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본 한 권의 책 속에는

이제 활자란 더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때로는 지칠 때면

책과 나 사이

종이와 잉크 사이

여백과 글자 사이

그 작은 틈새에 몸을 뉘여

새하얀 바닥에 상상을 한 움쿰 심어두곤 했으나

흰 것은 흰 것대로

검은 것은 검은 것대로

저마다 떠나버린 무색의 공간에

활자의 무덤에라도 기대어

조용히 잠을 청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