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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사천당(糖)가"가 등장한 것 때문에 주화입마 오다가 갑자기 마공의 깨달음이 보여서 급하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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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나름 무인이라는 젊은이가 구파일방에 대해 모르다니!”


중년 표사가 후배인 젊은 표사를 보며 에잉 쯧쯧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아니, 제가 아는 거랑 너무 달라서 그렇죠!”


그에 대해 항의하는 젊은 표사.



“우선 소림(少林). 대표적인 불가 문파 아니었어요? 막 장풍 쓰는 스님들.”

“스님들이긴 한데, 소림은 소림(召霖)이야. 부처님과 보살님들에게 기우공양을 드려서 비(霖)를 부르는(召) 법술을 쓰지. 농민들에게 인기가 좋아.”


“그럼 무당(武當)은요? 무당산에 있는 도가 문파 아니에요? 검법으로 유명한?”

“무당산에 계시긴 한데, 무당은 무당(巫糖)이야. 천지신명들께 제사를 드리기 위한 당과(糖)를 만드는 무사(巫士)분들이지. 그분들이 만든 당과가 없는 제사는 받지도 않는 토지신들이 많대.”


“그, 그럼 화산(華山)! 화산에 있는 도가 문파! 매화검법!”

“야, 화산은 바위산이잖아. 뭔 매화여.”

“그건 알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화산은 화산(火散)이야. 검격으로 불(火)을 퍼뜨리는(散) 술법을 쓰는 도가 문파지. 염제 신농님이 창립했다나 뭐라나.” 

“크아악! 파이어볼 화산이라니!”

“이새끼 왜 또 지랄이야.”


가끔씩 도대체 어디서 배워온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유난을 떠는 후배 표사를, 선배 표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다른 문파들은요!?”

“나도 몰라 임마.”
“엥.”

“뭘 엥이여. 내가 글자 그리 많이 아는 거 같디? 제일 유명한 곳들 세 개만 아는 건데”


어깨를 으쓱 거리는 선배 표사.



“암튼 딴놈한테 물어봐라. 근데 우리 중에 아는 놈이 있으려나? 다들 글자 한 자 외울 시간에 칼 한 번 더 가는 애들인데.”

“끙. 그건 그렇죠.”

“후후, 하지만 저는 남들이 글자 한 자 외울 시간에 글자를 열 자 외우고 있죠.”

“아가씨!?”


마차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아가씨. 젊은 표사와 중년 표사가 속한 표국이 전속호위계약을 맺은 거대 상단, 그 단주의 넷째 딸이다.



“아가씨, 들어가 계시죠. 바람이 찹니다.”

“훗, 상인에게 찬바람은 오직 비어있는 전낭에서 나오는 빈 바람…… 엣츙.”

“거 보십쇼.”

“이, 이건 먼지 때문. 흠흠.”


중년 표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눈을 반짝이며 젊은 표사에게 고개를 돌리는 아가씨.



“아무튼! 제가 이어서 말해드릴게요! 소림, 무당, 화산. 다음은 어디가 궁금한가요?”

“그보다 말을 낮추시면 안 될까요? 저 같은 초짜 표사가 감히.”

“시러용.”


쪼끄만 분홍색 혀를 빼꼼 내미는 아가씨. 그 잔망스러운 모습에 정신을 못 차리는 젊은 표사였다.



“음. 그러면 청성(靑城)파는요? 청성산에 있는, 바람과 같은 검을 쓰는 도객들!”

“청성(淸聲)파의 도객분들은, 그 맑은(淸) 목소리(聲)에 내력을 싣는 음공을 쓰지요. 그분들이 산골에 퍼뜨리는 메아리는 때에 따라서 천혜의 수호일 수도, 단명을 고하는 경종일 수도 있죠.”


“아름답네요. 곤륜산의 곤륜(崑崙)파는 어떨까요?”

“곤륜(棍輪)파 분들은…… 좀 특이하죠? 관에서 창과 갑주는 통제하기에 오히려 도검을 중시하는 다른 무림인들과 달리, 몽둥이(棍)를 쓰니까요. 그리고 바퀴(輪)도요. 바퀴를 대체 어떻게 무기로 쓰는 걸까요?”


“높은 데서 굴리는 거대한 무기나, 반대로 가볍게 던지는 원판 아닐까요?”

“그럴까요?”

“아미(峨嵋)파는 어떨까요? 아미산의 여승들이 세운 문파일 텐데.”

“비구니 분들이기는 한데에…… 어…… 듣기로 서남쪽의 소승 불교에서는 무우서어운 귀신 모습을 한 보살들을 섬긴다더군요? 아미파 분들은 그 힘을 빌리는 불법을 써요. 그래서 아미(牙尾)예요. 송곳니(牙)와 꼬리(尾).”

“와, 퍼리붓다걸즈.”

“네?”

“아닙니다.”


돌아버리겠네 진짜, 라고 속으로만 되뇌이는 젊은 표사였다.



