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채널
"이 전공을 고르면 인생 후회하니까 가지 마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학챈에 많이 보인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고, 그런 말들에 설득력이 없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설득력이 지나쳐 보여서 말하는 거야.)

하지만 이렇게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취직을 어떻게 하는지, 돈을 얼마나 벌어서 잘 살아가는지가 인생에 차지하는 비중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

그런 글을 읽는 사람들도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해.


나는 철학을 전공했고, 그게 내 취업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학점이 좀 높았다는 게 결과적인 장점이었을 순 있지만 취업시장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을 준 점이래봐야 그게 전부였다.

정작 내가 마음에 드는 직장을 잡을 수 있게 도운 것은 따로 공부한 별개의 학문이었고 말이지.


하지만 나는 평생 철학을 전공했다는 것에 감사할 거라고 생각해.

내가 철학과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삶의 지혜와 깨달음이 많아.

그게 내 삶을 이루고 있고, 내 행복을 지탱하고 있다.


만약 다른 분야를 전공했다면 깨닫기 어려웠거나 뒤늦게 알게 됐을 거라고 생각해.

반면, 학교는 달랐을지라도 철학을 전공했다면  비슷하게 같은 길을 찾을 수 있었을 거야.


몇몇 학챈러들이 철학을 전공하는 것이 인생의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 아쉽다.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에는 불만이 없지만, 남들에게 너무 확정적으로 강조하는 것 같아서 아쉬워.


워낙에 헬조센이라 대학과 전공을 신중히 선택하는 게 삶의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그게 학챈러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지분이 크지 않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


꼭 철학만이 아니라도 각자의 학문에 그런 요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전공들이 좋은 것이니까 그냥 가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니야.

신중히 생각하라는 말을 하는 거야.


남의 말을 듣고 한 선택지를 앞뒤 안 보고 제끼는 거야말로 가장 신중함이랑 거리가 먼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