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멋대로 하는 삼국지 모음집 - 창작문학 채널 (arca.live)

조홍(?~232)

자는 자렴, 패국 초현 출생. 조조의 6촌 동생, 굉장한 사치를 부리는 거부지만 인색했다.

하지만 조조에 대한 충성심 만큼은 진짜. 그가 있어 조조, 그리고 조위가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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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후방을 막으러 가고 있는데 조조의 한 부대가 추격해왔다. 여포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구만!"


그러고는 군마를 벌여 태세를 갖추었다. 조조가 말을 몰아 나오며 크게 소리쳤다.


"역적 놈아! 천자를 협박하고 백성을 몰아 어디로 가느냐?"


여포도 욕을 퍼부었다.


"주인도 배신한 비겁한 놈이 무슨 헛소리냐!"


조인이 창을 잡고 말에 박차를 가해 여포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몇 합을 싸우지도 않았는데 이각이 한 부대를 이끌고 왼쪽에서 치고 들어오자 조조는 하후연에게 맞서 싸우라 명했다. 그때 오른쪽에서 함성이 또 일어나더니 곽사가 군사를 이끌고 쳐들어왔고 조조는 급히 하후돈에게 명하여 맞서게 했다. 그러나 세 갈래 길로 달려드는 군마의 기세를 감당할 수 없었다. 조인이 여포를 더는 막아내지 못하고 나는 듯이 말을 몰아 진으로 돌아왔다. 여포가 철기를 이끌고 갑자기 들이치니 조조군은 대패하여 형양을 향해 달아났다. 


한참 도망가다 한 황폐한 산기슭 아래에 이르렀는데, 사방에서 함성이 들리더니 서영의 복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포신의 동생 포도가 말을 타고 급히 달려가 서영을 막았지만, 다섯 합도 채 싸우지 못하고 서영의 창에 찔려 죽었다. 조조는 황급히 말을 채찍질하며 길을 찾아 달아나다 마침 서영과 마주쳐 다시 몸을 돌려 달아났다. 서영이 활을 쏘아 조조의 어깻죽지를 명중시켰다. 조조는 어캐에 화살을 꽂은 채 목숨을 건지기 위해 산비탈을 돌아 달아났다. 그때 풀 속에 숨어 있던 두 명의 병사가 조조의 말이 오는 것을 보고는 창을 들어 일제히 찌르니 조조의 말이 창에 찔려 거꾸러졌다. 조조는 말에서 굴러떨어져 두 병사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때 한 장수가 나는 듯이 말을 몰아 달려오더니 칼을 휘둘러 그 두 명의 보군을 찔러 죽이고 말에서 내려 조조를 구했다. 조조가 보니 다름 아닌 조홍이었다. 조조가 말했다.


"나는 여기에서 죽을 몸이니 아우는 어서 떠나게!"


조홍이 말했다.


"공께서는 어서 말에 오르십시오! 이 홍은 걸어가겠습니다."


"적병이 쫓아오는데 너는 어쩌려느냐?"


"천하에 이 홍은 없어도 되지만 공께서 없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다시 살아난다면 그것은 너의 힘이다."


조조는 말에 올랐고 조홍은 갑옷을 벗어 던지고 칼을 끌며 말을 따라 뛰었다. 대략 사경이 좀 지날 무렵까지 달렸는데 앞에 한 줄기 큰 강이 가는 길을 가로막았고 뒤에서는 함성이 점점 가까워졌다. 조조가 말했다.


"내 목숨도 여기서 끝나는구나. 다시 살아나기는 틀린 것 같구나!"


