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울 미(美), 친할 친(親)을 연호로 사용하는 왕이 즉위한 지 6575일 후인 미친(美親) 18년, 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자다 얼마 전 부끄러운 일이 머리속에 맴돌아 잠을 잘 수 없었고,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나는 침대를 떠나 창문을 열고 방충망을 열고 창문 맞은편에 1m 정도 뒤에 서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창문의 안전대를 넘어서 멋지게 죽든 발이 걸려서 고속으로 수직낙하 하든 상관 없었다. 그냥 나는 죽고 싶었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은 바뀌었다. 기왕 죽을 거 더 높은 곳에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뒤를 돌아서 우리집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버튼을 눌렀다. 운이 좋게도 엘레베이터는 우리 집 층에 바로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 갔다. 옥상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아파트가 오래되서 그런 건지 발로 차니까 문짝이 떨어져 나갔다. 그때 문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엄청난 소리가 났지만 아무 상관 없었다. 어차피 죽을 건데. 나는 영화에 나오듯이 신발을 벗고 옥상 난간 위에 섰다. 20층 위에서 땅을 내려다 보니 별로 무섭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몸의 무게중심을 앞으로 당겼다.

 

 철컥철컥,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천천히 떠보니 주변에 사람이 앞을 보고 있고 나는 어딘가 누어서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곧바로, 여긴 병원이고 나는 아직 죽지 않아서 눈을 떴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임을 인지했다. 나는 그것이 고통스러워서 나를 이끌고 가는 사람에게 아는 체 하지 않고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이 떠질 때 쯤, 사람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대화 내용은, 정신을 차린 지 얼마 안 되는 나에게 분명하게 들렸다. 상황으로 보아, 나를 담당하는 의사와 어떤 연구원의 대화 같았다. 나는 혹시나 깨어있는 것을 들킬까봐 눈은 뜨지 않고 귀로만 들었다. 그 연구원은 나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20층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목숨을 유지한 나에게 흥미가 있다고 예측했는데, 다음 대화를 듣고 아주 정확한 예측이었다고 생각했다. 몇 분간 대화가 오가고, 의사는 연구원의 요구를 따르겠다고 했다. 나는 무서웠다. 무슨 짓을 당할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연구원은 문을 열어 복도로 나갔고, 곧 5명의 연구원을 더 불러왔다. 연구원들은 이 일을 미리 계획이라도 한듯이 가죽 밸트를 들고 와서 나의 양손과 양발을 병원 침대와 함께 요령좋게 묶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어디론가 이끌려 갔고, 연구원들은 혹시나 내가 깨어날까봐 마취체 주사를 놓고 있었다. 나는 저항할 틈도 없이 다시 스르르 잠이 들었다.

 

 다시 잠에서 깨어나니 눈부신 햇살이 눈앞을 가렸다. 천천히 빛에 적응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바다가 보였다. 아마도 섬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범죄자가 구속된 거처럼 두명의 연구원들과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깨어난 것을 알자 아무말 없이 내 눈앞에 있는 거대한 로켓 발사대로 걸어갔다. 그곳에 서있는 로켓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내가 떨어진 아파트 높이보다 10배는 높은 거 같았다. 연구원들은 로켓 바로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나는 연구원들과 함께 그곳에 탔다. 엘리베이터는 공사장에서 쓸 거처럼 사방이 훤히 뚫려있었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 보고 싶었지만, 연구원들이 나는 구속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아주 넓은 엘리베이터 정중앙에 있다 보니까 사방이 훤해도 바닥 때문에 육지가 안 보였다. 얼마 후,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나는 그들에게 이끌려 로켓을 향해 가고 있었다. 로켓은 우리를 인지한 건지 가는 길 끝에 사람이 지나갈 만한 문이 열렸다. 연구원들은 나를 그곳에 물건 던지듯이 던져 넣었다. 그리고 무섭도록 빠르게 엄청나게 큰 소리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심지어 10초부터 세는 것이 아닌 3초부터 셌다. 3...2...1...발사. 고막이 터질 정도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나는 하늘로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로켓은 카운트 다운으로 센 숫자를 모두 더한 3+2+1=6초도 안 돼서 폭발했다. 나를 구속했던 연구원들은 당연히 죽었을 것이고 나도 곧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몸이 다이아몬드보다 단단한지 아무런 고통도 받지 않고 지상으로부터 상공 299792피트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수 초 동안 공중에 멈춘 뒤,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면을 향해 떨어졌다. 사실 지면이 아니라 끝이 안 보이는 바다였다. 나는 잘 됐다고 생각했다. 이런 높이에서 바다로 떨어지면 몸이 터져버리고, 나의 소원인 죽음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더 확실하게 죽기 위해 스카이 다이빙을 하는 사람처럼 배를 바다로 향하게 하고 등을 하늘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 양팔은 몸에 밀착시키고, 양다리는 쭉 폈다.

