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화교주!”


그를 구름처럼 에워싼 수많은 무인들 중 하나가 소리쳤다.

그게 신호라도 된 양, 그들은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었다.

턱끝까지 다가온 위협 앞에서도, 거대한 허수아비같은 배화교주는 뱀처럼 가는 눈을 더욱 짙게 휘고만 있을 뿐이었다.


“너희는 서로를 협이란 호칭으로 띄워주는 데 주저하지 않지.”


그의 말은 혼자 읊조리듯이 나직했으나, 모든 이들은 그가 자신의 귀에 대고 얘기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소협, 대협, 협객, 협사. 협이란 무엇이냐?”

“의기를 지키는 것이오!”

“그 의기가 무엇이길래. 나를 가로막는 것이냐.”

“당신은-“

“나는, 영물들이 태어나 인간을 위협하는 것을 막고자 했다. 중원에 쓸데없이 넘쳐나는 영력 탓에 영물들이 아직도 끊임없이 태어나고 있지 않느냐.”


당신은 진정 그게 목적이었냐고, 내가 들은 사실관 다르다 외치려던 팽가의 장자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는 배화교주의 눈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너희는 소림의 늙은 뱀에게 무슨 감언이설로 현혹당했느냐? 한계에 다다른 자신의 경지를 올리는 데 혈안이 된 그 추악한 늙은이가 무슨 달콤한 말로 너희를 꼬드겼느냐. 너희는 그에게 무엇을 약속받고 나를 가로막느냐. 협을 자칭하는 너희가 감히 나에게 협이 아니라 손가락질할 자격은 있느냐.”


그는 오른손의 검지를 들고는 마치 지평선을 그리듯,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 서 있던 모든 무인들의 목이 우수수 굴러떨어졌다.


“있다면, 나를 마라 칭해도 좋다. 내 기꺼이 짊어져 주마.“


저 하늘에 닿을 때까지.


***


원래 전세계적으로 왼쪽의 어원은 그릇된, 옳지 않은 등의 뜻을 내포했다고 하네

또 한동안 안 쓰다가 쓰려니 글쓰기 너무 힘들다 진짜

점점 퇴보하는 기분

다시 빡세게 써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