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현행 253석에서도 선거구 획정 기준이 인구 14만~28만임. 14만이 수도권 사람들 기준에선 코딱지만 해 보이겠지만 시골에서는 군 단위 지역 최소 3개는 묶어야 나오는 인구임. 근데 비록 지자체 하나하나의 인구는 적지만 독자적인 지역 정체성을 가진 지역을 단지 인구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4개 5개 묶어서 1석으로 하면 '출신지'가 부각되기 때문에 경선에서부터 실제 의정 활동까지 소지역 갈등이 일어나기 쉬움.

그 예시가 있음. 20대 총선에서 고흥-보성과 장흥-강진이 처음으로 한 선거구로 묶였는데(장흥-강진-영암이 양쪽으로 쪼개졌음), 당시 19대 국회의원으로 고흥-보성의 김승남과 장흥-강진-영암의 황주홍이 있었고 둘 다 국민의당에 입당하였으며 둘 다 재선을 노리고 있었음. 근데 둘의 출신지인 고흥과 강진이 한 선거구로 묶여버리면서 경선이 불가피해졌음. 한 술 더 떠, 19대 총선 고흥-보성에서 김승남에개 패배했던 김철근을 하필 찰스가 친히 영입하는 바람에 고흥 출신 2명과 강진 출신 1명이 경선을 할 처지가 됨. 철근이만 없었으면 사실 인구가 제일 많은 고흥이 출신지인 김승남이 경선 승리 따놓은 당상이었는데 철근이 덕분에 고흥에서 표를 갈라먹어서 황주홍이 되게 생겼으니 김승남이 빡쳐서 '권역별 경선'이라는 이름으로 김승남이랑 김철근 둘 중에 하나는 먼저 나가리시키고 나서 황주홍이랑 붙자고 함. 물론 황주홍은 둘이서 표를 갈라먹어야 이득이므로 그냥 셋이서 다 같이 하자고 하고. 결국 그냥 셋이 같이 해서 김승남 나가리되고 김철근은 나중에 찰스가 서울 쪽에 단수공천 꽂아줬다가 떨어졌고 황주홍은 선거 나와서 고흥-보성-장흥-강진을 먹음. 아, 그리고 도지챈에 강진에서 고흥까지 거리가 얼마나 먼지 모르는 흑우는 없제?

본 선거에서도 꽤나 웃기는 상황이 연출됨. 그때 민주당 비례대표로 역시 고흥 출신인 신문식이 있었는데 민주당으로 선거에 출마하기로 해서 황주홍이랑 붙게 되었음. 근데 김승남 나가리 사건의 영향 때문인지... 강진 장흥 보성 3곳에서는 다 황주홍이 이겼는데 고흥에서만 신문식이 이겨버림 ㅋㅋㅋㅋ '그 김승남'은 기껏 국민의당 들어와놓고 경선 패배하니까 재탈당 후 신문식 지지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신기한 건 고흥은 고흥읍에서 멀리 떨어진 동강 대서도 신문식이 표가 더 많았는데 거기서 조금밖에 안 떨어진 벌교는 고흥군과 아무리 가까워도 고흥군과는 다르다는 듯 황주홍 표가 더 많이 나왔음.

비슷하게 홍천 출신이었다가 얼떨결에 홍천과 철원-화천-양구-인제가 하나로 붙어버리면서 철원 출신인 한기호와 경선을 해야 했고 선거운동까지 골때리게 된 황영철의 사례가 있음. 당장 홍천, 인제만 해도 가장 넓은 기초자치단체 1등, 2등 먹는 곳인데다가 철원은 행정구역만 강원도지 아예 강원도 쪽으로는 길도 제대로 없어서 경기도로 돌아서 갔다고 황영철 본인이 방송에서 그랬던 거 같음. ~~물론 황영철은 뇌물 먹어서 곧 의원직 짤릴 예정이긴 하지만~~

 

이걸 방지하는 일은 그저 지역구 의석 수를 늘리는 거 뿐임. 헌데 지역구를 늘린다면 역시 소선거구제의 한계로 인해 거대 정당이 실제 지지율 이상으로 의석을 점유하는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므로 당연히 지역구를 그렇게 늘릴 거면 비례대표도 대폭 늘려야 함. 국회 정원이 최소 400석 이상으로 늘어나줘야 되는데, 문제는 '정치인들 다 똑같다'라는 인식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너무 강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월급 없애는 게 좋은 것인 줄 아는 마당에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고 하면 과연 제대로 된 호응을 해줄까...가 문제임.

 

지역구 증설(=>국회의원 정원 증가), 과연 약일까 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