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 시대사: 미국~

안녕하세요, NoMatterWhat입니다. 삘 받아서 또 올리는 1920년대 시대사입니다. 이번에는 미국에 대해서 다뤄볼 겁니다. 특히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인 <위대한 개츠비>를 활용해서 바라보도록 할께요. 이 소설만큼 1920년대의 미국을 잘 다루고 있는 소설도 없거든요.

"광란의 20년대", 그리고...

앞서 다루었지만, 1920년대는 유럽인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또 다른 시련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평화가 찾아왔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지은 베르사유 조약은 말 그대로 임시방편에 불과했거든요. 협상에 참여했던 케인스가 언급했듯, "이제 남은 것은 전쟁" 뿐이었죠. 여하튼 유럽이 그렇게 빌빌대고 있을 동안, 미국은 역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본토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고 무기를 비롯한 전쟁 물자만 팔아 넘겼으니 그럴 수 밖에요. 외적으로는 전쟁의 승전국으로, 내적으로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던 당시의 미국을 표현한 문구가 바로 '광란의 20년대(Roaring 20')'입니다. 

혹시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보신 분이 있나요? 글의 서두에서도 다루었지만, 이 소설은 1920년대 미국의 모습을 잘 그려냈습니다. 그럼 소설 장면을 하나하나 가지고 와서 그 안에 나타난 당대 미국의 모습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소설에서는 파티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그 파티에 참여한 사람들은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데에는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저 파티, 파티, 파티. 물질은 극단적으로 흐르는데 정신이 그에 맞춰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이렇게 '방향을 잃은 세대(Lost Generation)'는 삶의 방향성을 잃고 그저 말초적인 쾌락만을 추구하는 당대의 미국 상류층의 모습을 그려내죠. 특히 이러한 모습은 소설의 마지막, 개츠비의 장례식 장면에서 가장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의 장례식에 온 사람은 이 소설의 서술자, 그의 아버지, 부엉이 눈, 그의 집사 몇 명. 여기서 부엉이 눈은 개츠비가 자신의 저택에서 개최한 수많은 파티 중 하나에 참석했던, 생각없는 사람입니다. 당시 사람들이 맺었던 인간적인 관계가 얼마나 부질없고 가벼운 것이었는 지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죠.

다음은 개츠비가 돈을 번 방법입니다. 개츠비는 사랑하는 데이지의 처지에 맞게 돈을 빠르게 벌기 위해 밀주를 취급했습니다. 1920년대 가장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갱과 연계된 밀주였거든요.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시행된 금주법은 갱의 돈벌이 수단으로 애용되었죠. 그 중심에는 1920년대 미국을 논하려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갱 알 카포네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상황이 시궁창이던 유럽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 꽤 많았죠. 이전부터 넘어온 가난한 이민자들은 동향 출신끼리 모여 갱을 형성했고, 그들은 밀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범죄 사업을 벌여 어마어마한 돈을 축적하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아일랜드가 특히 강세를 보였죠. 우리가 미국 영화에서 흔히 보는 중절모+코트+톰슨 기관단총을 든 갱단의 모습이라면 십중팔구 이 시대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개츠비에 나오는 새로운 여성상을 언급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바로 플래퍼(Flapper)입니다. '플래퍼'라는 단어를 치마가 펄럭인다는 flap에서 왔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마 높은 확률로 매춘부를 의미하는 것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게 정설이죠. 여하튼 기존의 청교도적 윤리에 비교적 엄격하던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이들은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짧게 잘랐으며 진한 화장을 하고 가볍게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플래퍼 패션의 전형을 보여주는 여배우 루이즈 브룩스

아무튼 이렇게 등장한 플래퍼들은 미국 파티 문화의 중심이 되었고, 우리가 <위대한 개츠비>영화에서 보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물론 자신들의 권리를 찾는 일에도 일조해, 여성 참정권을 얻어내기도 했고요.

1920년대를 가르키는 말이 '광란의 20년대' 말고도 또 있습니다. 바로 '재즈 시대'라는 것이죠. 서구의 악기와 아프리카의 음율, 거기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한'을 담은 음악을 우리가 재즈라고 부르는 음악입니다. 재즈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입니다. 그 유명한 루이 암스트롱이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 역시 이때이고요.  

지금까지 말씀드린 모습들을 잘 조합해보세요. 

오늘도 이웃 저택에서는 화려한 파티가 열린다. 웨이터가 서빙하는 잔을 가볍게 들고 한 모금 마셔보니 향이 확 올라온다. 
이게 무엇이오?
웨이터가 웃으며 답한다.
그저 기분을 조금 좋게 해주는 음료지요.
그래, 뭐가 중요하겠어. 흥겨운 재즈 선율이 울려퍼지고, 치마를 나풀거리는 여자들이 춤추는 것이 보인다. 시간이 자정을 향해간다. 그런데, 내일은 뭐하지? 뭘 고민해. 내일은 내일의 파티가 있을텐데.

뭐 이런 모습이 당대 미국 사회의 전형이죠. 그러나 이런 모습은 불과 10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1929년, 미국의 증시가 한꺼번에 폭락해버리는 대공황이 시작된 것입니다. 한순간에 모든게 무너지게 됩니다. 이후 미국은 기나긴 침체 속에서 헤매이게 되고, 그렇게 1930년대는 고통 속에서 허덕이며 시작됩니다.

다음은 일본과 아시아의 1920년대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다룬 탓에 아시아를 다룬 다음 편은 러일전쟁과 삼국간섭, 그리고 그레이트 게임과 관련해서 지도로 좀 설명드리는 부분이 있을 듯 합니다. 어느 나라의 조차지가 어디 붙어있는지 확인하려면 그냥 지도로 보는게 제일 편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