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멋대로 하는 삼국지 모음집

조운(?~229)

자는 자룡, 상산군 진정현 출생.

연의의 아이돌, 충직함과 용맹함을 모두 가진 용장.

전투에서 철두철미한 만큼 자신에게도 철두철미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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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자가 백규(伯珪)이고 유주 요서군 영지현 출생인데, 고관의 서자로 태어나 문하서좌(공문서를 베끼는 말단 관리)로 일했다. 문하서좌로 있는 동안 긴 문서를 짧고 쉽게 요약하면서도 논리정연하게 문서를 정리하여 태수의 눈에 들어 딸 후씨를 아내로 맞이했다. 곧바로 태수의 후원 하에 노식의 휘하에서 유비 등과 함께 수학했으나 요서태수 유기가 면직되자 곧바로 벼슬을 버리고 그를 따라 교주 일남군(오늘날의 베트남 북부)까지 향했다. 귀향길로 가는 중 유기가 사면을 받자 고향으로 돌아가 요동속국의 장사로 임명되었다.

장사로 지내는 동안 공손찬은 수십 기의 군마로 수백 선비의 기병대를 뚫고 도망쳤으며 선비나 오환 등 북방의 이민족들을 수없이 토벌하고 절대로 자비를 보이지 않아 이민족들에게 공포의 존재가 되었다.


기주를 빼앗긴 공손찬은 곧바로 군사를 일으켜 기주로 향했고, 원소도 공손찬의 군사가 당도한 것을 알고 역시 군사를 인솔해 나갔다. 양쪽의 군대는 계교(허베이성 웨이현 동쪽)에 모였고 원소의 군사는 다리 동쪽에, 공손찬의 군대는 다리 서쪽에 있었다. 공손찬이 다리 위에서 말을 세우고 크게 소리 질렀다.


"의리를 배신한 놈이 어째서 감히 나를 팔아먹었느냐!"


원소 또한 말을 체찍질하며 다리 옆으로 달려와 공손찬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복이 재주가 없어서 기주를 나한테 양보했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공손찬이 말했다.


"지난날 네가 충성스럽고 의롭다고 여겨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건만 지금 하는 짓을 보니 진실로 심보는 이리 같고 행실은 개새끼 같은 배은망덕한 놈이로구나. 무슨 낯짝으로 세상에 나서려고 하느냐!"


원소가 크게 노하여 말했다.


"누가 저놈을 사로잡겠느냐?"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추가 말을 채찍질하며 창을 잡고 곧바로 다리 위로 달려갔다. 그러자 공손찬이 다리 가장자리로 가서 문추와 맞붙어 사웠다 10여 합을 싸우지도 못했는데 공손찬은 막아낼 수 없어 달아났다. 문추가 기세를 몰아 추격하더니 나는 듯이 중군으로 뚫고 들어가 좌충우돌했다. 공손찬 수하에 있던 네 명의 맹장이 일제히 맞서 싸웠으나 문추가 그중 한 장수를 창으로 찔러 말에서 떨어뜨리자 나머지 세 장수는 모두 달아났다. 문추가 곧장 공손찬을 뒤쫓아 진 뒤쪽으로 몰아내니 공손찬은 산골짜기를 향해 도망쳤다. 문추가 빠르게 말을 몰며 엄하게 소리 질렀다.


"빨리 말에서 내려 항복하라!"


공손찬은 활과 화살을 다 떨어뜨리고 투구도 땅에 떨어져 머리를 풀어헤친 채 말고삐를 놓고 산비탈을 돌아 내달렸으나 말이 앞발굽을 잘못 디뎌 넘어지는 바람에 비탈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문추가 창을 꼬나잡고 찌르는 그때 별안간 풀이 무성한 비탈 왼편에서 한 소년이 나는 듯이 말을 몰아 나오며 창을 잡고 곧바로 문추에게 달려들었다. 그 사이에 수풀을 헤치며 비탈로 기어올라간 공손찬이 그 소년을 살펴보니 키가 8척(약 190cm)에 짙은 눈썹과 부리부리한 눈, 얼굴은 넓고 턱은 두툼했으며 위풍이 늠름했는데, 문추와 50~60합을 크게 싸웠는데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공손찬의 부하 군사들이 구원하러 몰려오자 문추는 말을 돌려 물러났다. 소년 또한 뒤를 쫓지 않았다. 공손찬이 서둘러 비탈을 내려와 소년의 성명을 물었다. 소년은 몸을 숙여 인사하며 대답했다.


