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시(慈鴉詩)> [계절어 : 갈까마귀]
영영 없으리. 갈까마귀들 또한, 그리움 또한,
<오디새―이(離)> [계절어 : 오디새]
그 익막 속에 지닌 말 하나 없이 오디새―이(離)―아(衙)
<도, 회, 회(渡, 回, 悔)> [계절어 : 초여름]
초여름 청춘 널 화폭(畫幅)에 담기엔 너무 빨랐네
<실익선관왕(失翼善冠王)> [계절어 : 해오라기]
한 번만 날자 갈비 치는 심장아 해오라기야
<생취방주(生臭坊主)> [계절어 : 입춘]
곡차 한 말에 개들도 시(詩)를 짖는 입춘 어느 날
<첩산조(疊山鳥)> [계절어 : 호사비오리]
내게 보여라 첩산 수묵화 한 장 호사비오리
<야야(夜野)> [계절어 : 장맛비]
탁주 곁들인 국밥에 젓국 붓고 장맛비 붓고
<구신(舊臣)> [계절어 : 없음]
검고도 붉은 노인의 왕홀(王笏)이다 청려장의 시(詩)
<비미(卑美)> [계절어 : 파리]
한 쌍의 파리 서로를 얼싸안은 사랑이구나
<동상(凍傷)> [계절어 : 없음]
그리고 나는― 무뎌진 내 아픔은 쾌락이어라
더 많지만 이쯤하겠음
열아홉 때 쓴 하이쿠들 묵히다가 이제서야 올려봄
읽은 사람이 있다면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