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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둬라!"


 


 렉스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람베기'를 자칭하는 마족은 피를 토하며 도망쳤다. 플라체 한 명도 처치하지 못했는데, 렉스까지 돌아오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렇게 자존심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도망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모험가 시절의 '바람베기' 그 자체였다.


 


"아 ......"


 


 플라체는 도망치는 '바람베기'를 쫓아가려다가 ─────, 그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신체 능력은 조금 단련된 소녀 수준이다.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마족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 소녀는 남보다 '받기'가 특기인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 도망쳤네, 미안해."


 


 소녀 검객은 애처롭게 고개를 저으며 렉스를 올려다 보았다.


 


"그, 그렇구나. 놓쳤네?"


 


 평소와 다른 그녀의 행동.


 


 마치 자신을 자책하는 듯한, 슬퍼 보이는 소녀의 목소리. 그것은 평소의 플라체라는 소녀로부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 차분하고 침착했다.


 


 동료인 바보 플라체라고 생각하고 말을 건넨 렉스는 '누구야 이 녀석?' 이라며 내심 혼란스러워했다.


 


"이 녀석, 죽일게. 검을 빌려줘."


"...... 응."


 


 적어도 기절한 마검왕만이라도. 렉스는 플라체의 단검을 손에 들고 한쪽 팔만으로 그 목을 베어버렸다.


 


 그 모습을 소녀 검사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평소 같으면 '공로를 빼앗지 마라.', '렉스는 졌었지?' 라며 시끄럽게 떠들었을 텐데, 왠지 모르게 조용히 렉스의 베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 뭐, 어쩔 수 없지. 가자, 렉스."


"응."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수정처럼 순수한 푸른 눈동자. 그 눈동자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플라체?"


"...... 반나절이 지났어. 클라리스, 늦을지도 몰라."


"아. 그래, 저 녀석 머리만 있었구나!"


"응."


 


 약간 평이한 목소리로 플라체가 동쪽을 가리키며, 소녀는 그대로 한 팔이 된 렉스의 어깨에 매달렸다. 소녀의 침착한 숨결이 동정의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우왓?"


"...... 들어줘. 지금 렉스에게 무리시키지 않을게, 전투는 내가 할 테니까."


"아, 그런 거구나. 알았어. 잡고 있어."


 


 가느다란 팔로 소녀는 검성을 껴안은 채로. 눈빛으로 검성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


 


 평소 남자다운 소녀의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가녀린 모습이었다.


 


"좋아, 간다!"


"...... 다쳤는데 무리하게 해서 미안해."


"신경 쓰지 마!"


 


 그건 아마 렉스가 처음 들어보는, 플라체로부터의 위로의 말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이 녀석이 누구인지 등 여러 의문을 삼키며, 렉스는 부드러운 것을 왼팔에 안고 성벽이 있다는 동쪽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렉스의 목에 매달려 팔에 앉아 실려가는 플라체. 본인에겐 유혹할 마음은 전혀 없지만 동정이 이성을 지키기 위해 소리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크레이터 투성이의 대지.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황폐해진 평지의 중앙에 그것이 있었다.


 


 주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고대에 우뚝 솟은 건축물. 그것은 작고 초라한 작은 성벽이 아니라 소규모지만 성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거대한 요새였다.


 


 이미 마족에게 점령당한 듯했다. 그 벽 위로는 어슴푸레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이형의 생명체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 그럼 렉스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줘."


"어, 나도...."


"아니야, 무리하지 않아도 돼. 위험해지면 여기로 도망쳐 올 테니까, 퇴로를 확보하고 있어 줘."


 


 멀리 숨어서 성벽을 엿보는 두 사람.


 


 소녀 검사는 다정하게 검성을 위로하며 미소 지었고, 살며시 일어섰다. 그것은 바람처럼 조용히, 소리 없이 마족들이 날뛰는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마침내 성문 바로 앞에 다다랐을 때, 역시 마족도 기척이 희미한 자객의 존재를 눈치챘다.


 


 


 성문 앞의 마족이 비명을 지른 수초 후.


 


 마족들은 민첩하게 대형을 갖추고, 우박같이 돌멩이를 그녀를 향해 쏟아부었다. 이미 요격을 위한 프로토콜이 짜여 있는 듯했다.


 


 이윽고 그 돌비가 그치자, 마족들이 문을 열고 쏟아져 나왔다.


