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7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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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한이 말했다.


“너의 제17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있더군. 언젠가 ‘카와지리 시즈카’가 되는 것이 목표다…라고. 그리고 그 구절을 되새기며 너를 바라보니 확실해. 얼굴에서 ‘확연한 분노’가 느껴져. 그 표정 또한 내 만화의 재료로 써주마.”


시즈카는 로한의 스탠드를 바라보았다.


“그 스탠드에 접촉하면… 아까처럼 종이가 돼서 분명히 패배하겠지. 그 말인즉슨, 반대로 접촉하지 않는다면 종이가 될 일도 없다는 뜻인거 아냐?”


로한은 손가락으로 펜을 빙그르르 돌렸다.


“정답이다, 시즈카 죠스타. 내 ‘헤븐즈 도어’는 반드시 대상에 접촉해야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지. 그런데? 그걸 알아서 네가 어쩔 수 있지? 왜냐하면 내 손은 말이다…”


로한은 눈 깜짝할 사이에 팔을 뻗어 책상 끝에 놓여 있던 만화책을 가져왔다.


“히가시카타 죠스케의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보다 빠르다. 그 녀석도 내 ‘손’을 따라잡지는 못했거든. 어디… 정면으로 붙어볼테냐?”


시즈카는 그대로 달려들었다.


“네버마인드!”


“헤븐즈 도어!”


그 순간, 네버마인드는 헤븐즈 도어의 팔을 가볍게 회피하면서 로한의 뺨에 주먹을 갈겼다.


“도라아!”


로한은 그대로 날아가 책장에 부딪혀 쓰러졌다. 꽂혀 있던 책들이 후두둑 쏟아져 로한의 상처만 더 늘렸다.


“뭐, 뭐지…? 이건? 어떻게…? 내 손보다 빠를 수는…”


시즈카는 앞머리를 넘겼다.


“당신… 완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있구나? 20년이란 시간이 지났으면 사람은 늙기 마련이야. 그 손도 마찬가지.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늙을 수밖에 없잖아.”


로한은 그런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고작 저 애송이한테? 그보다도… 내가… 내가 늙었다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어. 어시스턴트 한 명 두지 않고, 항상 발로 뛰면서 자료를 수집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지금은? 집에 들어오기 전에 정원을 봤어. 마당에 풀도, 나무도 전혀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아 제멋대로 자라고 있었지. 주변 사람들은 당신이 아예 외출조차 안 하고 있다 했어. 익히 알려진 당신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야. 

그렇다고 그때의 키시베 로한은 없는걸까? 아니, 당신의 스탠드… ‘헤븐즈 도어’라고 했지? 그 모습은 분명 ‘핑크 다크 소년’의 주인공이었어. ‘스탠드’의 형태는 유저의 ‘정신’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고 했기에,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만화가’야. ‘핑크 다크 소년’을 그리던 만화가. 난 ‘만화가’가 아니긴 하지만 한 마디 하자면, 시대가 변했다는 걸 인정해. 그리고 다시 시작하라고. 당신을 받아줄 곳은 아직 남아 있을 거야. ‘소년 점프’가 아니더라도.”


시즈카가 그에게서 등을 돌리자, 로한은 입을 열었다.


“그때… 그 망할 여자가 나한테 누명을 씌웠지. 내 만화의 인기는 불 속의 종이쪼가리처럼 사라졌고, 쫓겨나듯이 출하당했다. 그런데… 내 만화가 시대에 뒤쳐졌다고? 센스도 촌스러운 미국인 주제에… 아니, 애새끼가 뭘 안다고 지껄여!”


로한은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잊은 채 다시 달려들었다.


“헤븐즈 도어!!”


헤븐즈 도어의 손이 시즈카에게 닿는 순간, 그녀는 완전히 투명해졌다. 그럼에도 로한은 놀라는 기색 없이 미소를 지었다. 네버마인드의 주먹이 그의 턱을 날려버리기 전까진.


“도라아!”


로한의 몸이 공중으로 들리는 순간, 그의 피투성이 얼굴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뭐야… 분명 내 헤븐즈 도어에 ‘접촉’했는데?! 왜 아무런 일도 없는 거냐…?’


“정말 애새끼 같은 어른이야… 그런 어른, 내가 ‘수정’해주겠어!”

“도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아아아!!”


로한은 실컷 얻어 맞고 철제 서랍장에 처박혔다. 서랍이 통째로 넘어지면서 그 안에 갇혀있던, 로한이 지난 수십년간 그린 수백, 수천장의 그림들이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온 바람에 실려 방 전체를 휘저었다. 서랍과 함께 엎어진 로한은 시즈카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그 어디에도 책처럼 열린 곳은 없었다.


“너… 어째서 ‘헤븐즈 도어’에 닿았는데… 아무렇지도 않지?”


시즈카는 아직 기절한 유키카게를 부축하며 싸늘하게 답했다.


“나도 몰라. 그리고… 당신한테는 정말 실망했어. 죠스케 오빠한테도 전할게, 당신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이야.”


시즈카가 문을 쾅 닫고 나가자, 종이 한 장이 로한의 무릎 위에 떨어졌다. 종이에 그려진, 한 소녀의 그림을 본 로한은 허탈한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이걸 만화로 그릴 기력조차 없군… 이게 늙었다는 건가. 응? 대답해 줘, 레이미.”


키시베 로한, 전신 타박상 및 부분 골절로 전치 5주. 적어도 변질되고 뒤틀린 마음가짐은 고쳐먹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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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명: 헤븐즈 도어 - 유저: 키시베 로한

파괴력 - E 스피드 - C 사정거리 - D 지속력 - B 정밀동작성 - C 성장성 - D

능력 - 유저 키시베 로한의 스탠드체와 접촉할 경우, 접촉한 대상의 신체 일부분이 책처럼 열려 키시베 로한은 상대의 모든 기억을 읽고 가져갈 수 있으며, 아예 내용을 추가해 상대의 정신과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 단순히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부터 '시속 70km의 속도로 뒤로 날아간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 뒤로 튕겨져 나간다.' 심지어 '분신자살한다'까지도 가능하다. 전성기 시절(1999년) 키시베 로한이 손을 놀리는 속도는 음속과 맞먹기 때문에 '시간을 멈추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스탠드로 로한의 손 보다 빠를 수 없었으나 긴 시간 야인으로 지낸 현재는 그만큼의 속도를 보일 수 없다.

이건 대충 로한이 보는 레이미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