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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는 오로지 이것들만 가득 차 있던 상태였다. 

키스가 위험해, 1분 1초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다른 생각 말고 쏴야 한다. 

이렇게 포즈를 잡아서 원하는 표적으로 쏠 수 있다, 자세를 똑바로 잡아야 한다-이런 거창한 것들을 생각할 틈도 없이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난 상태였다.

"키이이익!"

귀에서 들려오던 울음소리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던 내 정신을 깨고도 남았다. 버섯 한 마리가 이마로 추정되는 부분에 화살이 꽂힌 체 쓰러져 있었다. 아팠는지, 혹은 양팔이 없어서 뺄 수 없는 화살이 거슬렀는지 양발을 허공에 바둥거렸다.

키익-키익-! 하는 울음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면서.

탁탁탁!

"성운아! 피해!"

키스의 외침에 고개를 들어보았다. 버섯 한 마리가 나한테 달려오고 있었다. 뼈를 부실 거 같은 몸집이 나하고 부딪히기 전에, 얼른 시위와 화살을 당겼다.

파악!

탄성을 제대로 못 받았는지, 버섯 앞에 그대로 떨어졌다. 땅에 박힌 화살은, 버섯의 다리로 인해 반으로 부서졌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눈앞에 몬스터가 달려 오는데도, 내 몸이 얼어붙기라도 한 듯 가만히 멍때리고 있었다.

도망쳐-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당해! 라고 마음속 어딘가에 외쳐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뛰어오는 소리가 서서히 커져 감에도.

"Ignis Telum!"

화악!

순간 버섯은 불길에 휩싸였다. 키이익! 하는 비명과 함께 쓰러진 불타는 버섯 뒤에는, 자신이 쐈다고 말하듯 한 손을 뻗은 키스가 보였었다. 왼손에 들고 있는 책에서 나온 푸른 빛에 감싸진 오른손은 불씨가 맴돌고 있었다.

책을 탁-하고 닫은 뒤, 키스는 달려와, 주저 앉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망설임! 그만!"

짝-! 하는 박수 치는 소리에, 굳어 있던 내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내 얼굴 앞에 있던 박수를 친 키스의 양손이, 내 어깨 위로 올려졌다. 안마하듯 꾹-꾹 누르면서.

"망설이지 마 성운아! 몬스터들에게 약한 모습 보인 순간 그대로 잡아먹히니까!"

그녀의 말이 끝나면서, 내 머릿속이 깨끗해졌다. 혼잡한 마음이 물결에 휩쓸려가면서.

키스 말대로다. 망설여서는 안 된다. 망설이는 순간, 아까 전처럼 몬스터들의 저녁 식사가 될 수도 있으니까.

자리에 일어서 정면을 바라보니, 아직도 허공에 떠 있는 빛 아래를 못 지나가는 버섯들이 보였었다. 용기를 내고 발을 넣은 개체도 있었지만, 찜찜한 덕분인지 다시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니 분위기가 딱 이거였다.

저기에 지나가면 우리 다 뒤지는 거 아니야? 이렇게.

"성운아."

키스는 백골 옆에 놓인  화살통과 함께, 손바닥 크기의 자수정과 비슷한 보라색 물약이 담긴 병을 건네주었다.

"이거 마셔."
"무슨 약이야 이번에는?"
"사격 강화 포션. 마시면 잠시동안 활 조준 할 때의 감각을, 날카롭게 해주게 하는 효과가 있어."

RPG로 치면 정확도 올려서 잡기 힘든 몹을 쉽게 잡게 해주는 포션이라는 건가. 게임 같았으면, 초보도 잡을거 같은 저 버섯 몬스터들을 상대로 포션 낭비한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퐁!

지금은 그런거 따질때가 아니다. 정확히는 키스에게 감사해야할 판국이다. 자원을 제한적으로 구할수 있는 이 던전에서는 포션 하나가 귀할텐데,  아직 만나지도 얼마 안된 남자애에게 준다는 것은 나를 믿고 있다는 의미이니까.

"크으-쓰긴 쓰네-"
"그래도 한 번에 들이켜 마셨네? 멈추지 않고."
"아까 네가 마시게 해준 언어 포션 덕분에, 어느 정도 적응됐나 봐."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화살을 시위에 내 걸었다. 블레이즈도 우리 쪽으로 다시 날아온 것을 확인 한 키스는, 책을 펴서 푸른색 빛을 자신의 오른손에 감싸게 하였다.

"지금부터 아무 생각 말고 활을 쏴. 화살이 바닥날 때까지."

