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새싹이


땅을 헤치고 나와 앙증맞은 잎을 피워낸다



여렸던 몸은


어느새 단단해졌고 뿌리는 깊게 뻗어내린다



햇빛을 향해


나무는 줄기를 있는 힘껏 높게 뻗어올린다



하지만 나무가 줄기를 뻗으면 뻗을수록


가지들이 이리저리 질서 없이 돋아난다



잘못 뻗은 가지에 잎이 돋아나면 어쩌나


겁먹은 나무는 잎을 피우기를 거부한다



자유롭게 피웠던 작고 보드라운 잎은


이미 시들어 땅에 떨어져버린지 오래고



나무는 잎을 피우는 방법도 잊어버린채


두려움에 자신의 몸을 한껏 웅크린다



그러다 나무는 깨닫는다



아무리 가지들이 사방팔방 돋아나도


줄기가 곧고 높게 뻗어있다면 된단걸



혹여나 잎을 잘못 피우게 되더라도


또 다시 피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단걸



그러자 나무는 웅크렸던 몸을 피고


줄기를 있는 힘껏 높게 뻗어올린다



햇빛을 향해


곧게 뻗은 줄기의 끝에서 나무는



끝내 손을 펼쳐


작고 보드라운 푸른 잎을 피워낸다






최근에 시를 쓸 수록 점점 주제가 어두워지는 것 같아서 환기용으로 써봤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