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고백 하나 하자면

본인은 쓰레기 같은 인간입니다


그깟 돌덩이에 왜 돈을 내냐며 역정을 내는 것은

필시 제가 그 보석을 만져볼일 조차 없는 인간이여서 일겁니다


그러니 저는 선생이 '나도 그렇소' 라고 하는 것은 심기에 심히 거슬립니다

선생 같은 사람이 저와 같은 쓰레기라고 하는 건, 기만이 섞여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선생이 정말 동정이었는지, 기만이었는지는 모릅니다만 제게는 둘 다 같은 것입니다

어느쪽도 받아들이기에는 이 쓰레기 같은 마음은 종지만도 못한 것입니다


때문에 제게 필요한 것은 선생의 가르침 입니다

그것은 수학도 아니요 만물의 진리도 아닙니다

단지 살아가는 방법 입니다


그것은 필시 불쾌할 것입니다 그러나 퍽이나 유익할 것입니다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견뎌내 보이라고, 모두들 그리 살아간다고

그리 말씀 주십시오

분명히 저는 그리하지 않을 것입니다만 그 말씀으로 저는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 실은 본심을 말하자면 선생 같은 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선생처럼 살고 선생처럼 사랑을 하고, 선생처럼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지 못하는 것은 필시 짐승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혹은 짐승이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곰과 호랑이는 백 일간 쑥과 마늘을 먹었다는데

단 삼 일도 작심하지 못하는 이에게는 어림도 없습니다


스스로의 의지란 이 얼마나 사치스러운지

삶이란 얼마나 거추장스러운지

그러면서 미쳐 떨쳐내지 못하는 것이 이 얼마나 추한지

.....


선생, 기분 나쁜 고백을 들어줘서 고맙습니다

가르침을 받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야기를 들어주어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들어주어서 저는 이미 사람다운 대화를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순간에서만 사람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모든 순간에 사람일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선생

가르침이라도 좋고 나를 종종 사람으로만 만들어주십시오

그렇기만 한다면 이 꼴불견인 삶이라도 질질 끌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