조홍이 급히 조조를 부축해 말에서 내리게 하더니 전포와 갑옷을 벗기고 조조를 업어 강을 건넜다. 겨우 건너편 기슭으로 건너왔는데 추격병이 이미 이르러 물을 사이에 두고 화살을 쏘아댔다. 조조는 흠뻑 젖은 채로 다시 달아났다. 날이 샐 때까지 다시 30여 리를 더 도망가 높지 않은 작은 흙 언덕 아래에서 잠시 쉬었다. 그때 별안간 함성이 일어나더니 한 무리의 인마가 쫓아왔다. 서영이 상류에서 강을 건너 추격해온 것이었다. 조조가 당황하여 허둥대고 있을 대 하후돈과 하후연이 수십 기의 군사를 이끌고 나는 듯이 달려오며 크게 소리쳤다.


"서영은 우리 주인을 다치게 하지 마라!"


서영이 바로 달려들었고 하후돈이 창을 잡고 맞서 싸웠다. 서영의 군사들이 하후돈의 기세에 눌려 삽시간에 모래알처럼 흩어졌고 서영도 하후돈과 몇 합 싸우더니 이기지 못하고 달아났다. 뒤이어 조인, 악진이 각기 군사를 이끌고 찾아왔고 조조를 보자 슬퍼하면서도 기뻐했다. 패잔병 500여 명을 모아 함께 하내로 돌아갔다. *


한편 모든 제후는 낙양에 각기 나뉘어서 주둔하고 있었다. 손견은 궁궐의 남은 불을 모두 끄고 성내에 군사를 주둔시킨 후 건장전 터에 군막을 설치했다. 손견은 군사들을 시켜 궁전의 부서진 기와와 벽돌을 치우게 하고 동탁이 파헤친 제왕들의 무덤들을 모두 원래대로 덮게 했다. 또한 그는 태묘(제왕의 조묘, 즉 사당) 터에 세 칸짜리 전옥을 임시로 짓고 제후들을 초청해 역대 제왕의 신위를 모신 후 태뢰(소, 양 돼지로 고대시대 최고의 제수 용품이었다.)를 마련하여 제사를 주재했다. 제사를 마치고 모두 흩어졌고 손견은 군영으로 돌아왔다.

이날 밤은 별빛과 달빛이 서로 환하게 비추고 있어 손견은 검을 어루만지며 밖에 앉아 하늘을 우러러 천문을 살펴보았다. 자미원 중심에 하얀 기운이 가득하자 손견이 탄식했다.


"제성(황제를 상징하는 별)이 밝지 못하니 역신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만민은 도탄에 빠졌다. 도성이 텅 비게 되었구나."


말을 끝내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때 곁에 있던 군사가 말했다.


"전각 남쪽에 있는 우물에서 솜털 같은 오색 광선이 일어납니다."


손견이 군사를 불러 횃불을 밝히고 우물에 내려가 한 부인의 시신을 건져 올리게 했는데 비록 시신이 오래되었으나 부패하지 않았고 궁양 옷차림새에다 목에 비단 주머니 하나를 걸고 있었다. 주머니를 열어 살펴보니 안에 주홍색 작은 상자가 들어 있었고 황금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바로 옥새였는데, 둘레가 4촌(약 9.2cm)이었고 위에는 다섯 마리의 용이 서로 뒤엉켜 조각되어 있었다. 떨어져 나간 한쪽 모서리는 황금으로 박아 넣었다. 밑바닥에는 전자(篆字)로 '수명어천, 기수영창(受命於天, 旣壽永昌. 하늘로부터 명을 받아 영원히 번창하며 이어가리라)'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옥새를 얻은 손견이 정보에게 묻자 정보가 대답했다.


