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 시대사: 프롤로그~

안녕하세요, NoMatterWhat입니다. 오늘은 미리 예고를 드렸던 1920년대 시대사의 프롤로그를 써보려고 합니다. 다른 글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책을 구매한다던지, 장소를 방문한다던지 하는 준비가 필요한 탓에 가장 빨리 인사를 드릴 수 있는 1920년대 세계사로 그 시작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우선은 첫 글이니, 프롤로그가 필요하겠죠?

1920년대는, 고등학교 3년과 지금까지 꽤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1920년대를 양차대전 사이의 시기라는 뜻의 '전간기'라고 부르지만, 단순히 전쟁 사이에 끼어있는 시기라고 축소시키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담긴 시대이기 때문이죠. 물론 전쟁이라는 요소가 그 시대를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무엇이 1920년대를 만들었는지, 그 시작부터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1920년대의 시작, 제국주의와 1차 세계대전

18세기 말 시작된 산업혁명은 말 그대로 인간의 역사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인간의 생활 양식은 물론이고 동양-서양의 권력의 무게추를 서양 쪽으로 완전히 밀어버린 사건이죠. 물론 산업혁명 초기 영국의 면 생산품이 중국의 노동력을 앞세운 면직물에 가격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점은 무시하도록 합시다. 아무튼 산업혁명으로 유럽의 국가들은 전례없는 풍족함을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생산-수요가 한계에 도달하는 19세기가 되자 유럽의 정치가들은 한가지 난관에 직면하고 맙니다. '남아도는 생산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였죠. 그들은 고민 끝에,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로 진출해 그곳을 자신들의 시장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현지에서 원료를 값싸게 들여오는 것은 보너스였고요. 그렇게, 전 지구가 유럽 열강의 케이크가 되기 시작합니다. 

아편전쟁을 다룬 유명한 풍자화. 열강들이 중국을 자신의 입맛대로 나누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사람들이 어쨌든, 유럽인들은 끝장나게 좋은 시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식민지에서는 간간히 전투 소식이 들려왔지만, 유럽 본토에서는 전쟁이 없었으니까요. 이 시기가 바로 그 유명한 '벨 에포크(Belle Époque)', 유럽인들이 말하는 '그 좋았던 시대'였습니다. 대강 19세기 후반의 보불전쟁 이후부터를 통칭하는 말이죠. 미래에 대한 낙관이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시대. 낭만과 사랑을 노래하던 아름다운 이 시대는 약소국들의 피고름 위에 세워진 낙원과 같은 시대였죠.

하지만 이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 시대는 후대의 역사학자들이 '전적으로 비스마르크라는 천재 한 명에게 의존하는' 시대였다고 평할 정도로 비스마르크에게 의존하던 시대였으니까요. 조금 풀어서 이야기를 하면, 독일 제국이 대영제국의 식민지 이권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동의 하에 통일을 허락받던 시기라는 이야기입니다. 비스마르크에게는 식민지 확장보다는 통일 독일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죠. 즉, 비스마르크라는 사람이 실각하고 독일이 확장을 시작한다면 곧 흔들릴 칼끝의 평화였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예측은 곧 현실이 됩니다. 독일 제국의 젊은 카이저 빌헬름 2세는 확장을 원했고, 현상 유지를 주장하던 늙은 재상을 쫒아버립니다. 카이저는 영국에 대항하기 위해 해군법을 제정, 본격적으로 전함을 건조하기 시작하고 여러차례 군사력을 아프리카로 투사하려 했죠. 프랑스와 모로코에서 충돌하는 일도 있었습니다(제 1, 2차 모로코 사건). 아무튼 독일이 팽창을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낀 영국은 프랑스와 손을 잡고, 곧 러시아와도 손을 잡습니다. 독일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이탈리아, 오스만 제국과 손을 잡게 되죠. 그러던 중 191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가 암살당하고 이를 기폭제로 삼아 '모든 것을 끝낼 전쟁', 제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됩니다. 

최대한 빠르게 전쟁을 끝내고 싶었던 독일 군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참호를 파고 들어가기 시작한 전장은 점점 더 많은 시간과 인명을 요구하게 됩니다. 과정이야 어쨌든 1918년, 4년간 3,8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전쟁은 종결됩니다. 그리고 인류는 '20년간의 휴전협정'인  베르사유 조약과 미국과 소련, 바이마르 공화국이 제외되어 시작부터 틀어진 국제연맹을 보며 암울한 10년을 시작하게 됩니다. 물론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 동안 착실하게 이익을 챙긴 미국과 일본은 제외하고요. 

이제 프롤로그가 끝났습니다. 앞으로는 미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유럽을 나눠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배경설명이 길어지다 보니 정작 하고싶었던 얘기는 못했네요. 다음에는 1920년대 미국의 모습을 다뤄볼 예정입니다. 

p.s. 제목은 제가 정의한 1920년대를 나타내는 문구입니다. 긍정적, 부정적 뜻 모두를 담은 중의적인 표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