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너무나도 빠르게 발전했음 그리고 그 발전은 가부장제에 균열을 가지고 왔고
즉 현재 대한민국은 가부장제가 주류였던 세대와 가부장제의 영향을 느끼지 못하는 세대가 공존하고 있고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시대적 담론이 결여된 상태임 그러니 젠더갈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지

일단 현재 젊은층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현재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는 가부장제가 약해졌다"가 대부분임

문제는 저 약해진 가부장제에 대해 남녀간 해석의 차이가 발생했다는거고

남자는 "가부장제의 해체로 인해 남자가 가지는 권리는 무너졌는데 책임만 남아있다"라고 해석하고(집은 남자가 해오는 풍조, 독박 병역)

여자는 "여전히 가부장제의 잔재가 여성의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라고 해석하고있음(유리천장, 경력단절)

이렇게 서로 달라진 해석을 중재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개입이 중요한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한국이 너무 빠르게 발전해온 결과 현재 한국사회의 주요 지위를 차지하고 가장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는 세대는 바로 가부장제가 충분히 영향력 있던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거임

즉 이 기득권들은 남자의 책임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여자가 가부장제 사회 속 제약이 많다는걸 인식하는 모순되는 생각을 가짐

그래서 이들은 여자 챙겨주기식의 정책을 펼쳐오고 남자들의 부담에 대해서는 남자니까 양보해라/당연하다 식으로 묵살해버리는 결과를 낳음 가부장제에서는 저게 당연한거였으니까

즉 전시대를 아울러야할 담론이 특정세대의 해석에 의해서만 주도되다보니 갈등의 본질적인 해결은 안나오고 오히려 심화되는 결과만 나왔음 그리고 이게 인터넷상으로 나타나는 남초vs여초 대결로 이어진거고

사실 남초vs여초싸움은 주로 커뮤찐따들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이 있었음 현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좌표찍고 화력지원하기나 댓글전쟁 이런거에 몰두하진 않을테니까 그래서 이런 싸움의 카운터는 "현실에는 서로 잘만 만나서산다 제발 현실을 살아라"는 식의 일침이었음

물론 인터넷 또한 현실의 사람들이 하는거므로 저 현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갈등의 양상을 전혀 모를리가 없음 자기 손을 더럽히긴 싫고 감정소모하기 싫으니까 멀리서 자신은 모르는척 관망만 해온거고

하지만 설거지론이 나오면서 그 현생을 살며 잘만 만나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저격하기 시작했음 즉 멀리서 관망만하고 있던 사람들을 젠더갈등의 전장으로 끌어들인 셈

설거지론을 통해 "돈과 능력으로 여성의 호감과 애정을 살 수 있다고 믿어온 호구남들"과 "가부장제를 비판하면서도 가부장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포기하기 싫은 이기적인 여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젠더갈등의 클라이맥스가 열리기 시작했음

즉 설거지론은 젠더갈등을 단순히 결혼/연애 못해봐서 찐따들이 열폭하는 것으로만 웃어넘긴 그 "현실의 사람들"에게 매우 가혹한 질문을 남기게 되었다

"서로 사랑하는 만큼 얼마나 무엇을 해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