"제왕이 왕위를 물려줄 때 전하는 전국옥새입니다. 이 옥은 옛날 변화(卞和)라는 사람이 형산 아래에서 돌 위에 봉황이 서식하는 것을 보고 실어다 초나라 문왕에게 바친 것입니다. 그 돌을 조개 이 옥을 얻었다고 합니다. 진나라 26년에 솜씨 좋은 장인을 시켜 이 옥새를 만들게 했고 이사(李斯)가 그 위에 전자로 이 여덟 글자를 쓴 것입니다. 28년에는 시황제가 순수하던 중 동정호에 이르렀을 때 풍랑이 크게 일어 배가 뒤집히려 하자 급히 이 옥새를 호수에 던졌더니 풍랑이 그쳤다고 합니다. 36년에 시황제가 다시 순수했는데 화음에 이르렀을 때 어떤 사람이 이 옥새를 가지고 길을 막으며 따르는 자에게 '용왕이 붕어하셨으니 원래 주인께 돌려드리리다.'라는 말을 하고 사라졌는데 그 일로 이 옥새가 진나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듬해에 시황제가 붕어했습니다. 그 뒤에 진왕 자영이 옥새를 한고조 유방에게 바쳤습니다. 후대에 왕망이 찬탈 반역했을 때 효원 황태후(전한 원제의 황후, 왕망의 고모)가 왕심과 소헌을 이 옥새로 때리는 바람에 한 귀퉁이가 깨져 황금으로 때운 겁니다. 광무제께서 이 보물을 의양에서 얻으신 후 지금까지 전해진 것입니다. 근래에 십상시가 난을 일으켜 소제를 협박해 북망산에 갔다가 궁으로 돌아와보니 이 보물이 없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하늘이 주공께 주셨으니 틀림없이 구오(황제)에 지위에 오르실 겁니다. 이곳은 오래 머무를 수 없으니 속히 강동으로 돌아가셔서 따로 큰일을 도모하셔야 합니다."


손견이 말했다.


"자네 말이 바로 나의 뜻과 같구나. 내일 즉시 병을 핑계로 작별하고 돌아가야겠다."


의논이 이미 정해지자 군사들에게 누설하지 말라 지시했다.

그러나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 자리에 있던 군사 중에 원소와 동향인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입신출세하려는 생각으로 그날 밤 군영을 슬그머니 빠져나와 원소에게 알리고 말았다. 원소는 그에게 상을 주고 몰래 군중에 머물게 했다. 이튿날 손견이 원소를 찾아와 작별하며 말했다.


"저에게 약간의 병이 있어 장사로 돌아가고자 하여 특별히 공께 작별하러 왔소."


원소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공의 병을 알고 있는데 전국옥새 때문에 병이 났구려."


손견의 얼굴빛이 달라지며 말했다.


"그 말은 어디서 들으셨소?"


"지금 군사를 일으켜 역적을 토벌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해로운 것을 제거하기 위함이오. 옥새는 바로 조정의 보물이니 마땅히 여러 사람한테 보여주고 맹주가 보관하다가 동탁을 죽인 후에 다시 조정에 반환해야 하오. 지금 그것을 숨기고 떠나는 것은 무엇을 하겠다는 의도요?"


"옥새가 어찌하여 나한테 있다고 하시오?"


"건장전 우물 속에서 나온 물건은 어디에 있소?"


"본래부터 나한테 없는 것인데 어찌하여 이토록 핍박하는 거요?"


"속히 내놓으시오. 그래야만 화를 면할 수 있소."


손견은 하늘을 가리키며 맹세했다.


"내가 만일 이 보배를 얻어 사사로이 숨기고 있다면 후일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칼과 화살에 맞아 죽을 것이며, 자손들 역시 천수를 다하지 못하는 이가 끝없이 나올 것이오!" **


제후들이 말했다.


"문대가 이렇게까지 맹세하는 것을 보니 옥새가 없는 게 틀림없소."


그러자 원소가 군사를 불러냈다.


"우물에서 건져낼 때 이 사람이 없었소?"


손견이 크게 성내며 차고 있던 검을 뽑아 그 군사를 베려 했다. 원소 또한 검을 뽑으며 말했다.


"네가 이 군인을 베려고 하는 것을 보니 나를 속이는 게 분명하구나."


