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내가 그 지옥에서 벗어나서 이런 얘기를 하고 앉았지만 정말 국민 한명 한명의 생명이 위태로운 나라가 많다...


내가 예전에 여기서 한번 언급했었던 독일인 아저씨가 있는데, 4월 초에 돌아가셨다...


3월 24일, 공항 가기 전에 이탈리아에서 마지막으로 외출하던 날 만난 아저씨가 열이 난다고 그래서 '코로나때문에... 검사 받으러 가봐요' 하니까 병원에서 '네 동료가 감염됐고 너도 증상이 있다고? 그럼 너도 아마 감염된 걸거야. 그러니 쓸데없이 검사 받지 말고 집에서 약 먹고 기다려' 이랬다고 한다. 그걸 보고 할말을 잃었다. 봉쇄에 걸리기 전에 본국으로 돌아가려다 봉쇄령 떨어져서 국경도 못넘고 거기서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거임. 내가 나간 뒤로 아파트에 사람이 없어서 며칠동안 신고도 안들어가고 시신 수습도 못했다고 그러더라.


좋은 분이었음... RIP.


봉쇄 초기에는 사람들이 집단적 광기에 휩싸여서 슈퍼마켓 터져 나갔고 남부놈들은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려고 중앙역에 줄서있고 그랬음. 나는 그나마 1월달에 이탈리아 확진자 나오자마자 한국에서 부모님이 보내준 보건용 마스크 한 상자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진짜 거기 사람들은 들은 덴탈마스크도 없어서 면마스크 쓴 다음에 안면보호대 조악하게 만들어서 쓰고 다녔음. 내가 같은 아파트 사는 이웃들 그렇게 하고 장보러 가는걸 볼 수가 없어서 갖고 있던 KF94 다 풀어버리고 나는 덴탈마스크 쓰고 생존물자 사냥하러 갔는데 아마 그때 감염됐나 싶음.


의료붕괴는 진짜 심각했음. 그나마 너네들 이름 대면 다 알 도시지만 그래도 좆소도시라 시내에 대형 의원이 없고, 약국이라고 해봐야 화장품 사러 가는 곳 정도? 근데 사태 터지고 나서 처음에는 50대 이상만 골라서 검사한다 이런 말도 나오고 좀 더 가면 3일동안 고열에 시달리는 데도 검사 못받는 사례는 내가 본 것만 해도 차고 넘쳤다. 


내가 빠져나올 무렵에는 집에서 사망한 사람들도 꽤 나왔고, 이쪽 사람들은 신문 부고란으로 사망 소식 알리는데 너네들도 뉴스로 봤겠지만 진짜 몇장을 다 채움. 3~4년 가까이 거기 살면서 젊은사람부터 50대 아저씨들, 어르신들까지 다 거기 적혀있는,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음.


군용트럭으로 시신 수송하는 그거는 뉴스에서만 보는 일 같았는데 밤 되면 진짜로 군용 트럭이 시신 싣고 강변 도로 타서 도시 외곽으로 빠지는 고속도로로 들어가더라. 거의 2주동안 매일 한두대씩 더 늘어나는데 '사태가 이렇게까지 왔나' 싶을 정도로 두려웠음.


며칠 지나니까 도시 전체가 비현실적인 정적에 젖어들었음. 관광객들이 오지게 많이 오는 도시라 막 약국도 관광지고 광장에 있는 스테이크집도 한국사람들 많이 오고,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술먹고 노는 도시였는데 쥐새끼 하나 안돌아다님. '비현실적인 정적' 이게 가장 맞는 표현이었다. 경찰도 아니고 군인이 통행증 다 검사하고 광장에 쓸데없이 돌아다닐까봐 아예 들어서지도 못하도록 통제하는데 솔직히 공포스러웠음.


내가 거기 있다가는 진짜로 기침하고 열나다가 방에서 독일 아저씨처럼 죽었을 거임. 내가 원래 국뽕은 아니지만 그 봉쇄망을 탈출해서 공항에 들어가고, 또 열몇시간 비행해서 엄청 고달픈데 공항에 내리고 공항에 태극기 있고 한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 이 지랄을 겪고 나니까 그래도 한국에서 검사받고, 한국에서 확진받고, 한국에서 치료받고, 아직 안전한 한국에 있는게 감사하다.


아무튼 결론은 이런 무시무시한 사태를 막아주신 의료진들과 당국에게 정말 감사하자. 해외유입 막아야 되니까 내국인이 죽든 말든 아예 입국금지해라, 생계를 걸고 하는건데 클럽 닫으면 죽으라는 거냐, 조작으로 쌓아올린 K-통계주도방역 이런 망언을 입에 올리는 새끼들은 한 대 때려주도록 하자.


코로나는 진짜 좆같이 잔인한 병이다. 제발 손 깨끗이 씻고 집에서 뒹굴면서 가국이나 해라. 걸려도 안죽어 이러지만 죽을 수도 있고, 특히 증상이 나타나면 여태 느꼈던 통증과 매우 다른 새로운 통증을 느낄 수 있을거다. 발열에서 나는 통증이 아니라 온몸이 바이러스에 탈탈 털리면서 나는 통증을 경험할 수 있다. 제발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 아멘? 어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