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진지하게 자살을 고민했었습니다. 제가 너무 무능하고 무기력하고, 문제가 뭔질 아는데도 고치지도 못하는 제 모습이 너무나도 한심해서, 내가 존재하는게 세상에 민폐라는 생각이 너무 마음아파서 하루에도 몇 번 씩이나 그런 고민을 했었습니다.


특히 이번 겨울방학 동안 그게 심해져서 또 그런 우울한 생각에 빠져있을 때 쯤, 문득 한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아직 이 세상에 도움이 된 것도 없는데 이대로 죽어버리면 나는 죽을 때 마저도 민폐가 아닐까'

'잘 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찾지 못한 채로 그냥 죽어버리면 나는 묘비에 적힐 이름 석 자 빼곤 없는 껍데기로만 남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서야 알았습니다.

무능함이라는건 내 사소한 성적같은게 아니라 죽을 장소도, 죽을 시간도 마음대로 못 정하는게, 선택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게 무능함이구나.

이것은 제 나름대로의 깨달음이었기에, 이제는 죽고싶을 때 죽어도 후회가 없을 만큼 당당한 삶을 살아보려 했습니다.

그래서 장점이라도 찾아보고자 시를 쓰기 시작했고

사진 찍는 취미도 만들고, 교사라는 꿈도 이루기 위해 공부도 다시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절망이란게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지만은, 그만큼 도움의 손길도 생각보다 더 가까이에 있습니다. 어쩌면 그건 또다른 나 자신일지도 모르죠.

저에게도 인공 날개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으리라 믿고, 미츠코시 백화점 옥상에 선 기분으로 한 번 날아보고자 합니다.


세상 모든 삶의 끝자락에 선 이들의 등에, 한 쌍의 날개가 돋아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