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군, 나는 20세기가 좋다. 제군, 나는 20세기가 좋다. 제군, 나는 20세기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전함이 좋다. 프롭기가 좋다. 순양함이 좋다. 함대결전이 좋다. 산소어뢰가 좋다. 유보트가 좋다. 거함거포가 좋다. 순양전함이 좋다. 보포스가 좋다.   평원에서, 가도에서, 참호에서, 초원에서, 동토에서, 사막에서, 해상에서, 공중에서, 진창에서, 습원에서... 이 지상에서 벌어졌던 20세기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쟁을 너무도 사랑한다.   120 mm 곡사포의 일제 사격에 적의 진지가 굉음과 함께 날아가 버리는 것이 좋다. 공중에 날려진 적병이 효력사에 너덜너덜한 넝마가 될 때면 가슴이 뛰지. 수병들이 운용하는 전함의 16인치 주포가 적 전함을 격침하는 것이 좋다. 개장된 전함의 빼곡한 대공포대가 적 비행대를 하나하나씩 격추하는 걸 볼 때면 가슴 속이 후련해질 정도야.   주포탑을 나란히 정렬한 순양함 전대가 적의 호위 함대를 유린하는 것이 좋다. 침몰해가는 적함이 최후의 수단으로 날린 어뢰를 회피하고 결정타를 박는 모습엔 감동마저 느껴지지. 우리 구축함들이 강력한 어뢰로 적 순양함을 날려버리는 모습은 정말 참을 수가 없다. 걸레가 된 적 함대가 내가 내린 신호와 동시에, 무수한 함포의.일제사격과 함께 쓰러져가는 것도 최고였지. 가련하고 딱한 적 보병들이 개인화기를 들고 일어섰을 때 급강하 폭격기의 2000파운드 고폭탄이 기지 구획을 통째로 산산이 분쇄할 때엔 절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항상 영광스러운 자태를 뽐내던 전함의 거대한 함교가 좋다. 그 전함들이 시대에 뒤쳐져 도태되고 전장에서 사라지는 모습은 정말로 슬프기 그지없는 일이었지. 항공모함에서 떼지어 출격하던 프롭기 편대도 좋았다. 그런 프롭기 따위에게 해상요새 전함이 격침되던 것은 정말 굴욕의 극치였어.   제군, 나는 20세기를, 20세기의 재림을 원하고 있다. 제군, 나와 함께하며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제군. 제군은 대체 무엇을 바라는가? 그 멋진 전함의 복귀를 바라나? 밋밋한 스텔스 형상의 퇴출을 원하나?[37] 다시 거함거포주의가 부활하고 항공기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는가? (밀레니엄: 혁명! 혁명! 혁명! 혁명! 혁명!)   그래, 그것이야. 바로 전함이지! 지금 우리는 혼신의 힘을 담은, 그야말로 내려치기 직전의 주먹과도 같다. 하지만, 저 어두운 심연 밑바닥에서 반세기의 세월을 참고 견뎌온 우리에게, '보통'의 혁명 따위 성에 차지 않는 법이지!   대혁명!! 오로지 대혁명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불과 1개 대대, 1000명 남짓한 패잔병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군은 일기당천! 최고의 고참 숙련병들이라 나는 믿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제군과 나, 총병력 100만과 1인으로 이뤄진 군집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를 망각의 저편으로 내몬 채 곤히 잠든 놈들을 두들겨 깨우자. 머리채를 움켜쥐고 자리에서 끌어내, 닫힌 눈꺼풀을 열고 생각나게 해주는 거다. 놈들에게 공포의 맛을 다시 가르쳐주자. 놈들에게 우리들의 군화소리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이다.   하늘과 땅의 틈바구니엔 놈들의 철학으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도 있단 걸 깨우쳐주자. 무적의 전함으로 이뤄진 기동함대로, 세계를 불바다로 만들어 주자. 바로 그렇다! 저것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염원해왔던 전함의 재림!! 약속대로 나는 제군을 이끌고 돌아왔다. 저 그리웠던 20세기에, 저 그리웠던 거함거포의 시절로! 그리고, 임페라토르는 마침내 대양을 건너, 뭍에 오를 것이다.   밀레니엄 대대 전원에 전달!! 이것은 대대장 명령이다!!   자아, 제군! 지옥을 만들어 주도록!