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언어학 컨셉으로 글 적어보려고 함.


- 이 문서에는 필자의 독자연구가 '매우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힙니다. -


일단 강원도의 사투리들은 이런 게 있음.


영서 방언 (평창, 정선, 영월 제외 영서 전 지역)

  • 영서 북부 방언 (철원, 김화, 화천, 양구, 인제, 춘천, 가평, 홍천)
  • 영서 남부 방언 (원주, 횡성)
영동 방언 (양양 및 이북을 제외한 영동 및 평창, 정선, 영월 등지)
  • 영동 남부 방언 (삼척, 태백, 동해)
  • 영동 중부 방언 (강릉, 진부)
  • 영동 남서 방언 (영월, 평창, 정선, 제천, 단양(?)) ( @제천역가락국수 이분이 아마 잘 아실듯함 )
영북 방언 (영북 전 지역 (속초, 간성, 양양))

일단 이렇게 묶긴 했는데 영동 남서지방이라는게 되게 애매한 분류이긴 함. 정선 쪽은 경상도랑, 평창 쪽은 강원도랑, 영월 쪽은 충청도랑 비슷한 면이 많아서....

우리가 아는 사투리는 보통 영동 중부(강릉)가 가장 유명함.


- 특징 -
영서 방언은 표준어와 어휘 차이가 크지 않고, 억양이나 문법에만 일부 차이가 있음. 영서 남부, 특히 원주의 경우 중부 방언보다는 남부 방언 (특히 호서 방언)과 비슷한 경향이 있음.

반면 영동 방언은 표준어와 어휘, 억양 모두에 차이가 있음. 태백산맥을 넘는만큼 억양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영동 남부의 경우 태백에 가면 여기가 경상도인지 강원도인지 모를 정도로 경북 북부 방언이랑 매우 흡사함. 반면 영동 중부의 경우 경북 북부보다는 영서 방언에 더 비슷함.

그리고 영북 방언은 영서 방언이 더 심해졌다고 생각하면 편함.
그래서 경기 방언 - 영서 방언 - 영북 및 영동 방언은 방언연속체를 이루고 있고, 영서 방언 화자의 경우 영동 방언을 경기 방언 화자보다 더 많이 알아들을 수 있음.


자 그래서 뭐가 다르냐 하면

일단 영서 방언. 본인은 어릴 때 할머니 밑에서 자랐고, 어머니와 외가 친척들이 영서 방언 화자라 모어는 화천-김화 일대의 영서 북부 방언임. 일단 여긴 어휘는 경기 방언이랑 큰 차이가 없으나, 전반적으로 경기 방언보다는 근대 국어의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남.

크게는 홍천-횡성간의 경계를 기준으로 홍천 및 이북지역의 영서 북부 방언과 횡성 및 이남지역의 영서 남부 방언으로 나뉨.

여기서도 화천, 김화, 철원의 경우에는 춘천 및 기타 지역과 약간씩 차이가 있고, 횡성은 원주보다 강원도의 느낌을 더 가지고 있음.

발음에서의 차이는 구개음화같은 현상이 더 많이 일어나거나 하는 차이가 있음. 음소의 경우 ㅐ와 ㅔ의 변별은 제1음절에서는 제대로 나타나고 그 외의 음절에서는 경기 방언과 마찬가지로 변별력이 무너져가고 있으며, 화천, 김화, 철원 등의 경우 ㅜ와 ㅟ의 음소로서의 변별자질이 불분명한 수준. 그래서 백암산의 경우 '흰바우산'이 본래 명칭임. 한글로 표기하기 힘든 발음들은 화천, 김화, 철원 등지에서 가끔 나타나는 ㅛㅣ, 경기 방언에서도 나타나는 ㅡㅡ나 ㅜㅕ 등등이 있음.

대표적인 어휘로는 '옥시기' (옥수수) 같은 게 있음. 다른 건 굳이 영서 방언이 아니더라도 나오는 단어이고 (주로 변형되는 어휘는 영동 방언이나 동남 방언 등에도 사용되는 경우가 많음. 관북이랑 관서는 내가 잘 몰라서...), 특이한 사항으로는 영서 방언과 경기 방언의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원주나 원주, 횡성이 타 영서방언과 다른 어휘를 사용함.

억양은 표준어 화자에게 물어보면 싸운다고 함. 전체적으로 옛날 TV에 나오던 서울말과 크게 다르지 않고, 특징적으로는 처음보다 끝이 억양이 올라감. 중간중간의 억양변화가 서울말보다 조금 더 다이나믹하고, 억양은 전체적으로 영동과 서울의 중간쯤 되는듯.

문법이 영서 방언에서 특이하게도 가장 특징적인 부분으로, 의문어미 '~(이)ㄴ가?'가 '~(이)나'로 축약됨. 그냥 가끔 의문어미가 '~(이)나'가 되는 경우도 있고, 빈도가 상당히 잦으니 영서 방언 화자와 대화할 때는 알아두는게 좋음.

그러나 안습하게도 영서 방언은 상당히 사라졌고 사라져가는 추세. 그나마 경기 방언보다는 근대 국어의 느낌을 살리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봐야 하려나..?


영동 방언은... 듣는 그대로임. 고저 악센트, ㅛㅣ나 ㅠㅣ 등의 경기 방언에서는 사라진 발음들 등이 남아있고, 중세 한국어의 중부지방 언어가 아니었을까 싶은 느낌.

대체로 영동 방언은 어휘의 수위가 세고, 억양도 영서 방언보다 다이나믹하고, 단어도 상당히 어려워서 처음 듣는 사람들은 발음도 힘들 정도로 요상한 발음들이 조금씩 있음. 문법은 일단 본인이 영동방언 화자가 아닌지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영동 남부 방언의 의문어미 '~이가?'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함.

영서 방언이 근대 서울말이라면, 영동 방언은 중세 서울말이라는 느낌?


그리고 마지막 영북 방언은 생각하기에 한국에서 가장 화자가 적을 듯한 방언임. 영동 방언과는 다르게 중북부 지방의 색채가 강하고, 어휘의 변화가 많지 않음. 억양은 영서 방언과 영동 방언의 중간 정도 수준이고, 특히 이 지방의 특징적인 어미로는 '~니깐?'의 변형인 '~니?'가 있음. 전후 실향민들이 많다보니 색깔이 많이 희석되어버린 느낌이 강함.


사실 비교를 해보자면?

(한국어의 억양을 표기하기 위해 高平低의 차이를 321로 두었음)
(본인이 구사가 가능한 언어의 억양만 비교할 수 있었음)

- 어휘와 억양의 차이 -
표준어 : 이2게1 옥1수2수1야3?
영서 방언 : 이1게2 옥2시1기1나3?

- 억양의 차이 -
(어이없어할 때)
표준어 : 너(니)1 거1기2서1 뭐1 하3니2?
영서 방언 : 너(니)2 거1기1서2 뭐1 하1니3?

표준어 : 너(니)1 요1즘2 뭐1 배3워2?
영서 방언 : 너(니)2 요1즘1 뭐1 배1워3?

네 대략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영동 방언 억양은 유튜브에서 듣는게 내가 쓰는것보다 나을테니까 빼고



적다보니까 완전 걍 영서방언 소개가 되어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