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만든 정약용의 행정구역 개편안. 그래서 그런지 실제 지명과는 다른 부분이 좀 눈에 띔)


학교 교육과정에서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들어보았을 인물, 정약용은 자신의 저서 <경세유표>에서 조선의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음. 위의 지도가 그 예시인데, 저기에는 성 단위(실질적으로는 도 단위)의 개편안만 나왔지만 실제 <경세유표>의 군현분예 편을 보면 지방행정구역에 대해서도 대략적으로 개편 방향을 서술했음.


1. 개편의 목적


1) 지역간의 불균형


여기서 말하는 지역간의 불균형이라는 것은 지금 한국이 겪고 있는 수도권 대 지방의 문제가 아니었음. 농경사회였던 조선인만큼 농사 잘 되는 지역이 잘 나가는 지역인 것이 보통이었는데, 그런 이유때문에 조선시대에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아우르는 삼남지방과 그 외 지역의 격차가 컸음. 정조 시기의 법전인 <대전통편>에 따르면, 삼남 지역의 호수는 82만 호, 전결은 94만 결이었는데, 그 외 지역을 다 합해도 호수는 68만 호, 전결은 49만 호에 불과했음.


2) 비합리적인 행정구역 등급 조정


정확히는 규모와 맞지 않는 행정구역의 조정. 왕정 국가였던 조선이었던 만큼 왕실과 연관되어 승격되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반역 등으로 인해 강등되는 경우도 있었음. 이게 딱 봐도 그 자체로도 행정의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영 아니라는 것은 다들 알 것임. 여기에 더해 규모와 상관 없이 승격한 경우 백성들의 조세 부담이 커진 것도 있었고. 게다가 이런 측면에서만 보자면 드러나지 않는 문제인데, 강등당했던 고을들은 기껏해야 10년 내로 복구되는 경우가 허다했던 반면에, 승격한 곳은 그곳에서 반역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강등되지 않았음. 그래서 성종 시기에 출간된 <경국대전>에서 도호부의 수는 44개인데, 정조 시기에 출간된 <대전통편>에서는 77개였다고 함.


2. 개편의 내용


1) 도 단위의 개편


위 지도에서도 보이듯이, 8도를 12성으로 나누었음.


(1) 경기도-봉천성


(2) 강원도-열동성(한강을 다른 이름으로 열수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한강의 동쪽이라는 의미에서 열동성), 태백산맥 동쪽은 강릉부사가 관찰사를 대리하여 직무 수행


(3) 충청도-사천성(충청도를 지나는 강인 금강의 다른 이름인 사비하에서 유래)


(4) 전라도-완남성(전주의 옛 이름인 완산주에서 유래, 현 전북 지역과 유사), 무남성(광주의 옛 이름인 무진주에서 유래. 현 전남 지역과 유사)


(5) 경상도-영남성, 황서성(낙동강을 경계로 동서로 분리)


(6) 황해도-송해성(개성의 또다른 이름인 송경에서 유래)


(7) 평안도-패서성, 청서성(청천강 및 적유령을 경계로 남북으로 분리)


(8) 함경도-현도성, 만하성(마천령을 경계로 남북으로 분리)


정약용은 이렇게 하면 각 지역간에 호수와 전결이 평균으로 수렴해 비교적 균등한 경제력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함.


2) 부목군현 단위의 개편


정약용은 부목군현 단위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았는데, 사실 부목군현이라고는 해도 부-대도호부-목-도호부-군-현이라는 자잘한 행정구역 단위를 정리하고 도호부-군-현이라는 3개의 단위만 존속시키자고 주장함. 대신 고을의 규모 또는 역사성에 따라 지방관의 직급과 호칭을 다르게 함. 또한 앞서 목적에도 보이듯이 고을의 규모와 무관한 승격을 금지하고, 민호와 전결, 면적 등을 고려하여 7개의 등급을 부여했음. 경세유표에는 이 등급과 함께 당시 전국 고을들의 호수와 전결을 모조리 써놓았는데, 여기에 한번에 다 쓰기는 힘드니까 등급 기준과 당시 큰 규모였던 고을만 소개함


(1) 등급 기준


-대주: 민호+전결 2만 5천 이상


-대군: 민호+전결 2만 이상


-중군: 민호+전결 1만 5천 이상


-소군: 민호+전결 1만 이상


-대현: 민호+전결 8천 이상


-중현: 민호+전결 6천 이상


-소현: 민호+전결 4천 이상


즉 정약용의 기준에 따르면 최소한의 고을 규모는 민호와 전결을 합해 4천 이상이어야 했음. 당시 그 기준에 미달하는 고을이 있을 경우 인접 고을에 병합하는 방안을 제시함. 설마 저것보다 작은 지역이 있겠냐는 의문이 있겠지만 그 자리에 경기도 양천과 충청도 회인이 당당히 랭크하고 있음. 이런 자잘한 행정구역에 대해 정약용 선생께서 일갈하는 부분이 있으니 감상하도록 하자.


"작은 현은 합쳐서 한 군으로 만드는 것이 이치에 맞다. 작은 현을 구차스럽게 남겨두면 그 폐단이 점점 심해진다. 왜냐하면 조그마한 고을에도 사직이 있고, 빈객이 있으며, 관원에게 권속이 있고, 관청에 아전과 하예가 있다. 백성의 재물을 벗겨내고, 침해해서 큰 고을이 하는 짓을 다 본받고자 하니 백성을 해쳐서 만 가지로 괴롭힌다"(해석: 조그만 행정구역을 남겨두면 아무리 작아도 최소한의 행정기구를 설치하고 관리를 두어야 하니 세금이 더 나간다.)


(2) 큰 고을들(당시 기준, 한양은 경세유표에서 다루지 않음)


-평양: 민호 30,900, 전결 6,500


-나주: 민호 22,300, 전결 28,000


-충주: 민호 23,900, 전결 21,500


-상주: 민호 23,900, 전결 14,000


-밀양: 민호 22,900, 전결 10,000


-전주: 민호 19,000, 전결 21,300


실제 인구수를 구하려면 민호 수에다 대략 4 정도 곱하면 비슷하게 나오는 것 같음. 특이한 곳으로는 평양이 있는데, 민호는 한양 다음 가는 수준인데 비해 경지면적이 동급의 타 지역에 비해 매우 적은 것이 눈에 띔. 이를 통해 평양은 상업 등이 발달한 지역이었다는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음. 지금은 떡락한 지역들을 위해 잠시 애도의 시간을 갖도록 하자.


3) 아전의 수 조정 및 감사의 사무


정약용은 앞서 언급한 7개 등급에 따라 아전의 수를 규정하였음. 기본적으로 20명의 아전을 두고, 인구수에 비례하여 늘리되 상한선은 100명으로 정했음. 또한 각 성을 관할하는 감사는 직접적인 행정보다는 하위 지방관들의 감독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