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러의 중심지 이론에 따르면 중심지도 다 같은 중심지가 아니라 도시 기능을 갖춘 정도에 따라서 위계가 있어서 영향권도 차이가 남. 대한민국에 적용하면 고을<준광역<광역<전국 범위의 4단 위계를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음(예를 들면 벌교<순천<광주<서울). 물론 상위 중심지는 하위 중심지의 기능도 겸하므로, 굳이 순천을 갈 이유가 없는 보성 사람들 입장에서는 '보성<광주<광주<서울' 같은 구조가 되고, 광주 시민들 입장에서는 '광주<광주<광주<서울' 구조가 되겠지. 물론 더 파고 들면 광주의 세부 지역이 출현할 수는 있겠으나, 본 글에서는 문화적 측면을 감안해서 같은 고을로 여겨지는 곳은 그냥 세부 지역으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퉁쳤음.

 

근데 제주도는 광주 같은 일개 도시와는 달리 면적이 굉장히 방대해서 면적상으로는 준광역급 정도에 해당하는 범위지만, 실제 구조는 제주<제주<제주<서울 이렇게 돼있음. 즉 제주시 서귀포시를 나누는 의미가 없이 그 넓은 땅덩어리를 전부 하나의 고을처럼 여긴다는 소리. 물론 면적이 넓어서 읍면들의 기능이 발달해있으니 문화적 측면을 따지지 않으면 대정<제주<제주<서울, 성산<제주<제주<서울 같은 구조로도 볼 수 있는데, 제주도 살면 처음에는 그냥 제주도 산다고 하지 처음부터 대정, 성산 같은 세부지명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음. '서귀포' 같은 경우는 형식상으로 육지의 그것들과 같기 때문에 종종 쓰긴 한다만 그마저도 그냥 '제주도'라고 뭉뚱그려서 말하는 사람이 많긴 하더라. 또 신기한 거는 제주도 인구는 기껏해봐야 육지의 포항시와 비슷한 인구지만 육지의 인접 대도시와 소통이 불편해서 제주도가 준광역권을 넘어 광역권 중심까지 맡고 있다는 점임. 혼자서 3단을 다 해먹는 게 매우 신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