키스는 검지로, 버섯들의 진입을 막고 있는 허공에 떠 있는 빛 덩어리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내 계산이 맞다면, 광명 포션 효과는 대충 3분 정도 남아있을 거야.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을 시간이야."
"사라지기 전에 우리 둘이 여기서 버섯들을 전멸 시키면 된다 이거지?"
"맞았습니다. 성운이 학생."

윙크와 함께 혀를 쏙 내미는걸로 답하는 키스였다. 동시에, 핑거리스를 낀 그녀의 오른손에, 테니스공 크기의 불꽃이 타올랐다.

"다가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잡는다, 포자 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태운다. 미소녀 연금술사 키스의 전략입니다."

화아악!

화염이 키스의 손을 떠나자, 나 역시 화살을 얹은 시위를 손에서 뗐다. 

쏘기 직전 이런 생각이 오고 갔다. 분명히 놓칠 거라고. 활을 잡은 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아니 그전에,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길어보았자 몇분 정도?

활이라는 것은 숙련이 필요한 무기다. 단순히 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시위를 당기는 힘, 목표물을 향해 조준하기, 그리고 당겼을 때의 몰려오는 떨림을 극복하기 등, 이 모든 과제를 겪어야 제대로 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활이다.

조금 전에 내가 버섯을 맞춘 것도 우연의 일치였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럭키 샷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파악!

"키에엑!"

예상은 빗나갔다. 시위를 떠난 화살에 의해, 버섯 한 마리가 쓰러졌다.

"나이스 샷, 성운!"

키스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화염 마법을 외워서 복도 앞에 있는 버섯 들을 한 마리씩 불태웠다. 공중에 떠 있던 블레이즈 역시,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마치 힘내라고 외치는 듯. 활을 쏠 때마다 이상하리만치 편안한 감각이 들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활을 잡고 있었다는 듯, 어디로 쏴야 어느 부위를 맞출 수 있다고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머리-정확히는 갓을 노리면 갓을 맞추고, 달려오려고 하는 버섯의 다리를 노리면 그대로 다리에 활 맞고 쓰러지는 등, 마치 활이 내 몸과 하나가 된듯하였다.

이게 바로 키스가 준 포션의 효과인가? 활에 아주 초짜인 나조차도 양궁 선수로 만들어 버리네.

퍼억!

천장에 떠 있던 광명 덩어리가, 어디선가 날아온 액체 덩어리로 인해 가려지게 되었다. LED 전등 마냥 주변을 밝게 해주던 하얀 불빛 대신, 다시 어둠이 자리를 차지 하게 되었다. 밝혀진것이라고는 키스의 손에 떠다니는 화염 뿐.

"저건!?"

여유가 있던 키스의 표정이 변하였다. 쿵쿵!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두 마리 정도만 남은 버섯들이 알아서 비켜주길래, 큰 거 한 마리 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정말로 덩치가 큰 버섯이 등장한 것이다. 단순히 주변 버섯들에 비해 두배 덩치만 큰 것이 아닌 양팔과 함께, 날카로운 이빨도 달린 저 버섯은, 딱 봐도 내가 대장이오 라고 말하는 듯하였다.

"대장 버섯이다!"
"대장 버섯?"
"버섯 무리 중 가장 덩치 큰 개체야! 다른 버섯 들에 비해 전투력이 강한 것은 물론!"

입에서 액체가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아까 전 포자와 비슷한 노란색의 액체가, 주르륵 하면서.

"저 녀석은 포자뿐만 아니라, 저렇게 입에서 액체까지 발사하는 녀석이야!"

입을 헤 벌리면서 침 흐르는 멍때리는 모습과 달리, 키스의 말대로라면 위험한 녀석이란 건가. 블레이즈 역시 아까 전보다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입에서 미약한 불을 내 뿜으면서.

"컥! 컥!"

거대한 버섯에서 기침 소리가 나더니 그대로 노란색 액체가 우리 쪽으로-아니 정확히는 키스 쪽으로 날아왔다.

"조심해!"

양팔을 벌려, 키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키스를 안은 채 바닥으로 쓰러지면서 들려온 철퍽! 하는 액체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는 우리 두 사람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괘…괜찮아?"
"아야야…."

키스의 입에서 신음이 들려왔다. 아팠는지, 얼굴도 조금 찡그러진 상태였고.

"성운아…."
"미안. 너를 구해주려고…."

천천히, 거울처럼 내 모습이 반사되는 앰버색 눈동자가 떠지면서 그녀는 말을 꺼내었다.

"가까이 있어. 너무."

정적이 흘렀다. 나하고 키스는 아무 말도 없이 서로가 바라보았다. 위에 있었다. 바닥에 흐트러진 핑크색 스트레이트 머리카락의 누워있는 키스의 몸 위에. 엎드린 자세로.