"저는 상산 진정 사람으로 성이 조(趙), 이름이 운(雲)이고 자가 자룡(子龍)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한복 쪽의 사람이었지만 원소가 그를 쫓아냈음으로 장군의 휘하에 들어가고자 오는 길입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이곳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


공손찬이 크게 기뻐하며 함께 군영으로 돌아와 군사를 정돈했다.


이튿날 공손찬은 군마를 좌우 두 대로 나누었는데 형세가 마치 새의 날개를 펼친 듯 했다. 말이 5000여 필인데 대부분이 백마였다. 일찍이 공손찬이 오환과 싸웠을 때 모두 백마만 골라 선봉으로 삼았기에 '백마장군'으로, 그들을 '백마의종'이라 불렀다. 이민족들이 백마만 보면 달아날 정도로 백마가 매우 많았다.


원소는 안량과 문추를 선봉으로 삼아 각각 궁노수 1000명을 이끌게 했다. 역시 좌우 두 대로 나누어 좌측은 공손찬의 우군을 쏘고 우측은 공손찬의 좌군을 쏘게 했다. 다시 국의(麴義)에게 800명의 궁수와 보병 1만5000명을 이끌고 진 한가운데에 늘어서게 했다. 원소 자신은 마보군 수만 명을 이끌고 뒤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공손찬은 조운을 얻었지만 그 속내를 알 수 없어 별도로 한 부대를 이끌고 뒤쪽에 있게 했고, 대장 엄강(嚴綱)을 선봉으로 삼았다. 공손찬 자신은 중군을 인솔하여 다리 위에 말을 세우고 큰 붉은 원 테두리 안에 금실로 '수(帥)' 자를 수놓은 깃대를 말 앞에 곧게 세웠다. 진시부터 북을 두드렸지만 사시가 되었는데도 원소의 군사는 싸우려 나오지 않았다. 국의가 궁수들에게 모두  차전패(화살을 막는 방패) 아래에 엎드려 있다가 포성이 들리면 화살을 쏘라고 영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엄강이 기다리다 못해 북을 두드리고 함성을 지르며 곧바로 국의에게 달려들었다. 국의의 군사들은 엄강의 병사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도 모두 엎드려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가까이 이르렀을 때 '쾅!'하는 포성이 들리자 800명의 궁노수가 일제히 화살을 쏘아댔다. 엄강이 급히 되돌아가려고 했으나 칼을 춤추듯 휘두르며 달려온 국의에게 베어져 말 아래로 떨어졌고 결국 공손찬의 군대는 대패하고 말았다. 좌우 양군이 구하려 했으나 안량과 문추가 궁노수를 이끌고 화살을 쏘는 바람에 모두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게다가 원소의 군사가 동시에 진격해 경계점인 다리까지 쳐들어왔다. 

국의가 말을 몰고 달려와 먼저 깃발을 잡고 있는 장수를 베고 깃발을 찍어 쓰러뜨렸다. 공손찬은 깃발이 꺾여 쓰러지는 것을 보고는 말을 돌려 다리를 내려가 달아났다. 국의가 군사를 이끌고 곧장 돌진하다 후군에 이르렀을 때 마침 조운과 맞닥뜨렸는데, 조운은 창을 잡고 말에 박차를 가해 국의에게 달려들었다. 열 합을 넘기지 못하고 국의는 말을 돌려 달아났다. 조운은 나는 듯이 말을 몰아 원소의 군중으로 뛰어들어 좌충우돌하는데 마치 무인지경에 들어간 듯 했다. 그 사이 공손찬이 군사를 되돌려 쳐들어가니 원소의 군대는 대패하고 말았다. **


이에 앞서 원소가 정찰 기병을 보내 상황을 살펴보게 했는데, 국의가 깃발 든 장수를 베고 깃발을 뽑아버린 후 패잔병을 추격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떄문에 준비도 없이 전풍과 함께 휘하의 극을 잡은 군사 수백 명과 궁수 수십 기만 이끌고 말을 타고 나와 구경하며 하하 크게 웃었다.


"공손찬은 무능한 자로구나!"


말하는 사이에 별안간 코앞까지 조운이 쳐들어왔다. 궁수들이 급히 활을 쏘려고 했으나 조운이 연이어 여러 명을 찌르자 모두 달아났다. 게다가 뒤에서는 공손찬의 군사가 겹겹이 에워싸며 몰려왔다. 당황한 전풍이 원소에게 말했다.


