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으로 만든 건물 이라던데,


당나라 측의 기록을 보면.


한 신라 뱃사람이 형제와 함께 배를 타고 세상을 다니다가, 어느날 도적을 만나 잡혀 죽게 되었다. 신라 뱃사람이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도적에게 빌다가 말하기를,

"나는 형제들과 함께 노를 젓고, 돛을 올리는 일을 하는 뱃사람일 뿐으로, 갖고 있는 재물도 없고, 모아 놓은 보화도 없다. 이런 나를 죽여 없앤다한들, 빼앗을 재물도 없으니, 도대체 그대인들 무슨 득이 있겠는가?

그러나, 내가 배를 타고 세상을 다니며 들은 이야기가 있으니,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들어서 아는 것이 있다. 내가 그곳을 안내해 줄테니, 내 목숨은 그대의 길을 안내하기 위해 보존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였다. 그 말을 듣고, 도적이 짐짓 기뻐하며 답하기를,

"나 또한 도적으로 살고 있으니, 비록 한갓 사람 목숨을 하나 더 헤치는 것보다는, 천하제일의 보물을 한번 훔쳐서 천하제일의 도적이 되어 보는 것이 또한 나의 큰 뜻이다. 내 너를 살려주어 보물을 차지해 보겠다. 과연 네가 말하는 보물이란 무엇이냐?"

하였다. 그러자, 뱃사람은 돌멩이를 하나 집어 들고 말하였다.

"돌멩이를 들고 햇빛에 비추어 보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모래알만한 것이 있다. 이것은 달빛을 받아서 품고 있다가 빛을 내는 것인데, 이 모래알만한 것들을 떼어내서 계속 모아 덩어리로 만들면 아름답게 반짝이는 보물이 된다. 그 이치는 마치 작은 누에고치의 실을 끊임없이 모아서 비단을 만드는 것과 같으니, 수많은 사람들이 돌과 바위마다 반짝이는 것들을 모으면 크고 값진 귀한 물건이 되는 것이다. 내가 듣기에, 고구려의 궁궐에 이렇게 만든 커다란 보물이 있다고한다."

그러자, 도적은 뱃사람이 말한 보물을 찾기로 하고, 고구려의 서울로 갔다.

도적과 뱃사람은 고구려 궁궐 곁까지 가게 되었고, 결국 도적은 보물을 훔치기 위해, 깊은 밤을 틈타 고구려의 궁궐 안쪽으로 성벽을 넘어 숨어들게 되었다.

뱃사람은 그동안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고구려 궁궐의 보물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도적을 안내했다. 두 사람은 궁궐을 지키는 병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했고, 또 깊은 밤길 높은 성벽과 담을 오르내리면서, 지치도록 밤새 궁궐안을 헤메었다.

한참 동안 궁궐을 돌아다녀도, 보물이 있는 곳을 찾아내지 못하자, 도적이 화를 내며, 뱃사람에게 따졌다.

"네 놈이 나를 속였구나. 고구려의 궁궐에는 달빛을 품어 빛을 내는 보물은 커녕, 불탑의 금붙이 하나를 찾아낼 수 없지 않으냐? 이는 필시 나를 고구려 병졸들에게 잡히게 하려는 너의 간교한 꾀일 것이다. 보물을 찾을 수 없으니, 나는 지금 너를 죽이고, 너의 형제들도 모두 목을 잘라 버리겠다."

그러자, 뱃사람은 억울하고도 서러운 마음에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였다.

"하늘의 도리라는 것이 어찌 이리도 무심한가. 이 먼 타국 땅에서 겨우 잡도적 따위의 칼에 찔려 지은 죄도 없이 죽는 것이 하늘의 뜻이고 부처의 자비인가?"

말이 끝나고 도적이 뱃사람의 목을 칼려 치려고 하자, 문득 하늘에서 보름달 달빛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사방에서 환한 빛이 일기 시작했다.

놀란 도적과 뱃사람이 둘러보니,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작은 성벽과 요새 안이었다. 그런데, 성벽과 요새가 모두 눈부시게 흰 빛으로 빛나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벽돌 하나하나를 모두 수정으로 만들고, 그 수정으로 만든 벽돌을 끝없이 쌓아서 성벽과 기둥을 만들었으며, 끝트머리와 벽을 깎아내어 아름다운 모양을 꾸미고 화려한 장식을 해 두고 있었다. 벽이 번쩍거리니, 온통 거울처럼 두 사람의 모습이 성에 비치고 있었으며, 뱃사람이 성벽 위로 올라가 걸어보니, 한 걸음을 디닐때 마다 은쟁반이 부딪히는 것 같은 맑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성벽은 계속해서 이어져 그 길이만도 한 두 길이 아니라, 족히 1리는 되어 보였으며, 그 사이에 우뚝하게 문과 누각이 치솟아 있으니, 별빛을 받아 문의 지붕이 빛나는 모습이 마치 별과 달의 덩어리가 땅에 내려와 성을 이루고 있는 듯 하였다.

