 않고 30여 기만 이끌고 뒤를 쫓아갔다. 여공은 이미 숲이 빼곡한 곳에 이르러 위아래로 군사들을 매복시켰다. 손견의 말이 빨라 홀로 앞서 달려가는데 달아나는 군사가 멀지 않았다. 손견이 크게 소리 질렀다.


"달아나지 마라!'"


여공이 고삐를 당겨 말을 돌리더니 손견에게 달려들었다. 여공은 단지 1합만 싸우고 즉시 산길로 들어가 도망쳤다. 손견이 뒤를 따라 쫓아 들어갔으나 여공은 보이지 않았다. 손견이 산을 오르려 하는데 별안간 징소리가 한 번 울리더니 산 위에서 돌이 어지럽게 굴러떨어졌고 숲속에서는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손견은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온몸에 돌과 화살을 맞아 머리가 깨져 죽으니 그의 나이 겨우 37세였다.


필자는 논한다. 손견은 죽는 그 순간까지 누군가를 섬기고 따를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지만, 자신의 정신이 그것에 굴하지 않고 날뛰니 육체는 이른 죽음을 맞이했으나, 정신만큼은 후대에 이어져 미래가 되었다.


여공은 손경을 다르던 30기를 저지하여 모조리 죽이고는 연주호포를 쏘아 신호를 보냈다. 성중에서 황조, 괴월, 채모가 제각기 군사들을 이끌고 쏟아져 나오자 강동의 모든 군사가 크게 어지러워졌다. 황개는 하늘을 진동하는 함성을 듣고 수군을 이끌고 달려오다가 마침 황조와 맞닥뜨렸다. 그는 2합을 싸우지도 않고 황조를 사로잡았다. 정보는 손책을 보호하며 급히 길을 찾다가 여공과 마주쳤다. 정보는 말고삐를 놓고 앞으로 달려가 싸운 지 몇 합 만에 여공을 창으로 찔러 말 아래로 떨어뜨렸다. 양쪽 군사들은 크게 싸우다가 날이 밝아서야  각기 군사를 거두었다. 유표의 군사들은 성으로 들어갔으나 손책은 한수로 돌아가서야 부친이 화살에 맞아 죽었으며 시신은 이미 유표의 군사들에게 들려 성으로 들어간 것을 알고는 대성통곡했다. 군사들도 모두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손책이 말했다.


"부친의 시신이 저들에게 있는데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간단 말이요!"


황개가 말했다.


"지금 황조를 사로잡아 여기에 있으니 한 사람을 성으로 보내 화해를 청하고 황조를 주공의 시신과 교환하자고 하시지요."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조 환계(桓階)가 나서며 말했다.


"제가 유표와는 오랜 친분이 있으니 원컨대 사자가 되어 성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손책이 허락했다. 환계가 성으로 들어가 유표를 만나고 그 일에 대해 설명했다. 유표가 말했다.


"문대의 시신은 내가 이미 관에 넣어 여기에 극진하게 모셨소. 속히 황조를 돌려보내고 양쪽 집안이 각자 군대를 철수하여 다시는 침범하지 말도록 하시오."


환계가 예를 갖춰 감사드리고 가려는데 계단 아래서 괴량이 나서며 말했다.


"안 됩니다!! 제가 드릴 말씀이 있는데 강동 군사들의 갑옷 한 조각도 돌아갈 수 없게 모조리 전멸시킬 수 있습니다. 청컨대 먼저 환계를 참수하신 다음에 계책을 쓰도록 하십시오."


환계의 목숨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손견의 자녀: 손견의 자녀는 정리하면 두 명의 부인에게서 5남 3녀를 두었다. 손책-딸-딸-손권-손익-손광/손랑-손부인 순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손견의 둘째 부인이 오부인의 여동생이라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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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