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거절이었다.
당가에서의 7번의 거절 이후, 처음으로 당소소에게 받은 고백이었다.
"... 저 이번엔 진심이에요, 사형."
알았다.
그 마음은 너무도 순수하고 고결해, 모든 순간에 찬란하게 빛이 났으니까.
그러나 그 마음을 받기에 나는 너무 부족했다.
사랑을 하기에 나는 서투르고 모잘랐고, 뻔히 상처를 줄 것이다.
그리고 상처받겠지.
그래서, 상처를 받고 주는 시간을 반복하는 것이 두려워 너에게 상처를 줬다.
"난 너한테 그런 마음 가져본 적, 없어."
"... 네, 알아요."
당소소의 눈가가 가늘게 떨렸다.
입가는 웃는 것 같지만 입꼬리가 평소보다 쳐져 있었다.
그래, 분명히.
"그러니까 적당히 귀찮게 하고 훈련이나 열심히 해. 난 너같이 들러붙는 여자 싫어. 좀만 다쳐오면 유난이란 유난은 다 떨면서 시끄럽게 떠드는 것도 싫고, 다 커서 어린애마냥 만두처럼 머리 묶은 것도 보기 싫어."
"... 다 했어요?"
"아니, 더 있어."
"그럼 그 정도만 해요. 저도 상처받아요, 사형."
말과는 달리 당소소는 활짝 웃는 낯을 하고 있었다. 그 웃음이 어찌나 밝은지, 난 내가 혐오스러워졌다.
저 깊은 심연의 어둠 속에서 기어이 끌려나온 괴물이 된 기분이었다.
정작 상처받은 건 너일텐데, 비참해진 건 왜 나일까.
"... 그리고 알잖아요. 사형이 아무리 나 밀어내려고 그런 식으로 상처줘도, 나 쉽게 밀릴 사람 아닌거."
"밀어내려고 한 적..."
"그러니까 나한테 상처 주지 마요. 어차피 안 밀릴 거니까, 그냥 밀기만 해요."
"..."
"사형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너무 아파요. 그러니까..."
"... 울지 마. 알았으니까."
그 말에 당소소가 몸을 흠칫 떨더니, 달달 떨던 손으로 제 눈가를 훔쳤다.
여전히 웃는 표정이었고, 그래서 더욱 아파보였다.
너의 모든 어둠들이 찬연하게 빛나는 광휘에 가려져 아무도 몰랐으리라 짐작되어서.
그런 밝은 빛에 가려진 어둠을 기어이 꺼낸 내가 너의 아픔만큼이나 혐오스러웠다.
"봐요, 나 울면 이런 표정이나 지으면서... 자꾸 상처주지 말라고요."
"... 알았으니까."
* * *
작가의 말 : 화귀챈 소생 프로젝트로... 매화연가보다 장편으로 연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