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덕 채널 채널
이미 늦어버린 논의가 맞습니다만은, 한번 아시아자동차라는 브랜드의 "잃어버린 기회"들에 대해 생각을 해 봤었습니다. 어째, 스토리와 상상이라는 개념에서 접해서인걸까, 제가 이런 데 되게 관심이 많더라고요. 일단은, 서론부터 써 볼게요.

1980년대 말, 아시아자동차가 록스타로 승용차 시장에 돌아왔을 무렵, 아시아자동차에서는 기아차와 안 겹치는 틈새를 찾는 데 열중해야만 했습니다. 기아차는 말 그대로 승용차 부문에서 풀 라인업을 굴리고 있었거든요. 프라이드부터 포텐샤까지 모두 다. 그래서 1990년대 내내 본가인 기아자동차가 도전하지 않았던 틈새들을 찾고자 되게 노력했습니다. 록스타와 타우너도 그렇고, 심지어는 네오마티나나 APV같은 RV 라인업도 제안했을 정도로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IMF를 전후해서 죄다 물거품이 되었죠.

만약 아시아자동차가 살아남았더라면, 아시아자동차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제가 몇 가지를 생각해본 게 있습니다.

  • 기아자동차의 "실험용" 브랜드: 만약 카렌스, 카스타, 카니발, 스포티지같은 좀 더 주류 RV들을 기아자동차 브랜드가 다루는 동안, 아시아자동차에서는 실험적인 RV 라인업들을 주력으로 판매하면 어땠을까요? 상용차 부문을 돈줄로 꽉 쥐고 네오마티나, APV, 레토나와 그 후속차종들같은 차들을 출시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어쩌면 쏘울같은 차들도 아시아자동차를 통해 개발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좀 더 대범하게 가자면은 엔터프라이즈나 그 후속 기반의 리무진, 경호차량, 특장차 등을 전담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 기아자동차의 염가 전문 브랜드: 혹은 다치아처럼 염가차 브랜드로 굴러가는 것도 생각해봤습니다. 마침 초대 프라이드가 1994년부터 광주 아시아자동차 공장으로 생산라인을 옮겼고, 그 기반의 후속차도 기아자동차나 기획했었다니까 개도국 시장 진출을 위한 염가차들을 아시아자동차가 전담해봤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마침 대우자동차가 베트남, 동유럽 시장을 잘 닦아두기도 했었으니까요.
  • 기아자동차의 다이하츠: 경소형차 특화 브랜드로서 운영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습니다. 마침 타우너를 아시아자동차가 담당중이었고, 프라이드 기반의 모닝 컨셉트도 경승용차였거든요. 자기 브랜드로 차 만드는 버전의 동희오토 꼴이 날 수도 있겠지만은, 경소형차에 주력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틈새를 창출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한국 경차규격을 생각하면 수출길도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을까요...?

흠흠, 이것들도 결국은 다 때늦은 논의죠. 아시아자동차 브랜드를 되살리기에도 여러 모로 장벽들이 많고, 이미 기아자동차 밑으로 흡수된 역할들도 상당수죠. 그래도 아시아자동차가 1990년대 내내 일궈둔 걸 보면 여러 모로 아까운 게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