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작가에게 있어서, 이야기를 재밌게 쓰는것도 중요하지만 설정을 철저히 지키는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설정이 깨지면 아무리 이야기가 재밌어도 독자의 몰입을 깨고 찝찝한 뒷맛을 남기게 하기 때문이죠.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래요.'


컴퓨터 화면에 글자가 출력된다.

'답변이 등록되었습니다.'


"오케이, 답변 완료!"


모니터 화면으로 익숙한 실루엣의 여자아이가 흐릿하게 비쳐보였다. 소현이였다.


순붕이는 그걸 본 즉시 바로 방으로 들어가 그녀를 한대 쥐어박았다.


"아야! 왜때려~"


"야, 내가 우리집 컴퓨터 마음대로 쓰지 말랬지."


"너 없을때 잠깐 한건데..."


"지금은? 지금은 나 있잖아. 그리고 아주 그냥 자기 집이지?


"아, 우리집에 컴퓨터 없는거 알잖아~ 소꿉친군데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어? 오늘도 진짜 조금만 쓸게. 응?"


'이 말을 들었다가 컴퓨터 용량의 1/3을 이자식한테 주고말았지.' 

오늘은 그냥 넘어가선 안될것 같다고 순붕이의 마음속에 무언가가 말하고있었다.


"오늘은 그냥 안넘어간다. 빨리 꺼라. 응?"


소현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컴퓨터를 끄고 바로 옆의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 순붕이는 그 자리로 바로 컴퓨터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처음보는 한 노트를 발견했다.


'아이디어' 라고 표지에 적혀있는 이 노트는 정황상 소현이의 것으로 보였다. 순붕이는 바로 옆집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


"야~ 너 물건 놓고갔다."


그런데 평소같았으면 바로 튀어나왔을 소현이는 왜인지 잠잠했다. 순붕이는 그냥 다음날 학교에서 돌려주자 생각하며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고, 순붕이는 생각대로 노트를 돌려주기 위해 소현의 반으로 갔다.


"야~ 너 아이디어 노트 놓고 갔더라~"


그런데 소현의 반응이 이상했다. 평소대로라면 활기차게 맞이했을 소연이 귀가 새빨게진 채로 조용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순붕이의 손을 잡고 복도 끝 쪽으로 몰고갔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소연은 조용히 속삭이며 말했다.


"야!!너 미쳤어? 딴사람이 들으면 어떡하려고그래?"


"이게 뭐길래, 그냥 네 생각 적어놓는거 아니야? 설나 이상한걸 숨긴거야~?"


"아니, 이상한건 아닌데!! 남들한테 보여주기가 좀 그렇잖아!!"


"너 생각이... 부끄럽다고? 뭐길래?"

순붕이는 정말로 궁금한 마음에 물어봤다.


"...설마 너 저 노트안에 든게 뭔지 모르는거야?"


"어. 너가 평소에도 정말 소중히하고 내가 방에들어오면 숨기고 하길래, 내가 보면 안되는건줄 알았지."


"휴... 보진 않았구나."


곧 순붕이는 소현에게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그런건 아니고, 내가 단편소설을 쓰는데, 소설 소재가 생각날때마다 여기에다 적어둔거야. 근데 남이 보면 부끄러운마음이 들어서, 너한테도 그랬던거야..."


"아하... 아 잠깐만. 그런데말이야, 소설을 쓰는데 왜 굳이 내 방 컴퓨터를 쓰는지 궁금한데? 너 핸드폰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거잖아."


"...단편이니까."


"뭐라고?"


"단 편이니까... 너 집에서 쓰는게...!"


"그래, 너가 쓰는게 단편인건 알아."


"단 편이라구!! 너랑 있는게!! 이 바보야!!"

소현은 괜히 씩씩대며 반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