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보성을 빨리 내려가야 되는데 광주를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서 밥이나 먹을까 해서 1913송정역시장에 들러봤음.



1913송정역시장 조성 전까지는 시장이라고 하기도 뭐한... 매우 꾀죄죄한 비주얼을 보여주었으나 1913송정역시장 이후로 청년 창업자들이 들어와서 영업을 하고 있음. 그리고 창옥마을이나 황리단길 같이 번쩍번쩍한 디저트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기존에 이 장소에 자리 잡았던 사람들을 밀어내버리는 경우와 달리, 번쩍번쩍한 청년 창업가들의 점포랑 기존 재래시장 점포가 공존하고 있어 뭔가 묘한 모습을 보여줌.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이럼. 건물 전체적인 외관은 기존의 꾀죄죄했던 모습 그대로 쓰고 있는데 점포가 있는 부분만 좀 번쩍번쩍하게 꾸며놨음.


과일가게는 원래 있던 점포 같은데 이렇게 기존 점포에서 새로운 걸 시도하기도 해서 융화가 잘 되었음.


근데 사실 맛있는 게 가득할 줄 알고 갔는데 뭐가 많이 없더라 ㅇㅇ 평일이라 그런가 영업 안 하는 곳도 있었고. 그래서 그냥 메밀국수집 겸 상추튀김집을 들어감.


여기 상추튀김은 오징어랑 야채를 완자처럼 만들어서 튀기더라. 설마 돚챈에 상추튀김이 상추를 튀겨 먹는 건 줄 아는 흑우는 없제? 


모밀콩국수도 시켰음. 근데 여기서 혼밥의 경제적 리스크가 생기는 게 모밀콩국수가 8000원인데 상추튀김이 6000원이라 거의 국수 값이랑 맞먹음 ㄷㄷ 상추튀김이 양이 꽤 많은 걸 보니 여럿이서 나눠 먹을 걸 상정한 메뉴인데, 혼밥을 한다고 해서 상추튀김 절반어치를 팔지는 않으니 혼밥을 하면 어쩔 수 없이 6000원을 내고 많이 시켜서 먹어야 됨. 혼밥의 대표적 리스크 2가지가 첫 번째는 일부 식당에서 1명은 안 받는다며 입구컷하는 경우와, 두 번째는 난 1인분만 먹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혼자서 2인용 메뉴를 시켜서 2인분 값을 치르는 경제적 손실인데 시발 난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어. 여친은 이제 없어. 나를 떠났거든.


국수집에 KTX 시간표를 붙여놓은 게 뭔가 인상적.


그리고 마지막엔 송정역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과일양갱을 사면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