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xx씨 보호자 되십니까?"
 아빠의 이름이 다른 사람에게 불려지는 기분은 꽤나 묘했다. 경찰관은 아빠가 길거리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었으며, 신원을 확인해보니 보호자가 당신이라서 전화를 걸게 되었다고 말하며 돌아가신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 이상하게도 슬프지 않았다.
 이상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펑펑 울줄 알았는데.. 너무나도 나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침착하게 전화를 끊고, 옷을 입고, 집 밖으로 나와 아빠의 시신을 보고, 장례식장에 전화를 걸고..
 아무도 이 일을 대신 해 줄 사람이 없는 나로선, 어쩌면 슬픔을 느낄 시간도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장례식이 끝나고 엄마와 오빠가 묻혀진 무덤에 함께 묻었다.
 푸른 잎이 돋아난 무덤에 쪼그리고 한참을 앉았다. 눈물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왜 그런지 스스로 쭈그려앉아 생각날 때까지 앉아있었다.
 하지만, 앉아서 생각 할수록 백설하의 마지막 말이 울렸다.
 "잘 하셨어요.. 애초에 답이 없는 문제였으니.."
 나는 그 답이 없는 문제를 풀기 위해 무덤 앞에서 계속 쪼그려앉아 있었다. 계속. 그렇게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