 

 그 시각 바다속에 용궁에서, 용왕이 바다에서 나는 것들로는 전혀 치료할 수 없는 몹쓸 병에 결렸다. 그의 신하들은 긴 회의 끝에 육지로 나가 토끼의 간을 가져오기로 하고, 가져올 사람을 거북으로 정했다. 거북은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얼마 전에 구매한 최첨단 등껍질을 등에 메고 용궁을 떠났다. 이 등껍질은 등록된 사용자를 인식해서 언제 어디있든지 자동으로 찾아와 등에 붙는다. 하지만 나온지 얼마 안 돼서 사용자 등록은 불가능 하고, 근처에 있는 생물에게 붙는다. 그래서 거북은 이 등껍질을 누가 훔쳐갈까봐 애지중지 하였다. 거북은 육지가 너무 멀리 있는 것을 보고 좀 쉬엄쉬엄 가기로 했다. 거북은 해수면까지 나와 태양빛을 봤다. 그리고 육지까지 편안하고 따스하게 가기 위해서 배영을 했다. 배영만으로는 질렸을 때, 거북은 하늘을 보고 있는 배를 뒤집어 등껍질이 하늘을 보게 하려고 몸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때, 거북이 몸을 천천히 기울여 거북의 몸과 해수면이 수직이 되었을 때, 어떤 강력한 충격에 의해 거북은 바다속으로 빠르게 잠수되었고, 그 충격에 의해서 죽었다. 그 충격을 준 장본인은 바로 나다. 나는 배를 바다로 향하게 했지만, 눈을 감고 있었기 때문에 균형감각을 잃을 수밖에 없었고, 나의 몸은 바다와 수직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 내가 바다에 빠질 무렵, 내 바로 밑에 있던 거북이 몸을 돌리고 있었고, 위로 쌓여있는 블록을 하나하나 망치로 쳐내듯, 나는 거북의 몸을 밀어 등껍질을 얻었고, 거북은 다이아처럼 단단한 내 몸의 운동에너지를 받고 죽었다.

 등껍질이 나의 등에 들러붙자 머리속에 어떤 정보가 강제로 주입되었다. 아마도 이 등껍질을 가지고 있던 거북에게 주어진 임무에 관한 정보라고 생각했다. 나는 거북의 임무를 이어받아 토끼의 간을 찾으러 저 멀리 있는 육지로 헤엄쳤다. 그런데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무언가 굉장히 익숙한 감각이 느껴지면서 의식을 되찾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여기서 나는 자동적으로 무슨 말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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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이 무슨 말인지는 나도 충분히 예상한다. 이 말은 나도 알고 너도 알며, 제3자도 알고 제4자도 알고...제n자 일 때 n이 무한대로 가면 발산한다는 우리학교 얼짱 수학선생님의 제자의 여동생의 아내의 오빠의 남편의 고모의 할아버지의 첫사랑의 남편의 불알친구의 살인자의 형벌을 내리는 판사의 판결만큼이나 정확하게 예측 가능하다. 인간, 우주인, 미래인, 이세계인, 초능력자가 모인 집단을 SOS단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매우 간결하다. 모든 영화, 만화, 소설, 애니의 억지 스토리를 한 방에 해결할 정도로 매우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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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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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슨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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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발꿈"

 나는 웃으면서 조용히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