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뢰생성기. 그 말은 1분마다 저 가로등 위에서 번개가 내려친다는 뜻이다. 방탄이나 방검으로 무장한 것을 다 무시하고 그냥 지져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호텔 주차장에 있던 첸 슈어 씨랑 팡 씬이 씨가 지난번에 부상을 입어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할 미야자키 씨와 한혜림 씨를 보호하기 위해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번개가 동전지갑에 내리치고 시간이 지나자 안드로이드가 다시 전기검을 들고 돌격했다. 우리들은 계속 총을 쐈지만 안드로이드가 계속 피해다녀서 오른쪽 팔과 가슴 부분 등에만 맞았을 뿐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드디어 진동이 끝나자 주변에서 갑작스런 전투에 놀란 기자들이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녹음기와 망가지지 않은 카메라와 조명을 다시 세워서 지진에 대한 브리핑을 준비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일부 기자들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3번출구를 찍고 있었다. 아마 캐슬골드 쪽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된다.

안드로이드가 먼저 타격한 사람은 더 가까이에 있는 나였다. 안드로이드의 검이 날라오자 필사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단단한 서류가방으로 막으면서 피했다. 가방은 다행히 카본섬유랑 비슷한 재질이어서 부도체였다. 가방은 전기를 막아주는 데 유용했지만 검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찌그러졌다.

시즈오카 씨도 마찬가지였다. 가방으로 막을 때마다 충격을 받아 일그러졌고 처음부터 열려있어서 속의 내용물이 빠져나왔다. 휴대용 EMP와 권총과 탄창이었다.

낙뢰생성기가 재작동한지 40초 정도 지나자 안드로이드가 다시 아파트 쪽으로 물러났다. 시즈오카 씨가 낙뢰생성기의 유효범위를 소리쳐 알려줬다. 약 50m. 주변에 있던 기자들이 위험했다.

"비키세요! 여기 있다가는 전기 맞아요!"

내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기자들은 아까 본 것도 있겠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기자들은 생각보다 빨리 빠져나왔고 번개는 바로 밑에 있던 자전거 거치대로 안전하게 떨어졌다.

안드로이드가 다시 달려왔다. 시즈오카 씨와 안드로이드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열려있는 서류가방은 점점 찌그러지더니 마침내 두 동강이 났다. 다행히 부서지고나서 한 번만 때리고 안드로이드가 후퇴했다. 번개는 다시 자전거 거치대에 떨어졌다.

 

우리들은 다시 사격을 하기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번에는 안드로이드의 왼쪽 팔 안쪽에 명중하여 왼팔을 마비시킬 수 있었다.

 

안드로이드의 이번 타깃은 나였다. 서류가방이 마침내 검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져 내용물이 빠져나왔다. 물이 담긴 보온병, 나노로봇이 담긴 캡슐과 구조용 로봇을 조종하기 위한 컨트롤러 등이 빠져나왔다.

마침내 서류가방이 분해되었다. 나는 서류가방을 양손에 잡고 다시 전투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힘이 딸리기 시작했다.

또다시 40초가 지나자 안드로이드가 후퇴했고, 나도 천천히 유효범위를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체력이 점점 바닥이 났다. 결국 더 자전거 거치대보다 더 높을 수 밖에 없는 나는 호주머니에 있던 내 스마트폰을 하늘 높이 던졌고, 번개가 그것에 내리쳐 떨어졌다.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곳 사망을 의미했다. 이제 머리를 써야할 때가 왔다. 주변에 있는 것을 살펴보았다. 지진 때 널브러진 카메라와 조명, 서류가방에서 빠져나온 나노로봇 캡슐과 로봇 컨트롤러. 로봇은 호텔 지상주차장에 있고 종류는 잔해를 들어올리는 용도, 사람을 수송하는 용도, 사람을 찾아내는 용도. 스마트폰은 방금 번개를 맞고 제기능을 잃었고 주머니에는 지갑과 자동차 열쇠밖에 없다.

 

그래, 그러면 되겠다. 머리를 굴린 결과 마침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자동차 열쇠를 조작하여 호텔 주차장에 있는 밴의 트렁크를 열었다. 그리고 잔해를 들어올릴 때 쓰는 리프트 로봇의 컨트롤러를 잡아 명령을 입력했다. 이 도박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는 미지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