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또한 한국의 유서깊은 전통 음식이기도 하다.

이 김치찌개가 전해지고 전해져, 세계화가 되어 전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김치찌개의 세계화는 프랜차이즈들의 공격적인 사업확장의 결과였다.

우리-안의-해치 김치찌개, 하이킥 김치찌개, 김치찌개 항만 등 많은 김치찌개 매장들이 해외로 진출하여 김치찌개를 대중화 시켰다.

그중에서 고구려 김치찌개는 가장 세계에서 점포를 많이 늘린 프랜차이즈로, 미국, 스위스, 브라질, 심지어는 감비아에도 매장이 있을정도로 공격적인 사업확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국내 매장은 없었다.

외국인들이 극찬하는 고구려 김치찌개를 먹기 위하여 나는 오늘 불가리아 소피아로 가게 되었다.

모스크와 성당이 섞여있는 이국적인 풍경을 담은 도시이자, 공산주의 정권이 세운 구식 건물들이 우리나라의 옛날 풍경과 비슷한 경관을 만드는 불가리아의 수도인 소피아는, 물론 다른 볼거리들이 매우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너무나도 김치찌개의 맛이 궁금하여 공항에서 차를 랜트 한 뒤에 호텔에 체크인조차 하지 않고 바로 가장 가까운 고구려 김치찌개 소피아점으로 출발했다.

가는 도중에는 내가 김치찌개에 정신이 팔려 알진 못했지만, 꽤나 많은 것들이 있었다. 나중에 천천히 호텔로 돌아오면서 보았던 곳들의 이름들을 불가리아의 독립투사 이름을 딴 바실 레프스키 국립경기장, 불가리아 독립에 기여한 러시아 군인들을 추모하는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교회등이 있었다. 어느 나라의 독립을 지지했던 나라가 오늘날에는 다른나라의 독립권을 침해하고 있다니, 그 건물을 나중에 바라보며 약간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아무튼 나는 계속해서 김치찌개 하나만 보고 역시나 꽤나 중요한 곳인 독수리 다리까지 지나쳐, 김치찌개집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는 김치찌개집에 들어갔다.

"고구려 김치찌개"라고 한글 간판이 큼지막하게 써져 있고 그 밑에 "Когурьо кимчи яхния"라고 불가리아어로 쓰여진 간판은 약간 어색했다. 내부로 들어가니, 역시나 약간 어색한 한국 전통 인테리어가 되어있었다. 자리를 잡고 구글 번역기로 돌린듯한 한국어와 불가리아어가 병기된 메뉴판을 보며 무난해 보이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나온 김치찌개는 어색한걸 넘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국물의 색은 진라면 순한맛은 한강라면으로 끓인 것 같이 너무나도 연하였고, 얼음과 같이 팥빙수 그릇같이 생긴 그릇에 나왔다. 돼지고기가 있긴 한데 내가 알던 돼지고기가 아니라 햄이었다. 대충 찬 김칫국 정도로 생각하고 밥이랑 같이 먹으려고 했건만 같이 나온것은 쌀밥이 아니라 쌀로 만든 수프였다. 아니 도대체 왜 수프를 쌀로 만든 것인가? 심지어 수프같은 경우에는 어느정도 맛은 있어서 더욱 놀랐다. 그나마 밑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백김치였다.

그래도 돈은 냈으니 맛은 보아야 했었다. 억지로 먹어본 맛은 예상한 대로 물을 많이 넣은김치찌개 라면을 냉장고에 넣어가지고 얼렸다가 다시 식힌것을 먹은 맛이었다.

더욱 놀라운것은 이걸 먹으며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핸드폰을 보거나, 업무를 하거나, 수다를 떨거나. 그런 일들 말이다.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채, 그리고 왜 국내에 매장을 내지 않았는지 이해하며 나는 호텔로 돌아갔다. 역시 관광을 왔으면 현지 문화를 체험해 보는게 낫다고 생각이 처음 든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