그 놀라운 광경에 도적이 넋을 잃고 있는 동안, 빛에 드러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고구려 병졸들이 몰려들어, 두 사람을 붙잡았다. 아직도 정신이 없는 두 사람에게 한 병졸이 말하기를,

"이것은 바로 고구려 궁궐 속에 있는 수정성으로, 온통 수정으로 만들어져 있는 천하의 보물이다. 수정성은 달빛을 담아 빛을 내기 때문에 월식이 일어나면 빛이 나지 않는데, 오늘 밤은 마침 월식이 일어나 수정성이 빛을 내지 않고 있다가 이제야 월식이 끝나 빛을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후에, 신라 뱃사람은 사정을 말하고, 자신은 죄가 없음을 밝혀, 풀려나 서라벌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날 밤에 온통 깜깜한 깊은 밤 홀로 달아래 번쩍거리고 있는 거대한 수정성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하여, 뱃사람 일과 농삿일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달이 뜨는 밤이면, 항상 멍하니 북쪽을 바라보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야기를 들은 임금은 더욱 감탄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과연, 고구려의 수정성이야말로, 천하에 둘도 없는 놀라운 것이다. 어찌 삼한의 주인이라하는 자로서, 수정성과 같은 것을 탐내어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였다.

임금의 말이 끝나자, 이번에는 그 말을 듣고 있던 자색(紫色) 옷을 입은 사람이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처음 이야기를 아뢴 자는, 성상께서 백제의 바둑 두는 누각 이야기를 듣고 즐거워 하시기를 바라고, 두번째 이야기를 아뢴 자는 성상께서 고구려의 수정성 이야기를 듣고 놀라워 하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러나, 제가 생각한즉, 그러한 것은 술 따르는 여인들이 아리따운 옷을 보고 좋아하고, 시정잡배들이 재주부리는 곰을 보고 신기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백제 개로왕은 화려한 궁궐에서 바둑을 두며 즐겼으나 고구려 장수왕의 대군을 맞아 궁궐은 불타고 백제 개로왕 자신은 옛 신하가 뱉는 침을 얼굴에 맞으며 목이 잘리고 말았습니다. 고구려의 수정궁이 달빛을 받아 밤하늘 아래에 빛을 발한다하나, 우리 선대에 이르러 고구려의 비와 문이 즐비한 땅에 한가위를 맞았을 때, 한수 강물에 쏟아지는 달빛아래에 온통 들리는 노랫소리라고는 신라의 회소곡 뿐이 었습니다.

그런즉 성상께서는 부디 우리 시조께서 궁전을 짓는다하시고, 오직 흙계단과 초가지붕으로 대궐을 삼았던 옛일을 잊지 마시옵소서. 이는 또한 공맹이 칭송해 마지않았던 요제, 순제의 일과 같사옵니다. 옛 시조께서 이처럼 검소하게 스스로의 거처를 마련하신 일이 옛 기록에 똑똑히 남아 있으니, 전각과 성벽을 세우는데 백성들이 고생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어진 임금의 뜻을 지금도 신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어찌 우리 시조께서 세우신 초가집 궁궐보다 아름다운 것이 세상에 있겠습니까?"

그의 말이 끝이 나자, 임금은 더욱 감탄하고 기뻐하였다.

마침내, 임금이 흰색 옷, 붉은색 옷, 자색 옷을 입은 사람의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되었으니, 임금이 웃으며 말하였다.

"처음 들은 이야기는 스스로 그 자취와 남은 터를 보고 살핀 이야기이니 그 정성이 각별하거니와, 두번째 들은 이야기는 그 진기함이 대단할 뿐 아니라 또한 화려하고 아름답기로도 훌륭하다. 세번째 이야기는 그 뜻이 좋으니, 오늘 이야기를 한 세 사람 모두에게 상을 내리겠노라."

- 원본 출전 양사공기(梁四公記)


*12. 수정성(水晶城)
양사공기에 있는 이야기는 고구려에 있는 "수정성" 에 대한 묘사입니다. 


이야기는 사실 이지만, 수정성의 유물은 아직도 모른다고 합니다.


해석 ㅡ 평양에 ㅈㄴ 번쩍 빛나는 궁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