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집의 앞마당에 흙을 적당히 파고, 알뿌리를 하나씩 심은 뒤 가끔 물이나 비료를 줬다.

동물들이 알뿌리를 먹지 못하게 막고, 혹시나 흙이 마르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

이튿날이 되면, 알뿌리에 싹이 나고, 싹이 점점 자라는 모습을 지켜봤다.

가게를 내겠다는 처음 목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사실 처음에는 술김에 괜히 샀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팔아버리려 했다.

하지만 가격을 확인해보니 친구가 말한 대로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고 있었고, 그냥 기르기로 했다.

2월에 싹이 트고, 3월에 잎이 자라다가, 4월에는 꽃봉오리가 생기더니, 5월이 되자, 드디어 꽃을 피웠다.

하나는 흰색, 하나는 노란색의 꽃을 피웠다. 꽃은 썩 아름다웠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잎 사이에 단단한 줄기가 있었고, 그 줄기 위에는 때 묻지 않은 순결한 꽃이 피어났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비싸게 팔릴 이유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의 꽃을 보았다. 이것은 흰색과 붉은색을 동시에 가진 것이었다. 그 모양은 불꽃과 같았고, 이 세상에 있는 어떤 꽃보다도 아름다웠으며, 마치 신이 주신 선물과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이 품종의 이름은 '영원한 황제'. 가장 비싸게 팔리는 품종이라고 했다.

꽃이 지고, 7월이 되자 잎도 줄기도 말라비틀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흙을 파서 알뿌리들을 캤다. 그리고 노란 옷을 입은 귀족에게 그것들을 팔았다. 단색의 꽃을 피운 구근 2개는 구근 3개가 되었고, 하나당 18기니여서 총 54기니, 희귀종을 피운 구근 하나는 500기니.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몇 달 동안 3송이의 꽃만 키웠는데 30기니가 554기니가 되었다. 그 정도면 도시 번듯한 곳에 운하가 내려다보이는 3층짜리 집 한 채를 사고도 남았다. 나는 왜 그동안 이렇게 쉬운 돈벌이 수단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왜 도시에 오고 4년 동안 궂은일만 한 것일까? 나는 내가 그동안 헛짓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뒤, 나는 집 밖을 나섰다. 어딘가에서 건물을 짓고 있었고, 사람들은 벽돌과 석판을 나르고 있었다. 내가 이 일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선 그들이 한심해 보였다. 아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이 한심한 건 아니었다. 이젠 알뿌리가 비싸져서 사지도 못할 테니.

다시 찾아간 술집에서 친구들에게 자랑하자, 빌럼 하렌츠는 이렇게 말했다.

"튤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결국은 꽃일 뿐이야. 이제 더 이상 사지 말았으면 해. 값이 언제 떨어질 지 모르니까."

빌럼은 신중한 친구였다. 그 성격이 나에게 도움을 줄 때도 많았지만, 너무 신중해도 탈인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고, 집도 새로 구했지만, 나는 다시 튤립을 원했다. 다시 '영원한 황제'의 자태를 보고 싶었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 하지만 알뿌리를 다시 얻으려면 9월까지 기다려야 했고, 나는 그때까지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처음으로 튤립을 샀을 때 만난 상인을 다시 만나서 그 이야기하자,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시면 거래서를 사면 되지요. 돈을 미리 주신 뒤에, 9월에 이 거래서를 가져오시면 제가 알뿌리를 드리겠습니다." 나는 내가 가진 돈을 전부 털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그 돈으로 거래서들을 샀다. 그리고 나는, 그때의 기적이 반복될 거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