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불태우면 안될까요?"
 차 뒷좌석에서 숭례문을 바라보던 백설하가 말했다. 운전석에서 그 말을 들은 민성식은 놀라며 말했다.
 "숭례문을요?"
 "네, 장씽에게 부탁해서 불 좀 지르라고 하죠, 뭐."
 그녀의 태연한 모습에 그는 아연실색하며 말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저 숭례문을 태우시겠다고요? 할 수 있다고 합시다. 도대체 왜요?"
 ".. 그냥.. 저게 불타 무너지면 황제는 무슨 생각을 할지.. 갑자기 궁금해져서요."
 민성식은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설득해봐야 하지 않을 것도 아니였고,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였다.
 "마음대로 하시죠. 연락은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만족한 듯 웃었다.

 타들어가는 숭례문을 보며, 나는 커피를 들고 왔다.
 "여기, 커피 사왔습니다."
 "고마워요, 딱 맞춰서 오셨네요."
 불에 탄 숭례문 현판이 떨어져 부서졌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웅성거렸다. 몇몇은 눈물까지 보였다.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민성식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불타는 숭례문을 바라봤다.
 수백년간 자리를 지켜온, 숭례문이 단숨에 불길에 휩싸이며 타들어가자, 기분이 묘했다.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장부에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었죠. cctv 모두 끄고, 경찰 병력도 빼고. 아마 숭례문에 불을 지르리라곤 생각 못했을걸요?"
 민성식은 그녀의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다시 숭례문을 바라봤다.
 뒤늦게 온 소방차에서 급히 내린 소방관들이 물을 뿌려댔지만, 이미 늦었다.
 백설하는 커피를 모두 마시곤 차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그러곤 창문으로 불길이 꺼져가는 숭례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황제는 무슨 기분일까요?"
 "모르죠, 무서워하지 않을까요?"
 그러자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정도로 무서워하면 안될텐데.. 걱정이네요."
 민성식은 조용히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차가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갔고, 그녀는 창문 밖의 숭례문에 시선을 고정하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잘.. 탄다."
 그녀는 문득, 자신의 나이가 김명희가 죽었을때의 나이와 같아졌음을 깨닫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올해는 무언가 큰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