원소 뒤에 있던 안량, 문추가 모두 칼집에서 검을 뽑았다. 손견의 배후에 있던 정보, 황개, 한당 또한 손에 칼을 들었다. 제후들이 일제히 그만두도록 설득했다. 손견이 즉시 말에 올라 군영을 뽑아 낙양을 떠나자 원소는 크게 노해 즉시 편지 한 통을 써서 심복을 시켜 그날 밤으로 형주로 달려가 자사 유표(劉表)에게 전하고 도중에 손견을 막아 옥새를 뺏도록 했다.

이튿날 동탁에게 대패한 조조가 돌아왔다. 원소는 사람을 보내 자신의 군영으로 맞아들이고 제후들을 모아 술자리를 마련해서 조조의 울적함을 풀어줬다. 술을 마시는 사이에 조조가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애초에 대의를 일으킨 것은 나라를 위해 역적을 제거하려 했던 것이오. 여러 공께서도 의리를 중시하여 오셨기에 이 조가 처음에 생각했던 바람은 수고롭더라도 본초가 하내의 군사를 이끌고 맹진(황하의 나루터)과 산조로 가시고, 제장들께서는 성고를 굳게 지키면서 오창(곡식 저장 창고)을 점거하여 환원, 태곡(주 요충지)을 틀어막고 그 험한 요충지를 제어하는 것이었소. 공로(公路, 원술의 자)는 남양의 군사를 인솔하여 단수현과 석현에 주둔하면서 무관(진나라 지역으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들어가 삼보(도성이 있는 지구) 일대를 진동시키되, 모두 도랑을 깊게 파고 보루를 높게 쌓아 싸우지는 말고 의병(허장성세로 적을 현혹시키는 군대)을 더해 군사가 많은 것처럼 꾸며 천하의 형세를 보여준다면 순리로써 역적을 토벌하고  천하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 지금 머뭇거리며 나아가지 않으니 천하의 기대를 크게 저버렸소. 이 조는 삼가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오!"


원소 등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얼마 안 있어 술자리를 끝냈고 조조는 원소 등이 각기 다른 마음을 품은 것을 보고 일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 군사를 이끌고 양주(陽州)로 떠났다. 유비는 관우와 장비에게 일렀다.


"원소는 큰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 오래잖아 틀림없이 변고가 일어날 것 같구나. 조조 역시 처음 그를 만났을 땐 큰 뜻과 그만한 능력을 품은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이전에 맹탁(孟卓, 장막의 자)과 내가 지원한 군사를 모두 잃고 저렇게 그럴듯한 말만 하는 것을 보니 오래 섬길 자가 아니다. 북평에 동문인 공손찬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서 몸을 맡기자." ***


결국 군영을 빼내 북쪽으로 갔다. 연주자사 유대가 동군태수 교모에게 군량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교모가 거절하고 주지 않자 유대는 군사를 이끌고 교모의 군영을 쳐들어가 교모를 죽였고 그 무리는 모두 항복했다. 원소는 제후들이 각자 흩어지는 것을 보고는 군사들을 인솔하여 군영을 정리하고 낙양을 떠나 관동을 향해 가버렸다.


이제 어떻게 될 까?


* 서영: 연의에선 잠깐 나왔다가 사라진 장수지만, 정사에선 손견을 상대로 뒤엎어버리고, 조조에게 생애 가장 큰 패배 중 하나를 겪게 만든 맹장이었다. 당시 그다지 세력이 큰 편이 아니던 조조는 서영에게 대패하며 상당수의 군사를 잃었다. 당연히 서영은 이때 죽지 않고 좀 더 있다가 죽는다.


** 손견의 맹세: 손견이 옥새를 찾은 것은 맞지만, 저 맹세는 연의의 창작이다. 당연히 후손 운운하는 내용은 거기서 필자가 창작한 것이다. 


*** 유비와 반동탁연합: 유비는 당시 조조의 휘하에 있었다. 다만 반동탁군에서 이렇다 할 활약상은 없었다. 유비는 조조가 서영에게 대패한 후 그의 밑에서 떠나 공손찬에게로 향했다. 물론 유비가 원소와 조조를 디스한 내용은 필자의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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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