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대기실-무대-대기실-무대-대기실.....-창고. 다시 

무대-대기실-무대-대기실....


아무리 내가 피로를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비슷한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육체적 피로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정신적 피로가 아주 심했다. 설계자가 이것까지는 고려하지를 못했나보다. 

인간 세기로는 19세기쯤 되는 시대의 귀족풍 의상 아래에, 기름칠이 치덕치덕 세심하게 완료된 내 형형색색의 양철 몸체에는 윤활유가 살짝씩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내 몸보다 더욱 기름진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것은, 앞의 그 설계자란 작자였다. 


"오, 프리마 돈나! 우리, 무대위의 공주님~ 이리 무릎을 꿇고 청할테니, 이 대기실에서 나와주실수 있으십니까~?"


"안해요. 안해. 제발 하루만이라도 휴식을 주시면 안될까요?"


"그러지 말고~ 너의 팬 분들이 보내준 선물 보따리부터 보고 생각을 해봐요~초콜릿, 여기 향유도 있고... 어머 이거는... 보여주기가 그래서 좀 제외를 해야겠고..."


"어차피 저에게는 다 필요없는것 아니에요? 물론 팬분들이 좋고, 그 선물들이 그분들이 제게 감사와 동경, 그리고 저에 대한 열렬한 열정의 의미로 보내준것도 알고, 그분들을 위해 제가 계속 노래를 해야한단건 알지만, 이대로 노래를 계속한다면..."


"아, 프리마 돈나, 음악의 신! 당신이 노래를 계속한다 해도 무엇이 잘못되기라도 하나요? 당신은 늘 아름답고, 아름다움을 만드는데에 필요한 시간이 없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봐주지 않는 이런 어두운 대기실이 아닌 밝은 무대에 나갔을때에 당신과 당신의 황금색 몸은 빛난답니다! 그러니, 자, 자! 한번 따라오시죠. 당신이 빛나는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드릴테니."


그는 이리 외치며, 내 기름진 손을 잡는다. 나를 이끄는 사람의 이끔은 거절할수 없기에, 나는 밖에 이끌려 나간다. 

주변을 둘러보니, 오페라 극장의 외부에 다른 배우님들과 내 사진이 걸려있는게 보인다.

이번 분기의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인 크리스틴 역에는 나 하나의 사진이 걸려있고, 남주인공 역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연습때마다 자주 본 배우님들이다. 익숙은 하지만 정은 가지 않는 배우분들이다.

박스 오피스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며 몰려있다. 그들의 눈은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다. 몇몇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또 몇몇은 어차피 감각이 느껴지지 않기에 나의 몸체를 만져보고, 또 나에게 선물을 건내준다.


설계자는 또 흡족해하며, 내게 속삭인다.


"이들을, 모두 외면할수 있겠어? 한번이라도 나오지 않는다면 분노하는,  너의 몸과 너의 노래에 감탄하는 이들을."


다시한번 이끌려 돌아간다.

안타깝지만 그의 말대로, 나는 이들을 모두 외면할순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