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께선 무슨 낯짝으로 황좌에 앉아계십니까! 만주의 벌판에서, 나진의 성에서 죽어나간 병사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오늘 점심에 한 대신에게 들은 꾸중이였다.
 황제를 꾸짖는다는 전대미문의 일이 일어났으나 대신들 중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 대신은 그 말을 남기곤 자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버렸다.
 매일 아침마다 사직을 하겠다는 서신이 내 침소를 채웠고, 회의에 참석하는 신하들의 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내가 머무는 황궁에서도 이런 지경인데, 지방으로 내려간 신하들은 또 어떻겠는가, 반역 모의만 저지르지 않아도 다행이였다.
 황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침소에서 황궁을 내려다보았다. 황태자 시절 불이 휘황찬란하게 빛났던 황궁은 이제 폐허나 다름 없었다.
 나는 뒤를 돌아 침소에 누워 자고 있는 황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20년 전의 생명의 은인이였다.
 그때 어린 궁녀였던 그녀가 태국으로 도망갈 수 있는 배편을 마련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는 이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옳은 일이였을까?
 내가 살아남는 것이 옳은 일이였을까?
 더 이상 누구의 피도 흘리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무혈제로 이름 지었으나, 결과적으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게 하였다.
 불평등한 조약을 맺었고, 그로 인해 신하들은 모두 나를 손가락질 했다.
 아마 역사는 나를 무능한 황제로 기억할 것이였다.
 이렇게 될 것이였다면, 차라리 의주의 황궁에서 죽어야했다. 아니, 그것보다.. 그 날 그 광경을 봤을 때 죽었어야했다.
 내가 아버지의 그 모습을 보곤 황궁을 뒤로 하고 나가려했을때, 아버지는 나의 뒤에다 대고 소리치셨다.
 "나는 화령을 위해서 할 수 있는건 뭐든지 할거다!"
 어쩌면 아버지가 맞았을련지도 몰랐다. 황좌에 적합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아버지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는 더 이상 없다. 전쟁을 끝내겠다며 아버지는 스스로를 포승줄에 묶고 일본으로 향하셨고, 소식이 끊겼다.
 아마 객사했을 것이였다.
 나는 침소의 난간을 붙들고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버지.. 아버지였으면 어찌 하셨겠습니까?"
 다음 날에도 침소에는 사직을 하겠다는 서신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올라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