 


"...... 클라리스는 어디 있을까?"


 


 그러나 수많은 돌멩이가 소녀에게 쏟아져도, 소녀의 주위를 둘러싸고 수많은 마족이 발톱을 세우며 덮쳐도. 그녀의 몸에는 상처 하나 생기지 않았다.


 


"...... 머리 없는 소녀의 몸이라면 눈에 띌 텐데. 분명 찾으면 보일 거야.."


 


 살랑살랑. 소녀는 격류에 휩쓸리는 물풀처럼 흔들리며, 마족 무리 속을 걸어갔다.


 


 누군가에게 닿을 일도 없고, 피 한 방울 묻을 일도 없이.


 


 다만 그녀가 지나간 흔적으로 적의 시체가 담담히 쌓여갈 뿐이었다.


 


 


 


 


 


 


 


 


 


 


 


 


 


 


 


 


 


 


 


 무사히 클라리스의 몸통을 탈환한 뒤.


 


 나와 렉스는 미노 군대가 주둔하고 있던 평야로 돌아왔다.


 


"레, 레, 렉스 님! 무사하셨군요, 살아계셨군요!"


"플라체도 살아있었구나! ...그래, 둘 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곳에는 이미 카린과 메이의 모습이 있었다. 두 사람도 무사히 국군과 합류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마중 나온 메이는 렉스의 가슴으로 뛰어들었고, 카린은 조용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 일행에게 피해는 없었던 것 같다.


 


"이제 안 되는 줄 알았어요... 렉스 님마저 없어지면, 저는, 저는......"


"미노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메이는 깜짝 놀랐어. 플라체를 데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아무 말 안 하지만..., 좀 자기 몸으 소중히 여겨 렉스."


"미안해. 내가 좀 냉정하지 못했나 봐."


 


 렉스의 가슴팍에서 메이는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붕대만 감고 갑옷도 입지 않은 채 뛰쳐나온 렉스의 가슴을 툭툭 때리고 있었다.


 


"...흑, 흑."


"미안해."


 


 메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렉스는 죽을 뻔한 중상을 입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직후였다고 한다. 게다가 상처 치료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동료를 찾으러 미노의 곁을 떠나버렸다고.


 


"...... 평소엔 날 보고 바보바보라고 하면서. 바보는 누굴까?"


"오늘은 말로 반박할 수가 없구나, 나......."


"정말이야. ...... 하지만 그런 무모함도, 우릴 찾기 위해서였지? 고마워 렉스."


 


 그런 바보도 이렇게 무사히 살아 돌아왔으니까. 우리 넷은 서로의 생존과 무사함을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클라리스의 일인데 ─────"


"네. 전 괜찮아요, 플라체 씨."


"...... 메이?"


"이별은 이미 끝냈으니까요."


 


 그리고 늦어질까 봐 두려워 클라리스의 머리에 몸통을 전해주려고 메이에게 말을 건네자, 어린 흑마도사는 눈가에 눈물을 고이며 훌쩍였다.


 


"원래라면, 대화도 나누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해야 했어요. 언니는 정말 대단해요, 머리만으로 반나절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저는 클라리스의 여동생이라서 정말 운이 좋았어요."


"아, 아니 ......"


"그래서 전 마지막 순간에 제대로 말할 수 있었어요. 클라리스에게, 지금까지 날 키워줘서 고맙다고."


"......"


"이기적인 말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부모님을 대신해 지켜봐줘서 고맙다고..."


 


 ...... 목소리를 떨면서 두 팔로 작게 안은 금발 소녀의 머리에 눈물을 흘린다.


 


 설, 설마 늦은 건가. 아니, 아직 가능성이 있을지도......


 


 ───── 휘익.


 


 나는 '짐'의 포장을 풀고 그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머리 없는 소녀를 그대로 옮기는 건 거부감이 들어서 성에 떨어진 마족의 망토로 덮고 있었다.


 


 내가 연 망토에는 클라리스의 목에서 아래가 삼각 자세로 접혀 있었다. 나는 클라리스의 목덜미에 손을 대고 아직 맥박이 뛰는 걸 확인하고는 안도했다.


 


"...... 아니, 아직 늦지 않았어. 머리 좀 빌려줘."


"에? 어, 어? 어라, 왜 클라리스가?"


"...... 돌아오는 길에 주워왔어."


"네?"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메이에게서 클라리스의 머리를 받아 붙여본다.