“다음은 어디가 남았죠? 공동파, 점창파, 해남파였나? 그리고 개방?”

“어머, 해남검문은 새외무림이랍니다?”

“어라? 그럼 해남이 아니고 어디죠?”

“당연히 형산파죠! 아, 뭐라 말할지 제가 맞춰 볼게요. 형산(衡山)에 있어서 형산파 아니냐 물어보려 그러죠?”


눈웃음을 지으며 키득대는 아가씨, 그리고 정곡이 찔려 그런지 뚱해진 표정의 젊은 표사.


청년의 표정이 재밌는지, 아가씨가 섬섬옥수의 손가락을 하나 뻗어 젊은 표사의 뺨을 간질인다. 그에 따라 조금 붉게 물드는 청년의 뺨.


때아닌 청춘의 한 장면이다.


(중년 표사는 배우지도 않은 암행술을 시전한 채 아빠 미소를 짓고 있다.)



“네네. 그래서 형산파는 뭐죠?”

“형산파의 무인들은 무구를 비롯한 각종 무술 장비를 만들던 장인들을 기원으로 하고 있어요. 거푸집(型)을 써서 온갖 보물들을 만든다고 해서, 형산(型産)이죠. 그 무구들을 제자식처럼 아낀다고 해서, 이름도 ‘낳는다(産)’를 써서 지었다네요.”


“공동산의 공동(崆峒)파는…… 가만, 제가 맞춰볼게요. 설마 ‘빈 동굴’ 할 때 공동(空洞)인가요?”

“오! 맞답니다! 글자 공부를 착실히 했군요. 장하다 장해.”

“아니 나이는 제가 더 많은데.”

“겨우 한 살? 왜, 나이 많은 거 자랑하고 싶어요? 가가?”


두 손을 턱 밑에 모아 꽃받침 모양을 만들어 보는 아가씨.


“와 존나 귀엽네.”

‘아니, 그런 말은 삼가주세요. 고용주분의 따님이 그러시면 저만 곤란합니다.’

“말과 속마음이 바뀌었어요.”

“아.”

“후후.”

“…… 큭.”


(중년 표사는 차기 높으신 분이 될지도 모르는 후배놈과 평소 친하게 지낸 것에 대해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럼 점창산의 점창(點蒼)파! 설마 끈적한(粘) 창(槍)을 쓰는 문파입니까!”

“예…… 창이 어떻게 끈끈해요?”

“아닌가요?”

“후후.”

“……”

“아이, 삐지지 말고요. 점창파 분들은 점창(点唱)이라 해서, 노래를 불러서(唱) 점(点)을 치는 분들이랍니다. 그래서 무당파와 청성파 분들에 대해 묘한 경쟁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유명하네요.”

“세상에, 이제는 매지컬 오페라 점쟁이들이라니.”

“어허, 점쟁이라뇨. 앞의 단어가 뭔지 몰라도, 사서삼경에 통달한 역술가분들을 그렇게 비하하면 안 돼요!”

“…… 잠깐, 사서삼경이요?”


그거 뭔가 무협에서 나올 단어가 아닌 거 같은데, 라고 되뇌이는 청년 표사.



“네. 점창파 분들은 무림에서도 보기 드문 유가 문파입니다.”

“오우…… 마지막 개방(丐幇)은 어떤가요? 거지들(丐)이 모여 세운 무림문파라고 알고 있는데.”

“음, 개방이 거지라는 것도 비하하는 발언이기는 한데…… 사실 개방은 투도(偸盜)를 일삼는 도둑들이 만든 문파랍니다.”

“와, 도적 길드!”

“길…… 뭐요?”

“아닙니다. 근데 그러면 개방의 ‘개’는 뭔가요?”

“어느 닫힌 문이든 열 수 있다고 자부해서 개(開)방이라더군요.”

“이야아.”


젊은 표사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환생한 무협 세계가 뭔가 심히 잘못 됐다고.



“햣—하! 상단 주제에 감히 우리 녹림이 도사리는 산길을 지나려고 하다니!”


그때 갑자기 야생의 녹림이 나타났다!



“쟤네도 녹림(綠林)이 아니네. 녹색 수풀에서 나타나긴 하지만.”


녹림(鹿臨)이라는 이름답게 사슴(鹿)뿔 달린 가면과 투구 같은 것을 쓴 채 나타나는(臨) 산적들을 보며 젊은 표사가 중얼거렸다.



“뭣들 하냐! 전부 준비해라!”


젊은 청년 표사와 아가씨의 청춘을 구경하던 중년 선배 표사가 우렁차게 외친다.



“전원! 변신!!


구령을 외치는 동시에 표범(豹)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선배 표사.


과연, 중원 제일의 표국(鏢局)인 표국(豹局)다운 날랜 기세였다.



“끄으으.”


한숨을 쉬며 마찬가지로 표범 모습으로 변신하는 청년 표사.


오늘도 그는 이 이상한 중원을 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