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생겨난 때였다.

문자가 생겨난 도시의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자기 말을 문자로 옮길 수 있었다.

물론, 당연히 문맹자는 있었겠지만.

 

하여튼 그 사람들은 그 때의 대부분의 사람들과 다르게 체계적인 신분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비문이나 세금 서류 같은 것만 표기하기엔 문자가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이야기 좀 잘 짓는다 하는 사람들이 문자로 자기가 지은 이야기를 남기기 시작했다.

 

처음, 아무도 그런 시도를 할 생각을 안 하던 때 생겼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매우 단순한 이야기였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병에 걸렸다.

아들은 아버지를 구하러 약초를 캐러 먼 여행을 떠난다.

약초를 구하고 돌아오니 아버지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다른 이야기들과 헷갈려했다.

그 이야기들은 아래와 같다.

1. 포악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왕이 그 사람의 악행을 듣고 사람을 보내 그를 벌했다.

2. 숲에 괴물이 나타난다.

3. 어떤 사람이 숲을 지나가던 중에 야생화된 인간이 그를 덮쳤다.

그는 그 인간과 싸우다 이겼고, 그 인간과 친해지게 되었다.

4. 어떤 전쟁에서 왕의 친구가 나가 격파했다.

이후, 그가 죽자 왕은 성대한 장례식을 치뤄주었다.

5. 어떤 사람이 홍수에서 살아남고 불사의 몸이 되었다.

6. 먼 곳에 불로초가 있다.

 

그 사람은 아마 엄청 오래 전에 그 이야기를 읽었던 모양이다.

그 사람이 기억을 되살려가며 쓴 이야기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맛에는 맞아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모두들 그게 픽션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가 먼 곳까지 퍼질 무렵이었다.

당연히 이야기는 어느 정도 변형되어 있었다.

어떤 곳에선 자신들의 자식에게 이 이야기에 자신들의 종교의 신을 대입시켜 들려주었다.

 

그리고 자식들은 다시 자신들이 들었던 신의 기적을 덧붙여 전달해주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 그 신화는 책으로 나와 가장 많이 인쇄되었으며,

그 원류의 문자는 쓰는 사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