귀로 들려오는 그녀의 부드러운 숨결과, 손에서 전달 되어오는 그녀의 온기는, 이제야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서로의 얼굴이 달아오르자, 나는 빨리 키스에게서 떨어졌다. 그녀 역시 얼굴을 가린 채 뒤를 돌아보았다.

"다…다치지 않았지? 삐걱 한데는 없고?"
"으응…괜찮으니까 내 얼굴 보지 말아..."
"캬악!"

블레이즈가 외치자, 우리 두 사람은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대장 버섯 자신의 커다란 몸집을 이용해서 달려오고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이빨을 쩍 벌리면서.

다행히 달려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둔하고,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상태였다. 잡히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

일어선 뒤 그대로 피한 우리를 놓친 것이 분한지, 입을 딱! 딱! 하면서 닫았다 열었다 하고 있었다.

"키스, 광명 포션 하나 더 있어?"
"그게 마지막이었어. 재료는 있어서 만들 수는  있-"

컥! 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노란색의 액체가 침처럼 튀겨져 나오는 동시에 입 주변에 주르륵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저 동작 설마..."
"또 침 뱉으려는거야. 아까도 봤듯이 저렇게 기침을하면서 준비 동작을 해."

틈을 주려 하지 않네. 마치 우리의 얘기를 다 들었다는 듯, 키스에게 포션 제작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침 뱉으려 하였다. 입을 헤- 하고 벌리면서, 침을 뚝뚝 떨어뜨리는 한대 때리고 싶은 면상을 한체.

그 자식이 생각났다. 얼굴도 뽀얗고 생긴건 원숭이 처럼 생긴 그 녀석. 툭하면 멋있다는 이유로 투엣-하면서 침까지 뱉기까지 하는.

더러워...정말 더러워...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내 활로 죽일 수 있을까? 쐈다 해도 과연 침 뱉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까?

아까 전처럼 비록 밝은 불빛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거라도. 작은 거라도 좋으니….

"불빛…?"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광명 포션처럼 큰 빛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것을.

"키익!?"

자신의 앞에 갑자기 환한 하얀 불빛이 비치자, 버섯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컥-컥-하는 소리까지 멈추면서. 스마트 폰의 손전등의 기능을 최대 출력치로 올렸다. 배터리가 빠르게 소비되겠지만, 어차피 전화도 안 되는 상황이다. 지금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인데 그런 거 따질 때도 아니고.

"성운아!"

뒤에서 키스의 목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따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30초 정도만 버텨줘! 한 번에 태워버리게!"

그 뒤 화악! 하는 불이 치솟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열기가 등 뒤에서 느껴졌다. 버섯도 상황을 알았는지 어떻게든 지나치려 했지만, 밝기 기능 만땅인 스마트 폰앞에는 맥을 못 추고 있었다.

"키에엑!"

더이상 참을수 없다는듯, 거대한 괴음과 함께, 내 쪽으로 달려왔다. 스마트 폰으로 버섯을 비췄지만, 알바 아니라는 듯 멈추지 않고 있었다. 아예 손 째로 먹으려는 듯 입을 벌린 체 스마트 폰 가까이 왔는데....

"캬악-"

위에서 날카로운 울음 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이 열려진 버섯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내장속에 불이 들어가서인지, 뛰어가던 버섯은 다리가 돌에 걸린 듯 그대로 쓰러졌다. 위를 바라보니, 블레이즈가 이빨을 들어낸 체 버섯을 노려보고 있었고.

"고마워 블레이즈!"
"케헴-"

내 말에 반응하듯 블레이즈는 팔짱을 끼면서 앉는 자세로 바뀌었다. 마치 난 원래 대단해, 라고 말하는 듯.

"성운아! 물러서!"

키스 외침이 들려옴과 함께 나는 그대로 옆으로 빠졌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자신의 키만 한 불덩어리가 그녀의 앞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크기에 만족 하듯, 키스의 입에 미소가 그려졌다. 씨익-하면서.

"너 말이야, 나 같은 미소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뭔지 알아?"

자신의 눈앞에 있는 불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버섯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바로 예의가 없는 남자애야. 특히 재미있다는 이유로 남에게 침 뱉는 것들은 최악의 저질로 보고 있고. Ignis Pila!"

키스의 불길이 한 발짝 더 빨랐다. 화염 덩어리에 감싸진 버섯은, 어떻게든 끄려고 몸을 뒹굴기까지 했지만 그럴 수록 더욱 더 불이 커질 뿐이었다.

키이이익! 키이이익!