"주공께선 잠시 빈 담장 안으로 피하십시오!"


원소가 투구를 땅바닥에 내던지며 크게 소리쳤다.


"대장부가 전쟁에 나와 싸우다 죽기를 원하지 어찌 담장으로 들어가 살기를 바라겠느냐!"


이 말에 군사들 모두가 합심하여 목숨을 걸고 싸우자 조운도 더 이상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그대 원소의 대부대가 가득 몰려오고 안량 또한 군사를 이끌고 당도하여 양쪽 길에서 필사적으로 싸웠다. 조운이 공손찬을 보호하며 포위망을 뚫고 경계점인 다리까지 돌아왔다. 원소가 군사를 몰아 대대적으로 진격해 다시 다리 건너로 추격해오자 물에 빠져 죽은 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원소가 앞장서서 추격하는데 5리도 채 못 가서 산 뒤쪽에서 고함을 치며 한 떼의 인마가 갑자기 쏟아져 나왔다. 세 명의 대장이 앞장섰는데 바로 유비, 관우, 장비였다. 평원에 있다가 공손찬이 원소와 싸운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싸움을 도우러 오는 길이었다. 세 팔의 말이 각기 다른 세 종류의 병기를 들고 원소에게 나는 듯이 달려들자 수천의 원소군이 그대로 갈라져 혼비백산했다. 원소는 선두의 관우를 알아보고는 급히 말을 돌려 군사를 이끌고 달아났다. 공손찬도 군사를 거두어 군영으로 돌아가 유비, 관우, 장비에게 말했다.


"현덕이 멀리 와서 나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매우 곤란한 지경에 처할 뻔했네."


조운과 서로 인사를 시켰다. 유비는 조운을 심히 공경하고 사랑하여 아끼는 마음이 생겼다.


한편 원소는 한바탕 싸움에서 패하자 굳게 지키기만 하고 나오지 않았다. 양군이 서로 대치한 채 한 달여쯤 지났을 때 어떤 사람이 장안으로 와서 동탁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이유가 동탁에게 말했다.


"원소와 공손찬 또한 당대의 호걸들인데 지금 서로 죽어라 싸우고 있습니다. 천자의 조서를 빌려 화해시켜야 마땅합니다. 그러면 두 사람이 은덕에 감사하여 반드시 태사께 복종할 것입니다."


"좋구나."


이튿날 동탁은 즉시 태부 마일제와 태복 조기에게 조서를 들고가게 했다. 두 사람이 하북에 도착하자 원소는 100리 밖까지 마중 나와 두 번 절하고 조서를 받들었다. 다음 날 두 사람이 공손찬의 군영에 가서 명령을 전달하며 알아듣게 타이르자 공손찬도 이내 사신을 보내 편지를 원소에게 전달하고 서로 화해했다. 두 사람은 사명을 마치고 도성으로 돌아가 결과를 보고했다. 공손찬은 그날로 군대를 철수하면서 표문을 올려 유비를 평원상에 천거했다. 유비가 조운과 작별하면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차마 이별하지 못했다. 조운이 탄식하며 말했다.


"이전에는 공손찬이 영웅인 줄 알았는데 지금 하는 짓을 보니 원소와 다름없는 자입니다!"


유비가 말했다.


"공은 잠시 몸을 굽혀 공손찬을 섬기도록 하게. 우린 다시 만날 날이 있을 것이니."


눈물을 흘리며 작별했다.


한편 원술은 남양에 있으면서 원소가 이번에 기주를 얻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사자를 보내 1000필의 말을 요구했다. 원소가 주지 않자 원술은 노했고 이때부터 형제는 반목하게 됐다. 다시 형주로 사자를 보내 유표에게 양식 20만 곡(400만 리터)을 빌리려 했으나 역시 거절당했다. 원술은 이에 원한을 품고 비밀리에 손견에게 서신을 보내 유표를 정벌하게 했다.


손견은 어떻게 할까?



* 조운: 조운의 과거는 상당히 부실하나, 이런저런 기록으로 보아 고향의 자경단일 가능성이 높으며 한복 쪽의 사람으로 보인다. 적어도 연의처럼 원소 휘하에 있다가 공손찬에게 이적하진 않았다.


** 국의: 연의에선 조운에게 단숨에 털리는 전투력 측정기지만, 실제로는 여기서 죽지 않고 좀 더 뒤에 원소에게 숙청당한다. 실제 역사에선 원소군의 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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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의 아이돌 조자룡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