 



"오오! 기운이 백배!"


 


 그러자 지금까지 말이 없던 클라리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푸욱- 하며 이상한 증기를 내뿜으며 반짝이더니, 머리와 몸통이 무사히 붙었다.


 


"......"


 


 하지만 아무리 클라리스도 약해진 모양인지 붙자마자 "마력이 다 떨어져서 힘이 안 나와 ......"라고 중얼거리더니 정신을 잃어버렸다.


 


 음, 괴물의 생태를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도록 하자. 정신이 나가버릴 테니까.


 


"......"


 


 무사히 살아남은 클라리스를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눈빛이 죽은 듯한, 그런 복잡한 표정을 짓는 메이처럼 말이다.


 


 


 


 


 


 


 


 


 


 


 


 


 


 


"미안해, 렉스. 한 번 더 보고해 줄래?"


"그래."


 


 ......이제 한숨 돌렸다. 동료도 클라리스도 무사하다면 더 이상 서두를 것도 없다.


 


 ──── 왠지 세상이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게 신경 쓰일 뿐이다.


 


 정말 신기한 느낌이다. 시야가 이렇게 되고 나니 몸이 전혀 다른 느낌이다. 무엇보다 마족이 들끓는 그 성채 안에서 한 번도 고전하지 않고 클라리스를 찾아낼 수 있었다.


 


 유일하게 당황했던 건, 길가에 펼쳐진 새까만 시체의 산을 봤을 때 정도였나.


 


 설마 클라리스의 몸통이 타들어 가고 있을 줄은 몰랐지. 마족도 시체를 태우는구나. 위험해 위험해.


 


"아까 그곳으로 돌아가니, 거기에 분위기가 이상한 플라체가 상처 하나 없이 서 있고, 마족 두 명은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고?"


"그래. 그 후에 마검왕은 내가 끝장내 버렸어. 친구 녀석은 도망쳐 버렸지만."


"그래서 그대로 북동 성채로 가서 클라리스의 몸을 되찾았다고?"


"...... 그래. 덤으로 마족은 거의 다 썰어 버렸어. 지금이라면 아마 쉽게 성채를 되찾을 수 있을 거야."


"그, 그랬구나. 그래, 과연........"


 


 대장군 님은 씩 웃으며 수상쩍은 미소를 붙인 채로 날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덜덜 몇 초간 떨더니, 진지한 얼굴로 소리쳤다.


 


"내가 알기론 플라체가 그렇게까지 강한 줄은 몰랐는데!?"


 


 정보부는 뭘 하고 있었던 거야. 플라체가 그 정도 실력이라면 후퇴할 필요가 없었잖아. 라며 미노는 드물게 당황한 목소리를 내며, 머리를 감싸 쥐고 어쩔 줄 몰라 하기 시작했다.


 


"...!? 어, 플라체 씨도 비인간 쪽의 사람...?"


"레, 렉스 같은 괴물이 그렇게 널려 있을 리가 없잖아. 사실은 렉스가 한 거지?"


"한 팔로도 렉스라면 저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 그리고 아무리 나라도 양팔을 사용해도, 저 둘을 상대로 무사히 살아남기는 힘들어."


"......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저 도망다녔을 뿐이야."


"누구야 너...."


 


 뭔가 동료들이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보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도망 다니면서 자폭 유도한 것뿐인데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렉스의 검술이 100배는 더 이상하잖아?


 


"이 녀석, 정말 플라체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침착하다고 해야 하나. 평소의 멍청함이 없다고 해야 하나?"


"왠지 눈동자 색깔도 좀 이상한 것 같아요."


"...... 실례네."


 


 멍청함이 없다니 무슨 소리야. 나는 언제나 지적이고 쿨한 사람이잖아.


 


"그래도 정말 모습이 이상해. 확실히 전보다 강해졌고..., 약간 무표정이라 할까. 그래, 나탈이랑 비슷해진 느낌? 플라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난 평소 그대로야."


"음...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역시 달라요."


 


 그런 말을 들어도 난감하다. 난 나고 말이야.


 


"플라체. 3×4는 몇?"


"......12?"


"뭐!?"


 


 ...? 3이 4개 모이면 12잖아?


 


"말도 안 돼... 너 정말 플라체 맞아!?"


"역시 이상해요!! 답은 양손가락으로도 모자란 숫자인데...? 이런 고도의 계산을 할 수 있다니 비정상이에요!"