마치 살려달라는 듯 혹은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듯 애원하는 듯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숨통이 완전히 끊겨서, 혹은 불 끄는 것을 포기했는지 몸이 축 늘어날 때까지. 불에 휩싸인 체.

멀리서 지켜보던 버섯 두 마리는 자신들의 대장이 당한 것을 본 뒤, 뒤를 바라 본체 도망갔다. 키익-하는 울음소리를 내뱉으면서. 전의를 상실한건가? 자신들이 나가보았자 오히려 개죽음 당할거라 생각하고.

"하아..."
"키스?"

한숨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양팔을 축 내린 채 비틀 거리는 키스가 보였었다. 쓰러지기 직전의 그녀를 부추기니, 따듯한 온기가 내 전신으로 느껴졌다. 내 코를 찌르는 그녀의 향기로운 향은 더욱 더, 키스의 부드러운 몸을 껴안아 주게 하였다.

"이럴 필요 없었는데."
"쓰러지기 직전이면서 무슨. 어디 다친 거야?"
"별거 아니야. 마력을 많이 써서 잠시 지친 거뿐이야. 쉬면 괜찮아져."

그녀를 벽에 앉히게 했다. 편안한 자세로 앉게 해주니, 벽을 베개 삼아 뒤통수를 기대었다. 고마워 라고 작게 말하면서.
가까이서 얼굴을 보니 확실히 피로한 기색이 보였었다. 아까 전부터 보인 세상 걱정 없는 활기찬 모습과 달리.

생각해 보니, 쟤 나하고 만나기 전 혼자서, 정확히는 블레이즈랑 단둘이서 던전을 돌았겠구나. 그 과정에서 몬스터들과의 싸움이 몇번 있었을 테고. 피로가 안 쌓이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

파닥-파닥-

"캬악-"

허공에 떠 있던 블레이즈가 내 머리 위에 앉았다. 자기 손으로 내 이마를 쓰다듬으면서.

"갑자기 왜 내 머리 위에?"

이 모습에 반쯤 감겨진 키스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헤에-하는 작은 웃음을 내면서.

"블레이즈가 너 마음에 들어 하나 봐."
"내가?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잖아."
"네가 나를 구해주었으니까. 예의 없는 버섯 들로부터 말이야."

맞았다는 듯 작게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이마를 쓰다듬던 블레이즈의 작은 손이, 이번에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탁 치기 시작했다. 뭔가 착한 어린애를 쓰다듬는 느낌도 드는 것은 내 착각인가.

"고마워, 성운아."

양손으로 양 무릎을 모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사과색과 같은, 홍조를 띄우면서.

"나를 구해 줘서. 너 아니었으면 아무리 나라도 큰일이 생겼을 거야."
"아니 뭐..."

머리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숙였다. 나 역시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인듯했다. 이렇게 예쁜 미소녀로부터 고맙다는 소리를 들은 것이. 그것도 핑크 스트레이트 머릿결의, 앰버색 눈동자를 가진 소녀로부터.

"예쁜 여자애를 구해주는 것은 남자로서 해야 할 일이니까."
"응? 너 방금 뭐라 했어?"
"캬악?"

키스가 갑자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처럼, 네 발 기기 자세를 하면서 나한테 다가왔다. 피곤한 기색이 사라진, 초롱초롱한 앰버색 눈동자로.

"방금 예쁜 여자애를 구해주는 것이라고 했지 그치?"
"그…그게…."
"그 뒤 뭐라 했어? 말해줘 봐. 남자로서 뭐라 한 거 같은 데에-"
"캬악!"

머리 위에 있던 블레이즈도 양팔로 머리를 당기기 시작했다. 당장 말해! 라고, 말하는 듯. 앞에서는 키스가 묘한 미소를 지은 체 (혀까지 날름거리면서) 네발로 다가오고, 머리 위에는 블레이즈가 공격하는 상황.

가만 있으면 잡혀먹힐 위기에 쳐한것이다. 핑크 머리색의 미소녀와 빨간 아기 드래곤 한 마리로 인해.

꼬르르륵-

"에?"

키스에게서 소리가 들려왔다. 네발로 기는 것을 멈추게 할 무언가가.

"키스, 너 배고파?"
"하하하…잘못 들은 것일 거야. 나같은 천재 미소녀에게서 그런 소리가 날리가-"

꼬르르르르르르르륵-

아까 전보다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아까부터 무언가 소름 끼치던 표정의 키스의 표정이 변하였다. 듣지 말아야 할것을 들었다는 표정 정도? 어-라는 작은 목소리를 내면서. 블레이즈에게서 한숨 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일단 밥이나 먹을까?"

등에 메던 가방을 바닥에 놓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먹고 싶은거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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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는 챕터 2 에필로그 편으로 넘어갈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