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식은 그녀의 서재에 있는 칠판에 적힌 글씨가 마음에 걸렸다.
 'D-3'
 오래 전부터 쓰여진 그 글씨는 날이 갈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어, 이제는 겨우 3일밖에 남지 않았다.
 민성식은 3일 뒤 날짜를 달력에서 확인했지만, 특별히 중요한 것은 없었다. 그저 수많은 날들 중 하루 뿐이였다.
 숫자가 2가 되었을 때, 민성식은 그녀의 서재에 들러 물었다.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것인데, 저 뒤의 숫자는 뭡니까?"
 칠판에 적힌 글씨를 본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저게 궁금하셨어요?"
 "별게 아니신가 봅니다? 저한테도 알려주지 않으신걸 보니.."
 "아뇨, 엄청 중요한건데요?"
 "뭡니까?"
 그녀는 오랫동안 숨겨온 비밀을 말하는 아이처럼 말했다.
 "황태자 부부.. 이틀 뒤에 납치할 생각인데, 어떠세요?"
 "이런 미.."
 그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욕을 내뱉을 뻔했다.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그가 욕을 내뱉으려하는 모습에 그녀가 뒤집어지며 말했다.
 "놀라셨나봐요? 너무 갑작스러웠나?"
 "제정신이십니까! 이런 엄청난 계획을 왜 지금껏 알리지 않으셨던겁니까?"
 민성식이 불같이 화를 내자, 당황한 백설하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 혹시라도 발각될 수 있으니.. 그걸 대비해서 그런건데.."
 "아직도 저를 믿지 못하시는겁니까? 그래서 그러신거냐고요!"
 그가 계속 화를 내자, 그녀도 발끈하며 말했다.
 "아, 알았어요! 미안해요! 안하면 되잖아요!"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에 적힌 글씨를 지우려하자, 민성식이 팔을 잡으며 말했다.
 "미리 말씀하시지 않은 것에 대해 말씀드린거지, 이 계획을 철회하자고 말씀드린게 아닙니다."
 "네..?"
 칠판 지우개를 그녀의 손에서 빼앗은 그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말씀해주시죠, 어떤 계획이신지."
 얼떨떨한 표정의 그녀가 웃음을 지으며 장부를 꺼냈다.
 "이 장부가, 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줬거든요."
 "그 장부에 황태자 부부가 들어있는 겁니까?"
 "설마요, 그 사람들은 아니고.. 시녀상궁입니다. 황태자부부를 시위하는.."
 "그래서, 그 사람을 이용하시겠다?"
 "네, 그 사람을 이용해 황태자 부부를 유인한다면.. 손쉽게 끝나는거죠."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래서 이게 대한제국의 붕괴와 무슨 상관인건가요?"
 "황태자 부부, 이 나라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그 사람들이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죽는다. 황제는 분노하며 광기에 사로잡힐 것이고, 국민들은 불안에 떨겠죠."
 그녀는 비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쳐버린 황제와, 공포에 사로잡힌 국민. 이 나라는 결국 그렇게 무너질거에요."
 ".. 훌륭한 마무리군요. 마음에 듭니다."
 "저도요."
 그는 그녀에게 목례를 하곤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을 그 상궁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하면서.


 ㅍㅇ) 이제 슬슬 종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