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 황태자와 이해영 황태자비는 들뜬 마음으로 차에 올랐다. 지난 숭례문 방화 사건으로 황가 분위기가 뒤숭숭해 좋은 날씨에도 한동안 여행을 가지 못했는데, 비로소 황제의 허락이 떨어진 것이였다.
 직접 운전을 하게 된 시녀상궁은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시동을 걸었다.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게 밝혀진다면 더 이상 황태자 부부를 모실 수도 없었고, 그것은 그녀가 제일 피하고 싶은 것이였다.
 '그 곳까지만 협력하고.. 나중에 나오게 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거야.. 그래.. 그러면 될거야..'
 그녀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위로하며 차를 몰았다.

 "시녀상궁님, 여기가 맞나요? 아까부터 계속 산만 보이는데.."
 이정 황태자가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 벌써 몇시간째 산만 보였고, 길도 험한 산 깊은 곳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상궁님이 길을 착각하시겠어요? 여기가 맞겠죠."
 이해영 황태자비가 그녀를 두둔하고 나서자, 시녀상궁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윽고 멀리 사람들이 보이자, 시녀상궁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차를 멈춰세웠다.
 부부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자동차 유리창이 깨졌다.
 유리 파편이 그들에게 튀자, 부부는 비명을 질렀다.
 "빨리 나와!"
 총을 든 사내들이 강제로 문을 열었다. 한 남성이 이정 황태자의 목 뒷덜미를 잡고 그대로 차에서 끌고 내려왔다.
 이정 황태자의 얼굴이 바닥에 쳐박히자, 황태자비는 온 몸을 벌벌 떨면서 차 안에 굳은 채 앉아 있었다.
 "내..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내가 이 나라의 황태자이니라!"
 황태자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사내들은 그것을 비웃은 채 황태자의 팔을 뒤로 꺾었다.
 뒤로 꺾인 황태자의 팔에 수갑이 채워질 동안, 마찬가지로 끌려나온 황태자비도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에게 수갑이 채워지고, 장씽은 침을 뱉으며 수하들에게 말했다.
 "지하실로 끌고 가."
 "상궁은 어쩝니까?"
 장씽이 시녀상궁을 바라보자, 그녀는 굳은 얼굴로 바닥만을 바라본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장씽은 차가 도착하기 직전, 민성식이 내린 명령을 기억했다.

 "시녀상궁에게는 황태자 부부를 데려온다면 그녀에게는 아무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럼.. 보내줍니까?"
 "아뇨, 시녀상궁.. 황태자 부부에게 충성심이 높은 사람입니다. 보내주면 경찰에 신고할게 뻔하니, 잡아두십시오."

 "잡아서 같이 지하실로 보내."
 말이 끝나자마자 사내들이 그녀를 넘어뜨렸다.
 그녀는 저항하며 버둥거렸지만 역부족이였다.
 그녀의 위에 올라탄 한 사내가 수갑을 채웠고, 이내 그녀는 질질 끌려가다시피 지하실로 끌려갔다.
 장씽은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켰다. 담배의 불을 붙이곤, 수하들에게 명령해 기름을 부어둔 차에 라이터를 던졌다.
 자동차가 불길에 휩싸였고, 그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지하실로 향했다.
 지하실에는 황태자 부부와 시녀상궁이 의자에 묶여있었다. 그들을 뒤로한 채 그는 카메라와 조명을 점검한 뒤 말했다.
 "자, 잠시 뒤에 시작한다. 모두 준비!"
 카메라를 든 사내가 손가락을 펴 초를 세고, 이내 주먹이 쥐어지자 생중계가 시작되었다.
 "친애하는 대한제국 국민 여러분, 그리고 황가에 친히 인사드립니다."
 생중계는 전국으로 뻗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