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은 ‘과학혁명의 구조’이다. ‘과학’이란 자연의 원리나 법칙을 찾아내고 이를 실험과 같이 검증된 방법으로 해석하여 일정한 지식 체계를 만드는 학문을 의미하며, ‘혁명’이란 지배적인 무언가가 전복되고 다른 것에 의해 대체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저자 토머스 쿤은 ‘과연 과학혁명의 구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해 과학의 혁명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쿤은 과학혁명이 탐험가가 미지의 섬을 발견해 나가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대신 과학자들이 ‘정상 과학 → 위기 → 혁명 → 새로운 정상 과학’의 과정을 통해 그들만의 가치관이자 논리인 패러다임을 바꾸며 과학혁명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은 과학혁명이 점진적으로 지식을 축적하고 논리적으로 기존 이론을 교정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기술적, 사상적 변화로 위기를 맞은 기존의 과학 체계가 급격히 변화하여 과거의 체계를 대체할 새로운 체계가 들어서며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과학혁명의 구조가 이렇기에 과학혁명은 절대 진리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진보를 뜻하지 않으며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적응과 변화의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쿤의 새로운 관점은 과학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쿤은 과학의 발전은 인간이 진리에 접근하는 것을 보장하지 않으며, 패러다임은 사회적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과학에 과학 외적인 요소가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쿤이 제시한 새로운 관점은 결국 과학의 발전이 불안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의 역사에는 혁명을 통해 보존되는 것도 있지만 잊혀지고 잃어버리는 것도 많이 있으며, 과학혁명의 시기에 과연 과학자들이 이성적으로 패러다임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 물질 문명을 받쳐주고 있는 과학기술 발전의 본질적 성격을 비판하는 쿤의 결론을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나는 여러 가지 패러다임이 경쟁하는 과학이 과학혁명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다원주의란 개인, 집단의 원칙이나 목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여러 체계 간의 공존과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을 이루려는 사상을 의미한다.

절대적 진리만을 추종하며 목표가 동일한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실패자로서 도태될 수밖에 없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격려하고 자극하는 다원적인 사회가 성숙하고 효율적인 사회이다. 또한 상투적인 지식에 도전해 사회의 경직을 막고 다양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회에도 관용이 필요하듯 과학 연구에도 서로 다른 목적과 방식을 존중하는 관용이 필요하다. 과학을 연구하는 목적은 단순히 답을 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고, 그 목적에 적합한 다양한 방법도 함께 공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과학을 독점하지 않아도 정상 과학의 발전적인 기능을 살릴 수 있다. 정립된 하나의 틀 속에서만 그 틀이 정해준 규칙에 따라 집중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패러다임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공존하며 서로 다른 영역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서로 비판을 통해 이론을 보완하고 강화할 수도 있다.

쿤이 지적한 것처럼, 과학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은 그릇된 것에서 옳은 것으로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술과 안목이 넓어짐으로써 현재 패러다임의 위기가 연속적으로 발견되고 이를 보완하는 긍정적인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편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의 패러다임을 지키는 것 또한 과학의 규칙을 어기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함께 발전하는 것이 더 큰 유익이 될 수 있다. 여러 체계의 다양한 업적을 공유할 수 있으며 고도의 과학기술로 융합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미 대체된 과거의 패러다임 또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발전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쿤의 주장과 같이 과학도 인간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기 때문에 반드시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독립적인 과학 탐구’를 배우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절대적 진리와 단일한 가치를 내세우는 권위주의와 이데올로기에 맹종하는 것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쿤의 관점은 과학의 발전과 사회에 대해 더 생각해볼 문제들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이 책은 지금껏 과학과 사회 전반이 발전해온 역사에 대해 말 그대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 주었고, 과학사와 과학철학 분야에만이 아니라 사학, 철학은 물론 문학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을 통해서 쿤이 제시한 개념들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곱씹어보며 과학과 사회의 발전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

중학생...때면 거의 10년 전에 쓴 글 올려봄 올타임 레전드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