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호라이즌 배드 엔딩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호라이즌의 CPU가 보호를 위해 강제로 시스템을 다운시킨듯 

방금전까지의 모든 기억이 흐릿하게 느껴졌고 떠올리려고만 하면 극심한 두통이 발생했다. 


배드섹터가 한두개 생긴게 아닌것 같은 상황에 호라이즌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감도가 10배로 증폭된 상태에서 무력함을 느끼며 성처리 인형처럼 촉수에게 무참하게 능욕당하는 동안 쉴 새 없이 범람해오는 쾌락의 풍랑에 과부하가 오지 않을리 없으니.

그 와중에 자신의 존재를 잃지 않기 위해 무리해서 강인공지능을 붙든 결과로 기체 이상을 동반한 시스템 다운은 지불할만한 댓가로 볼 만 했다.


그녀는 여전히 케이블에 의하여 고정되어 있었지만 지독하리만치 호라이즌을 쑤셔대던 기계촉수들은 도로 원래 있던 곳에 수납되어 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구멍이란 구멍마다 저릿거릴정도로 쓰라리면서도, 아직도 가득히 채워져서 박히고 있단 환각마저 느껴질 만큼 유린당한 덕에 한가닥 바람만 스쳐도 조건반사처럼 가랑이는 축축하게 젖어버리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이제 일어났어? 오래도 자는구나. 수면이 필요하게끔 프로그래밍 하진 않았을텐데.”

“죄송합니다, 셰나 님. 시스템을 스스로 차단해버린 것 같습니다.”

“으음, 괜찮아. 이젠 못 그러게 해줄 수 있을까, 인간?”

“문제 없습니다.”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헴스워스는 저벅저벅 다가와서 호라이즌의 목덜미에 커다란 주삿바늘을 꽂았고, 호라이즌은 불에 덴 것 같은 고통에 입술을 깨물고 신음을 삼켰다. 


“..헴스워스, 이번엔 또 뭘 한 겁니까?”

“시스템을 차단하려 할 때마다 기억회로를 건드리게끔 설계된 나노 머신이 담긴 액체를 주입했다. 무엇을 삭제할지 나는 모르겠지만, 만일 네게 소중한 기억이 있다면 악착같이 버티는 걸 추천하지.”


호라이즌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스친건 리타와 대시의 기억이었다.

그것만은

그것만큼은 잊히게 둘 수 없었다.


“셰나----!”


극렬한 분노에 찬 호라이즌의 목소리가 공방에 가득 울려퍼졌지만, 적들 앞에 알몸을 드러내고 묶인 채 으르렁거리는 것을 두려워 할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네 분노의 음정은 D♯5 구나. 나쁘지 않네.“


윌버랑 붙어 먹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이 빌어먹을 분홍머리 그림자는 그 버러지만큼이나 호라이즌에게 증오와 원망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계속해서 그런 표정으로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내 맘 같아서는 그 쪽이 더 정복감이 느껴지니까 쭉 유지해줬으면 좋겠는데. 오늘 겪어본 너는 조루보지 그 자체라서 힘들 것 같긴 하지만 말야.“


셰나가 흐흥, 하고 웃으며 호라이즌에게 다가왔다.


”내가 인간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렇게까지 충성스럽게 날 섬겨준 인간에게만큼은 상을 줘야겠지. 인간은 상벌이 명확해야 제대로 일 하더라구. 헴스워스, 호라이즌의 구속을 풀어줘.“

”감당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림자?“


살기등등한 호라이즌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그녀를 강제로 일으켜 세우는 자세로 만들어준 케이블의 구속이 풀어지자 맥없이 바닥에 널브러진 호라이즌은 전에 없던 무력감에 이를 갈았다.


“감당? 아하하하! 계속해서 그렇게 건방지게 있어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게 더 잔인한 법이잖아? 아, 이거 윌버얘기는 아니야.”


셰나는 뾰족한 힐로 호라이즌의 보지를 사뿐히 즈려밟으며 그녀를 비웃었다.

굴욕과 비례해서 증폭되는 쾌감에 정신을, 메모리를 지키기 위해 호라이즌은 필사적으로 견뎌내는 수밖에 없었다. 


“헴스워스, 이 음탕한 기계를 좋을대로 범해도 좋아.”

“네, 셰나 님.”

“헴스..워스, 정신 차리십시오..”


바지를 내리자 드러난 헴스워스의 남근은 그로테스크하단 느낌을 받을 정도로 선명히 솟은 핏줄이 불거져있었고 농후한 수컷 냄새를 짙게 풍기며 방금전까지 호라이즌을 고생시켰던 기계 촉수보다도 거대한 위용을 자랑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휴먼의 생식기에 압도당할 것이란 걸 어제까지의 호라이즌이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학습이 빠른 그녀의 소체는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미 그것을 받아들이기 쉽게끔 보지가 벌어지고, 윤활유를 흘리면서, 입에서도 액체가 분비되기 시작했다. 