"가짜일지도... 아니 세뇌당했을지도 모르겠네. 긴장 풀지 마!"


"응!? 평소 그 애는 지금 계산 못 하는 거야!?"


 


 실, 실례하네. 평소의 나라고 해도 이 정도 계산은 할 수 있을... 텐데?


 


"좀 머리 만지게 해줘봐. ...세뇌였다면 마술의 흔적이 있을 거야......."


"실례야."


"괜찮아요. 우린 플라체 씨 편이에요. ...그러니까 평소의 귀여운 플라체 씨로 돌아와 주세요."


"실례야."


"...설마, 세뇌한 플라체를 내 곁에 침투시키기 위해 그런 연출을 한 건가? 아니 하지만 마검왕은 분명 본인이었어. 게다가 이런 바보를 스파이로 보낸들 아무 소용도 없잖아?"


"적당히 하지 않으면 화낼 거야."


 


 뭐야, 다들 사람을 바보 취급하고.


 


 뭐, 진정한 현자는 이해받지 못하고 어리석어 보이기 마련이라지. 바보 렉스에겐 내 지성을 이해할 수 없겠지. 어쩔 수 없나.


 


 카린에게 머리를 쓰다듬으지며, 나는 렉스의 둔함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흠, 마술의 흔적은 없네. 단지 좀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은데?"


"...... 응? 별로 그런 건 없는데."


 


 카린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금 난감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미열 같아."


"...? 난 태어나서 한번도 감기에 걸린 적 없어."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응, 몸에 이상은 없네. 열이 좀 있을 뿐이야."


"결국 어떻게 된 거야 카린?"


"....... 설마, 두뇌열?


 


 두, 두뇌열?


 


"아이들이 자기 뇌의 한계를 넘어 생각하면 열이 나는 건데."


"누가 아이야?"


"아니, 근데. 음... 미노 장군은 회복술사 관점에서 어때??"


"아- 나도 살펴볼까? 그녀도 이제 VIP니까...... 감기 증상 없음. 체감 온도 정상. 두개골 내 온도 및 두개골 내압 상승 확인. 뇌 내 해당 경로 소비 항진, 과도한 부하 인정. 응, 두뇌 열이 정답이네."


"역시."


"말도 안 돼."


 


 두뇌열이라니. 그런 어린애 같은 .......


 


 아, 하지만 확실히 오늘 내 컨디션은 엄청 좋았어. 뭐랄까, 시야도 넓었고 움직임을 읽는 정확도도 높았던 것 같아.


 


 즉 내가 검에 너무 심취해서 이상한 스위치가 들어간 건가.


 


"플라체, 미안해. 흥분을 가라앉히고 편히 잠들어."


"내게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미노 장군. 갑자기 마법 같은 걸...zzz..."


"이대로라면 머리에 부하가 너무 걸릴 테니까. 한 번 자고, 깨어나면 나을 거야."


 


 뭐야, 머리가 몽롱해져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 ─────


 


"설명도 없이 갑자기 최면 마법을 걸었잖아 이 여자."


"이게 더 빠르잖아?"


"...역시 싫어. 이 사람"


 


 ......zzz.


 


 


 


 


 


 


 


 이 후.


 


 나는 자고 있었기에 나중에 전해 들은 얘기일 뿐이지만, 미노 일행은 성채로 급히 돌아가 진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미노는 일절 피해 없이 성채를 탈환, 재점령했다고.


 


 무리도 없다. 애초에 마왕군은 클라리스의 광역 폭격으로 반수 이하로 줄어든 데다, 내 단기 습격으로 거의 궤멸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미노 일행이 진격해 모습을 드러내자 마족군은 거미줄 뒤집어쓴 듯이 도망쳐 버렸다고.


 


"후후후, 일할 시간이야, 여러분"


 


 성채를 장악한 미노는 즉시 부하에게 명령해 마족들의 시체를 모으게 했다고 한다. 살아남은 마족에게는 치료까지 해줬다고. 그 이유는,


 


"좋아좋아, 엄청 좋은 실험 재료를 손에 넣었어."


 


 때문이었다.


 


 위로하는 표정으로 마족을 치료하면서 입꼬리를 올려 웃는 미녀를 보고, 렉스 일행은 물론이고 부하들 전원도 기겁했다고 한다.


 


 미노라는 여자는 역시 미노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