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로서 바라봐주시오

머리만 좋은 열등인로 말고

언어장애는 아니지만

입을 그대들처럼 제대로 못 쓰는 열등인으로 말고

매화같은

벛꽃같은

그리고 장미같은 그대들과 달리

아직 개화도 하지 못한 병신으로 말고

단 하나의 짐승으로 바라봐주시오


누가 인간의 오십 년은 하늘의 세월에 비하면

한낱 덧없는 꿈과 같다고 했던가

당신들의 오십 년이 빛난다고 해서

똑같이 그대들처럼 빛나고 깊은 나의 오십 년을 

멸시와 배척으로 밀어낼 자격이 있는 건가

만약 나의 오십 년이 빛을 받아서

그대들보다 내가 아름답게 빛난다고 

당신들을 밀어낸다면 그대들은 날 어떻게 볼 건가

그렇게 나의 덧없는 꿈은 

아무런 죄 없는 그대들에게 억압당하여 저물고

당신들의 덧없는 꿈은 

영원히 빛날 것처럼 보이지만

꽃은 십 일을 넘기지 못하고 지는 것처럼

그대들의 덧없는 꿈도 재가 되어 사라져 갈 것이다


나는 야비한 원숭이도 아니고 

반역자 금귤도 아니고

다만 작고 못생긴 난쟁이지만

당신들처럼 말하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인간이고

나도 그대들처럼 빛나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에

첫걸음으로 당신들의 관심과 정이 필요하오니

난쟁이나 열등인으로 말고

당신들과 같은 동물로 바라봐주시오


아니면 배를 갈라서 내 명을 스스로 끊고

원귀가 되어 그대들의 여생을 

저주와 슬픔과 불행의 굴레에 빠뜨릴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