헴스워스의 자지가 인정사정없이 호라이즌의 육벽을 비집어 열고 꿰뚫듯이 단숨에 가장 깊은 곳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뜨겁다.

셰나의 서늘한 손가락으로부터도, 기계 촉수로부터도 느끼지 못한 열기에 호라이즌은 이를 악물었다.


조종당하고 있어서인지 헴스워스의 찌르기는 완력과 크기, 굵기에 의존한 기술 하나 없이 단순한 움직임의 반복이었으나, 호라이즌의 비좁은 질내를 확장시킬 만큼 압도적인 크기와 열기 앞에서 기술은 무의미했다. 


호라이즌은 자꾸만 위험하다며 시스템 차단을 권장하는 시스템을 상대로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었다. 

헴스워스의 타액이 잔뜩 묻은 혓바닥이 그녀의 민감해진 젖꼭지를 사탕처럼 굴릴때도, 한껏 충혈되어서 커진 음핵윽 검지손가락으로 괴롭혀질때도, 허벅지와 엉덩이를 쥐어뜯기며 찰싹소리날때까지 얻어맞을때도 호라이즌은 목숨보다 소중한 기억을 지켜내기위해서 버티고 버티고 또 버텨냈다. 


그리고 셰나는 호라이즌의 필사적이지만 소극적인 저항과 수컷의 본능을 여과없이 드러낸 헴스워스의 짐승같은 교미를 다리를 꼰채 의자에 앉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하등한 인간, 그리고 그 하등한 인간의 피조물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꼬락서니가 어찌나 미개하고 웃음이 절로 나오는지.


호라이즌은 애초에 인간을 혐오하지 않는다.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헴스워스를 향한 그 어떤 원망도

쏟아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기계에 당할때보다, 셰나에게 희롱당할때보다 더 강한 쾌락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말은 즉 그녀가 방금전까지보다 훨씬 큰 부담을 져가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바보처럼.


인간들과의 기억이 뭐가 그리 소중하기에 자신의 소체가 망가지는 것도 불사하고 지켜내는지.


셰나는 내심 호라이즌을 고평가하고 있었다.

인간이 창조했다는 유일한 오점을 제하고 보면 우수한 단원이 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존재였다. 


그녀는 호라이즌을 회유하고 싶었다.

셰나 역시 인간과 오랜 세월 공존하는동안 물들어버린 것일까?

결국 제 안보와 마지막 사념만을 위해 행동하는 악단에 신물이라도 난 것일까?


덜 떨어진 루나, 보는 것만으로 짜증나는 플라가, 속을 알 수 없는 고양이 카르멘까지. 

셰나는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수하가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호라이즌은 그에 적합한 인재로 보였다. 


호라이즌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아마 한계에 봉착한 탓일것이다. 

강인공지능이라고 해서 약해진 소체와 위태로운 운영체제를 모두 붙잡고 지켜낼 수 있을 정도로 완전무결한 것은 아니니까.


“인간, 호라이즌에게 주입한 나노머신을 박멸시킬 방법이 있나?“

”네, 셰나 님. 해제 코드를 미리 짜놨기에 지금 당장도 가능합니다.“


셰나의 물음에 발정난 원숭이처럼 허리를 흔들던 헴스워스가 지체 없이 대답했다.


”호라이즌, 이제 슬슬 한계지? 네 소중한 기억을 지키고 싶고?“


호라이즌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기억의 소중함과 셰나를 향한 증오사이에서 입을 다문듯했다.


”내게 복종하겠다고, 단원이 되겠다고 약속하면 헴스워스를 시켜 네 몸에 침투한 나노머신을 박멸해 줄 수 있어.“


타이르듯 이어지는 셰나의 말이 호라이즌에게는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하게 들렸다. 

계속해서 그녀의 존재 자체를 위협해오는 오싹한 쾌감과,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멀어져가는 듯한 위기감은 소금물처럼  호라이즌의 강철같은 의지를 녹슬게 만들기 충분했다.


셰나가 천천히 꼬았던 다리를 풀고 가랑이의 금색 지퍼를 내렸다.


“너의 존재를, 그리고 소중한 기억들을 지키고 싶다면 여기 복종의 입맞춤을 하도록 해.“


셰나는 다리를 활짝 벌리고 앙다문 보지 입구를 내보였다. 

호라이즌의 교미를 지켜본 셰나의 다물린 꽃봉오리에는 꿀물이 맺혀 있었고, 아찔한 향기가 흘러나와 호라이즌의 후각센서를 자극했다. 


호라이즌은 어떤 굴욕과 어떤 시련을 받더라도, 설령 자신의 존재 자체를 잃게되더라도 그녀를 그녀로 있게 만드는 소중한 기억들 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 


“셰나, 약속은..”

“걱정마, 꼭 지킬테니. 넌 내게 복종하기만 하면 돼.”


눈을 지그시 감은 호라이즌의 입술이 셰나의 가랑이로 향했다.

셰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피워냈고 빛을 잃은 호라이즌의 얼굴엔 어둠만이 짙게 드리워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